‘등산 스틱’
한 때는 필요 없다고 했을 정도로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가 지금은 애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등산 스틱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등산에 필요한 이 도구를 stick이 아니라 pole이라고 불러야 맞는다고 하기도 하는데 일단 “한국인”에게는 이미 스틱이란 단어로 머리 속에 콕 박혀 있으니 그냥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스틱.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3~4년 전만 하더라도 “둘레길” 걷던 관성이 있어서, 산을 오를 때도 스틱을 휴대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중장거리 종주를 하던 시기가 아니라, 스틱에 대한 필요성을 거의 느낄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오르려는 산이 점점 커지고 높아지며 또한 산행 거리가 길어질수록 스틱의 필요성이 느끼게 되었고 그 후로 간간히 스틱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산을 오를 때보다는 주로 하산할 때만 사용하곤 했었다. 예를 들면 천왕봉에서 중산리로 하산할 때, 마등령 삼거리에서 용대리로 하산할 때, 그리고 향적봉에서 백련사를 거쳐 구천동 입구로 하산할 때 등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깨달은 것은, 하산할 때 무릎의 로드를 경감시키는 것만 그동안 신경을 썼지, 산행 전반적으로 균등하게 로드를 가져가는 일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고 이점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산을 오를 때도 두 발 대신 4개 발로 오르면 발 두개의 로드를 반쯤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산행 전반적으로 조금은 더 쉽고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커다란 몸집의 왕거미가 몸집에 비해서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것은 튼튼한 몇 개의 다리가 아니라, 비록 가늘지만 여덟 개의 다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과 더불어, 또한 지난 1월 초 미끄러짐으로 인하여 스틱의 활용성에 대해서 좀더 느끼게 되었고 이제는 산을 오를 때부터 스틱을 사용 중이다. 혹시라도 산에 오르려는 마음이 급해서 스틱 펴는 것이 귀찮을까 봐 사람이 북적이는 환경이 아니라면 아예 차 안에서 준비 중이다. 그리고 들머리로 가는 차들은 대략 그렇다. 그래서 예를 들면 지난 2월 초 운예종주 때 첫차를 타고 운길산역 도착 조금 전 아예 전차안에서 스틱의 다리를 폈고, 광청종주 때도 역시 신분당선 첫 전철 안에서 스틱 다리를 펴서 들고 내렸다.
산을 오를 때도 스틱을 사용해보니, 확실히 전반적으로 힘이 덜 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스틱을 잡는 방벋도 올바른 방법이 있다고 하는데, 난 조금 독특하게 잡고 있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 단순 손목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조금 더 팔의 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산 아래이건 또는 산 위이건 상관없이 평평한 곳을 걸을 때는 스틱이 조금 거추장스러워지는데 그 외에는 만족하면서 사용 중이다. 아무래도 앞으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걸으려면 신체의 각 부분을 고루 사용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스틱. 우리 집에는 스틱 3쌍이 있다. 2021년 겨울 이전까지는 스틱 2쌍을 갖고 있었다. 한 쌍은 사은품으로 받은 것이고, 다른 한 쌍은 구매 한 것인데, 후기 사진 속 정상석 옆에 놓여있던 붉은 스틱이 바로 이 스틱이다. 정말 이 스틱을 들고 지리산, 덕유산 및 설악산을 비롯해서 참 많은 곳을 다녔다. 참고로 딱히 좋은 브랜드도 아니고 중저가 제품이다.
그리고 사은품으로 받은 스틱은 브랜드도 있고 또한 성능도 괜찮은 것 같은데, 다리를 빼고 고정시키려고 나사를 돌리려면 힘이 좀 들어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내가 받은 사은품이 아니고 식구 중 한 명이 받은 것이라서 아직 사용한 적이 없다. 식구들이 산행할 때 다리를 펼쳐 주고 접어주기만 했었다.
그랬는데 21년 겨울에 LEKI 스틱을 선물을 받았다. 가장 최신 브랜드, 그리고 이름 값을 할 것 같은 접이식 스틱이다. 최대의 장점은 휴대성으로 작은 배낭에도 쏙 들어간다. 그렇지만 바로 사용하지는 않았고 그냥 묵혀 두었다가 지난 해 광복절 대화 종주에서 처음으로 “시승”을 해보았다. 그리고 그 이후로 이 “접이”에 대한 편리함 때문에 계속 이 스틱을 사용 중이다. 사용한지 한 7개월 조금 넘은 것 같다.
그런데 올 초, 내 근골격계에 한참 문제가 있었을 때 이 새 등산 스틱도 “더불어” 고장이 난 적이 있다. 2월 하순, 성남 누비길을 걸었는데 3코스 영장산 코스를 걷는 도중 왼쪽 스틱의 촉이 부러졌다. 영장산을 넘어 한참 태재 고개를 향해서 걷고 있는 중이었는데 장소는 그냥 평평한 탐방로 위였다. 딱히 스틱을 쓸 상황도 아니었다. 마침 탐방로의 돌뿌리인지 나무뿌리인지 잘 모르겠지만 발이 걸리며 앞으로 넘어지려는 찰나 다른 발이 앞으로 나아가며 넘어짐을 막았는데 마침 그때 스틱이 그곳에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땅에 꼽혀 있는 스틱을 발로 차게 되었는데 이러면서 촉이 부러진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이 참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이름도 잘 모르는 붉은 스틱은 정말 많은 곳을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촉이 아직도 멀쩡한데 – 물론 접히는 부분이 고장 나서 스틱 하나는 그냥 길게 펴서 다녀야 하지만 – 이보다 한참 비싸고 브랜드 이름도 빵빵한 스틱, 그리고 이제 7개월 밖에 되지 않아 거의 새 것과 다름없는 스틱의 촉이 그렇게 허망하게 부러지는 것이 참으로 넌센스처럼 느껴졌다.
다행히 마포에 AS 센터가 있고, 직접 가지 않아도 택배로 주고받아서 일주일 만에 고장이 수리되었다. 일단 너무 어이없음 때문에, 택배 상자 안에 고장 스틱 뿐 아니라 발생 상황과 더불어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컴플레인을 잔뜩 적은 편지를 동봉했다. 수리하는 곳이 뭔 죄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거라도 해야지 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았다. 읽든지 말든지..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어째 쫌 불안하다. 평지라서 스틱이 딱히 필요 없는 곳이라서 고장 나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지만, 만일 정말 필요한 순간에 부러졌다면 이건 심각한 안전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겨울에 얼음을 찍고 내려오고 있다던가. 가야 할 길이 널려 있는데, 이래가지고선 마음이 놓여지지 않는다. 접히지 않지만 관록의 그 붉은 스틱을 들어야 하나?
그런데 한번 사면 끝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늘 수리하고 관리를 해야 하는 자동차처럼, 어쩌면 스틱도 그리고 등산화도, 그리고 모르긴 몰라도 배낭 같은 것도 수리하면서 사용하는 것이 그냥 일상인지도 모르겠다.
쉬운 것이 없다………………###
첫댓글 유명 브랜드의 스틱이 촉이 부러졌었군요.
발로 찼다고 부러질게 아닌데 ㅠ
저도 촉이 부러졌다는 말은 처음 듣습니다.
AS를 받으셨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말씀대로 험한 등산에서 부러졌다면 큰 일이지요.
저도 오랫동안 여러 브랜드의 스틱을 써 보았지만 고장은 없었는데...
접어서 배낭 속에 쏙 들어가는 제품으로 바꿔 쓰고 있지만
편하고 좋습니다.
평지를 걸을 때나 산행 할 때나 스틱은 필수이지요.
수리 받으셨다니 그냥 사용해 보셔요.
그래도 이름 있는 유명 브랜드인데 이름값은 하겠지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저도 황당한 경우라서, 잘 모르겠습니다.
스틱 대가 휘거나 부러졌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또는 대부분 돌리는 곳이나 자잘한 곳이 고장이 나도
촉은 왠만하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요.
모~ 그냥 별로 품질이 좋지 않았던 제품이 제 손에 들어왔나 싶습니다.
그래도 접이의 장점이 있으니 잘 사용해야겠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봄 기운이 화창한 또 다른 토요일, 또 어딘가로 멀리
다녀오시리라 생각합니다.
즐거운 도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사진을 찍다 보니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다보니 스틱하고는 거리가 멀어지더군요. 이제부터 스틱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사진을 그리 딱히 많이 찍지 않아서 또는 이제 노하우가 조금 늘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진기와 스틱이 제게는 닥히 충돌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서울 둘레길 2코스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선수들도 함께 조인했으면 좋으련만…..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