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OME
OME
Oh My Eyes 의 줄임말. '아 내 눈~'이라는 뜻으로 못 볼 것을 봤을 때 쓰이는 말.
도야가 준 인형 반값 판매 사업 아이템은 결국엔 수포로 돌아갔다. 한번 인형의 눈알이 쉽게 떨어진단 걸 안 초등학생들은 더 이상 절대 떨어지지 않는 인형눈알 스토리에는 관심조차 두질 않았다.
되레 근처 초등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에게 내가 거짓말만 하고 돌아다닌다는 소문만 무성해져서 한동안 곤혹을 치러야만 했다.
“거짓말쟁이!”
“코가 어제보다 더 길어졌어!”
조막만한 초등학생들이 내 앞에 모여서 수군거리더니 날 한꺼번에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쏟아 부었다. 날 향해 손가락질하면서 낄낄낄. 웃는 초등학생들을 보며 난 이마 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손으로 훠어이 내저으며 딴 데로 가란 제스처를 취했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이놈의 장난기 가득한 초등학생들은 아예 골목 어귀를 돌아다니면서 다른 애들까지 몰고 와 내게 장난을 쳤다.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장난기가 심한 아이들은 대형 손수레에 쌓인 인형들을 몰래 한 개씩 가져가 도망질을 치기도 했다.
“야! 야! 너 그거 안 두고 가!”
난 윽박을 지르며 쏜살같이 내달리는 초등학생을 뒤쫓아 가다 넘어져서 무릎이 까지는 상황까지 겪었다.
아직도 내 방엔 여전히 도야가 준 인형들만 수북이 쌓여있었다. 난 ‘이 많은 인형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하지?’를 골똘히 생각했다.
난 고민을 하다 푹신한 인형들이 쌓인 한 가운데로 널브러졌다. 그리고 인형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인형 속에 얼굴을 파묻기도 하고, 인형 속에 파고 들어가서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싱크로나이즈 흉내를 내기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 방문이 벌컥 열렸다.
문틈에 고개를 빠끔히 내민 것은 도야였다. 도야는 한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는데, 색색 깔의 장미와 안개꽃을 꽂아왔다. 그리고 그 꽃바구니 안에 듬성듬성 오팔 빛의 포장지에 싸인 동그란 막대사탕이 보였다. 난 인형들을 손으로 헤집으며 고갤 쳐들었다. 그리고 도야의 손에 있는 꽃바구니를 관심 있게 봤다.
내가 두 눈을 깜박이자 도야가 불쑥 꽃바구니를 내게 건넸다. 난 두 손으로 도야가 준 꽃바구니를 받아들었다. 그러자 도야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난 꽃바구니를 뚫어져라 봤다.
“이거 혹시?”
“어. 내가 꽃꽂이한 거야.”
도야는 가지런한 새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풋풋하게 웃었다. 도야의 미소는 순진무구한 산골 소년의 웃음을 생각나게 한다. 때 안 묻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난 도야의 웃는 얼굴을 보다 얼굴이 선홍빛으로 달아올랐다.
“이, 이걸 나한테 왜 주는 건데?”
도야는 내 질문에 머리를 수줍어하며 긁적였다.
“그냥 받아.”
“그냥 받아가 아니잖아!”
도야는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 채 부끄러워했다. 난 여고생처럼 몸을 배배꼬며 부끄러워하는 그 모습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신체는 까무잡잡한 구릿빛의 탄탄한 근육질인 남자가 평상에 앉아 꽃꽂이를 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니까 왠지 팔뚝에 닭살이 솟아올랐다.
난 일단 도야에게 받은 사탕 꽃바구니를 책상 위에 갖다 놨다. 내가 책상 위에 사탕 꽃바구니를 놓고 뒤돌아보자 이미 도야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방문을 열고 나가봤다.
평상 위에서 도야는 양반 자세로 앉아있었다. 그리고 생화들과 사탕들을 정성스레 바구니 안에 꽂고 있는 중이었다. 도야는 중간마다 줄기가 너무 긴 것들은 가위로 잘라냈다. 평상 위에 꽃바구니 두 개가 더 있었다.
난 도야가 꽃꽂이 하는 모습을 두 눈뜨고 빤히 볼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에는 남자다운 짐승남의 나도야와 여성스럽게 꽃꽂이를 하며 웃는 나도야가 겹쳐졌다. 그런데 내 가슴 한구석은 쿵쾅 쿵쾅! 뜀박질을 해댔다. 난 가슴팍을 주먹을 쥐고 두드렸다. 그리고 두 눈을 감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안 돼! 안 돼!”
내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도야를 보면 심장이 반응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틈엔가 대식이 내 곁에 다가와 서 있었다. 대식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꽃꽂이를 하는 도야를 봤다.
“꼴불견이야!”
대식은 평상 모서리에 엉덩이를 걸터앉았다. 그리고 붉은 장미꽃 한 송이를 가져갔다.
“형! 이런 것 좀 안하면 안 돼? 이런 건 계집애들이나 하는 거잖아.”
“!!”
“난 정말 형이 꽃꽂이나 인형 눈알 붙이는 거 보고 있으면 말이야. 어휴! 닭살이 다 돋아.”
대식은 양 팔짱을 끼고, 소름이 돋아 몸을 바들바들 떠는 연기를 했다. 그러자 도야는 대식이 가져간 장미꽃을 다시 빼앗아갔다. 그리고 볼멘소리로 대식을 향해 대답했다.
“꽃꽂이는 여자만 하란 법이라도 있는 건 아니잖아. 난 꽃꽂이를 하거나 다도를 하거나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넌 이해 절대 못할 거다. 뭔가 진짜 좋아하는 게 있어서 그것에 정신없이 미치는 일이 얼마나 좋은 건지 말이야.”
대식은 도야의 반응에 시큰둥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남자다운 걸 해야지. 이런 계집애같은 것만 하고 앉아있어서야 되겠어?”
도야는 대식의 말에 설핏 미소를 뗬다.
“한대식! 그러면 너는 앞으로 남자다운 걸 뭐 할건데? 계속해서 만수무강 사우나에서 신세를 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도야가 대식의 정곡을 찔렀다. 대식은 도야의 말이 끝나자마자 헛기침을 계속했다.
“그, 그, 그거야 나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난 절대 형처럼 계집애 같은 거! 마사지사 같은 꿈 안 꿔. 남자니까 대범한 것. 폼 나는 거해서 진짜 폼 나게 살거라고!”
“네가 어떤 걸 꿈꾸던지 상관없지만 타인의 꿈,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쉽게 무시하지 마! 네 눈엔 우습게 보일지 몰라도 난 단 한 번도 마사지사도 꽃꽂이도, 다도도 우습게 본 적이 없어.”
도야의 목소리에 힘이 팍 들어갔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강렬해졌다. 대식은 평상에서 몸을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시큰둥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갔다.
“나도 진지하게 내 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중이라고! 그러니까 아무생각도 없이 물 흐르는 대로 시간 보내는 애 취급 하지 말란 말이야.”
대식은 도야를 향해 냉큼 소리를 질렀다. 난 왠지 두 사람 사이에서 머쓱해져서 내 방 으로 되돌아갔다.
문득 그 둘의 모습을 보면서 내 꿈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다.
‘부모님의 뜻대로 만수무강 사우나를 이어받아야 하나?’
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형들 위로 널브러져서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다들 벌써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도야는 대한민국 초일류의 마사지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있고, 마동탁도 꿈이 뭔지는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4개 국어에 능통하니 하고자하면 외교관 아버지의 바람대로 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한 대식. 대식도 지금은 또렷하게 자신이 가야할 길을 찾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갈 길을 찾을 것이다.
“잉여인간들 조차 다들 앞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난 머리를 긁적이며, 몸을 일으켰다. 사방천지가 동물 인형들 투성이였다. 긴 한숨을 허공에 내 뱉었다. 갑자기 가슴이 갑갑했다. 피로나 풀어야겠다 싶었다.
곧 5층에 있는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이 있는 층엔 오락실도 찜질방도 함께 있었다.
난 흰색 타월로 양머리를 만들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반팔 티셔츠와 바지 품이 넉넉한 고무줄 반바지를 입었다. 제일 먼저 한 가운데에 있는 불가마에 들어갔다. 뜨거운 열기가 온몸으로 확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젊은 커플이 앉아서 입술과 입술을 포개던 중이었다. 난 민망해서 고개를 홱 돌렸다. 내가 의식하고 있단 걸 티 안 나게 하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맨 구석으로 향했다. 젊은 커플은 난 안 중에도 없이 진한 키스를 계속해서 나눴다. 안 그래도 더운데 얼굴이 더 화끈거렸다. 남자는 뒤 통수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여자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양 볼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여자는 단발머리에 딱봐도 앳되보이는 인상이었다.
난 손부채질을 하면서 결국엔 불가마에 잠시도 못 앉아있어보고 몸을 일으켰다. 바로 내가 몸을 일으켜서 문고리를 돌리려던 그 순간이었다.
“빵셔틀!”
“!!”
난 빵셔틀이란 말을 듣자마자 곧 온 몸이 굳어져옴을 느꼈다. 뒤를 돌아봐야하는데 뒤를 돌아보기가 싫었다. 이대로 문을 확 열고 나가버려야 하는데, 뒤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내 앞으로 드리워졌다. 누군가 내 어깨 한 쪽에 턱하니 손을 얹었다.
“야! 빵셔틀. 너 안 보는 척 하면서 구경 다 했지?”
“하, 하긴 뭘?”
내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빵셔틀은 사우나집 딸이라 찜질방 같은 거 질릴 대로 질릴 것 같은데 그것도 아닌가보다?”
빈정거리는 말투와 냉담한 표정으로 찜질복 차림인 이수가 말했다. 난 내 어깨에 얹은 이수의 손을 툭. 하고 쳤다. 그리고 몸을 뒤돌아섰다. 학교에서 봐야 되는 것도 보기 싫어죽겠는데, 사우나까지 오다니!
난 눈살을 잔뜩 찌푸리며, 볼멘 표정으로 이수를 봤다.
“사우나 왔으면 그냥 조용히 사우나만 하다가 가.”
“너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명령하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걸 말한 것뿐이야. 하던 거 계속 하던가!”
난 불만을 토로하며 불가마 방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이수도 나를 따라 불가마 방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왜 날 쫓아오는 거야?”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묻자 이수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 너 쫓아나온거 아니야. 배고파서 밥 먹으러 나온 거지.”
이수는 거드름을 피우며 식당 쪽을 향해 걸어나갔다. 난 이수의 한쪽 팔을 붙잡았다.
“너, 너 일행은 어쩌고?”
“일행? 무슨 일행?”
“아까 진하게 키스한 여자 말이야!”
내 말에 이수는 풉! 하고 웃어넘겼다. 난 의아한 표정으로 이수에게 되물었다.
“지금 왜 웃어?”
“그 여자 나도 모르는 여자야. 오늘 여기와서 처음 봐.”
“뭐!”
난 화들짝 놀라며 입을 손바닥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 시벌겋게 붉어진 얼굴로 나지막하게 되물었다.
“처, 처, 처음 본 여자애랑 키스를 해? 그렇게 혓바닥을 착 달라붙여서?”
“훗! 안 봤다면서 볼거 다 본 모양이네.”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수를 뚫어져라봤다. 생긴 것은 귀공자 타입으로 곱상하게 잘 생겼으면서, 눈 앞에서 하는 행동마다 이질감을 갖게했다. 어느 덧 식당 쪽에는 어린이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이수가 식당 쪽으로 가는 뒷모습을 확인하고, 냉 찜질방으로 가 열을 식히려는 찰나였다.
식당 쪽에서 회색 토끼 인형 복장을 한 사람이 불쑥 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목탁을 두드리면서 고개를 푹 숙였다.
“마목탁?”
“…….”
난 회색 토끼 인형 복장을 하고 서 있는 동탁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동탁이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부끄러워하며 온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그 모습에 난 풉! 하고 또 다시 웃어버렸다.
“왜 갑자기 토끼 인형옷을 입고 그랬어?”
그러자 동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양 손 집게손가락을 서로 맞댔다. 그러더니 또 온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토끼 인형 옷을 입고 부끄러워하는 모양새를 보니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왔다. 식당 앞에는 세움 간판에 ‘화이트 데이 기념으로 토끼가 사탕을 나눠드려요!’란 글자가 박혀있었다.
난 세움 간판에 박힌 글자를 보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니까 이벤트로 토끼 인형 옷을 입고 있었잖아!”
내 말에 동탁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난 순간 머릿속에 번쩍이는 게 있어 토끼 인형 옷을 입은 마동탁의 한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동탁이 뒷걸음질을 쳤다.
“잠깐만! 너 좀 빌리자!”
“??”
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으로 올라가서 대형 손수레에 잡히는 대로 동물 인형들을 담아갖고 왔다.
“마목탁! 빨리 엘리베이터 타!”
내가 소리를 외치자 동탁이 머뭇거리면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너 하루 왠종일 더웠겠다. 그렇지?”
그러자 동탁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난 1층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만수무강 사우나 정문 앞에서 동물 인형들을 무료로 나눠준다고 선전을 했다.
“화이트데이 기념 동물인형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이 인형은 초강력 본드로 붙였기 때문에 절대로 눈알이 빠지는 그런 인형이 아닙니다.”
“??”
난 옆에 가만히 서 있는 동탁에게 눈치를 줬다.
“너도 가만히 있지만 말고 뭐라도 좀 해봐.”
그러자 동탁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어느 순간부터 그루브를 타기 시작했다. 천천히 몸을 들썩이면서, 엉덩이까지도 씰룩였다. 몸치까지는 아니었지만 손동작이나 다리 동작이 상당히 어색했다. 어느덧 토끼 인형 옷을 입고 춤을 추는 동탁에게 길을 지나던 사람들이 눈길이 멈췄다.
“자! 자! 다들 인형 무료로 받아가세요. 만수무강 사우나에서 화이트 데이 기념으로 인형을 무료로 나눠드립니다!”
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길 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모았다. 다행히도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만수무강 정문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난 해맑게 웃으면서 동탁과 함께 무료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에게까지도 인형을 나눠줬다. 무료로 준다니까 많은 사람들이 금세 모였다.
“만수무강 사우나입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기분이 좋아진 동탁이 더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최선을 다해서 춤을 추는 동탁의 모습이 새삼 달라보였다. 난 동물 인형 옷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을 그의 모습이 빤히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과 날 도와주며 애쓰는 것을 보니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힘들지 않아?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
난 동탁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오후 10시쯤이 되어서야 내 방 안에 가득했던 동물인형들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하도 목청껏 사람들을 불러 세우느라 목이 다 따가웠다. 난 비타민 드링크제를 동탁에게 건넸다.
“이제 동물인형 옷 벗어. 더울 텐데…….”
내 말에 동탁이 고개를 거세게 흔들었다.
“왜? 왜 안 벗겠다는 건데?”
“!!”
동탁은 계속해서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난 그런 동탁을 쫓아다니며 그만 인형 옷을 벗으라고 달라붙었다. 이때였다. 어디선가 동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둘 뭐하는 거야?”
난 내 귀를 의심하며 뒤를 돌아봤다. 그랬더니 정문 앞에 동탁이 기지개를 늘어지게 하며 서 있었다.
“동탁?”
난 정문 앞에 서서 기지개를 늘어지게 하며 서 있는 동탁과 인형 옷을 입고 머리를 좌우로 거세게 흔드는 누군가를 번갈아봤다.
“뭐야?”
난 인형 옷을 입은 누군가에게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강제로 토끼 인형 탈을 벗겨냈다. 토끼 인형 탈을 벗겨내자 모습을 드러낸 건 바로 한 대식이었다.
“한대씩? 너 지금까지 왜 마목탁 흉내를 내?”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빤히 대식을 봤다. 그러자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동탁이 대식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대식이 갖고 있는 목탁을 뺏다시피 강제로 가져갔다.
“토끼 인형옷 입고 애들 사탕 나눠주는 것도 쉬운 일 아니라니까! 내 말이 맞지!”
동탁이 대식에게 말했다. 나는 뭔가 기분이 오묘했다. 한 대식이 돈 안 되는 남의 일을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모습이 새로웠다. 난 신선한 충격을 받고 대식을 뚫어져라 봤다. 어느 틈엔가 대식의 양 볼가가 발그레해졌다. 그리고 대식의 이마로부터 구슬땀이 흥건하게 흘러내렸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에피소드를 몇 개로 이어갈지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이수, 하늬, 대식을 중점적으로 그릴 예정이랍니다. 그와중에 도야의 이야기도 섞이니까 재미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