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나현주(27)씨는 이어폰을 할 때마다 귀걸이가 거치적거렸다. 귀걸이와 이어폰이 엉키거나 서로 부딪쳐 이내 둘 중 하나는 빼기 십상이었던 것. 하지만 나씨는 이제 그런 불편을 겪지 않는다. 큐빅이 박힌 ‘주얼리 이어폰’이 등장하면서 이어폰을 끼기만 해도 패션 연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어폰을 착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존의 평범한 ‘번들 이어폰’(디지털 기기에 딸려오는 기본형 제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디자인과 기능을 자랑하는 개성있는 이어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귀에 맞춤형인 ‘커널형 이어폰’(귀 내부까지 들어가는 형태)에서부터 패션 연출이 가능한 ‘주얼리 이어폰’, 줄 엉킴을 방지할 수 있는 ‘지퍼 이어폰’ 등 이어폰이 놀랍게 변신하고 있다.
‘주위의 시선은 신경 쓰여도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 큐빅이 박혀 있어 귀걸이 대신으로 착용하는 주얼리 이어폰
일본의 디자인소품 전문 제조업체 ‘솔리드 얼라이언스’의 홍보 문구다. 이 업체는 작년 10월 ‘바나나’ ‘프랑켄슈타인’ ‘고양이 발’ ‘연어 초밥’ 모양의 ‘크레이지 이어폰 1탄’을 선보인 데 이어 최근 새로운 모델 4종을 추가해 ‘크레이지 이어폰 2탄’을 내놨다. 2탄의 디자인 역시 ‘크레이지’라는 브랜드명에 걸맞게 파격적이다. 귀에서 자라는 버섯, 화살 맞은 사과, 이어폰을 끼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 귀, 머리를 관통한 것 같은 가늘고 긴 일본 칼 등 쉽게 귀에 꽂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들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런 크레이지 이어폰에 열광한다. ‘크레이지 이어폰’ 2탄은 커널형 이어폰으로 곧 출시될 계획이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가가가 직접 디자인한 ‘하트비츠’ 이어폰도 작년 10월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삼각 이어피스 무늬가 돋보인다. 납작하고 리본처럼 생긴 케이블은 엉킴이 덜하다. 다양한 사이즈로 판매하기 때문에 귀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차음성(외부음과 통화음의 교류 차단)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이어폰의 선 부분에는 레이디가가의 사인도 적혀 있다. 레이디가가는 ‘하트비츠’ 이어폰을 “패션 액세서리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의 음질을 자랑하는 제품”이라며 “나와 내 친구들이 뉴욕에서 입고 다니는 재킷 같아 보인다”고 소개했다.
이어폰 제조업체 유프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YE-01 김연아 이어폰’도 젊은층에서 인기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 일러스트가 새겨져 있고 커널형과 오픈형(귓바퀴에 걸치는 형태) 이어폰을 조합한 형태여서 귀를 편안하게 해준다. 디자인뿐 아니라 이어폰 내에서 공기 순환을 돕고 음질을 향상시킨 ‘이중 공진 탱크방식’의 특허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성능 면에서도 우수하다.
“음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꺼낼 때면 복잡하게 엉킨 뭉치를 발견해요. 이리저리 선을 돌려가며 엉킨 매듭을 풀다 보면 노래 한 곡이 끝나버린 경우도 많아요.” 숭실대 학생 김경현(27)씨 같은 소비자의 불만을 겨냥한 엉킴 방지 이어폰도 등장했다. 디자이너 지웅씨가 최근 디자인 전문 웹진 ‘얀코디자인’에 소개한 ‘지퍼 이어폰’이 대표적이다. 생긴 모습이 Y를 닮았다는 이유로 ‘YI 지퍼 이어폰’으로도 불리는 이 제품은 지퍼와 이어폰의 합작품이다. 지퍼를 열었다 닫는 방식을 원용해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의 길이로 조절할 수도 있다. 볼륨조절기능 및 일시정지(HOLD)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다. 선의 엉킴을 방지하는 것은 물론 보관도 간편하다.
2008 국제 디자인 공모전에서 ‘물음표 이어폰’으로 은상을 수상한 김윤상씨가 최근 선보인 이어폰도 눈길을 끈다. 사람의 귓불 모양을 본뜬 제품으로 귀 모양과 들어맞아 착용감이 우수하다. 피부 접촉 면도 최소화해 접촉 면 세균 번식을 방지하는 등 위생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목에 걸고 다닐 수 있어 휴대하기에도 편리하다. 오스트리아 유명 크리스털 제조회사인 스와로브스키와 전자업체 필립스가 손을 잡은 크리스털 이어폰도 나왔다. 여성 액세서리 업체로도 유명한 스와로브스키의 디자인이 녹아있는 이 이어폰은 수작업으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개당 9만2000~14만7000원)이다. 하지만 디자인뿐 아니라 기능 면에서도 우수해 많은 여성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귀에 꽂는 이어 플러그가 원형이 아니라 평면으로 구성된 다면체여서 힘 있게 귓속에 자리잡는다. 세련된 디자인과 더불어 착용감, 차음성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이어폰 생산업체인 엘레콤, 이어메카가 선보인 ‘주얼리 이어폰’도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엘레콤의 주얼리 이어폰은 하트 모양의 큐빅을 박아 귀엽고 화려한 이미지를 연출했고, 이어메카의 ‘비제 노블레스(BiJE Noblesse) 주얼리 이어폰’은 순은(silver)을 입혔다. 표면만이 아닌 이어폰 재질을 순은으로 만들어 장식 효과가 뛰어나다. 고급 주얼리를 세팅할 때 큐빅이나 보석을 촘촘히 박는 파베 세팅(pave setting) 기법으로 디자인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실제 귀걸이처럼 귓불에 장착하기 때문에 이어폰을 직접 귓속에 넣을 필요가 없어 오랜 시간 착용해도 통증이 없다. 이 제품 역시 개당 가격이 19만8000원으로 비싼 편이다. ‘주얼리 이어폰’ 중에는 엘레콤에서 선보인 2만~3만원대의 하트 모양 큐빅 장식을 단 ‘티아라 이어폰’이 인터넷 쇼핑사이트 등에서 10~20대 여성에게 많이 팔린다.
첫댓글 흐미 난 그래도 내 이어폰이 조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