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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베이스 소띠하, 드럼 송명훈, 보컬 미누. |
흰쌀 같은 함박눈이 내리면 부지런히 재봉틀을 돌리던 그녀는 넋이 나간 듯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오래된 이불속 솜뭉치처럼 뒤엉킨 먼지가 폴폴 날리는 공장 내부. 그녀가 뿌옇게 김이 서린 창을 옷소매로 닦아 내려가면 상기된 그녀의 양 볼이 창을 벌겋게 물들였다. 베트남 출신 이주 여성인 그녀는 한국에 와서 처음 눈을 봤다고 했다. 소복히 쌓이는 눈처럼 희망도 부풀었다.
그러나 상처난 자리마다 뿌리내리는 실밥의 수가 늘어갈수록, 체불된 임금이 불어날수록 그녀는 점점 하얀 눈처럼 창백해져갔다. 봄기운을 알리며 동백꽃이 이르게 핀 어느 날 그녀는 재봉틀 앞에서 피를 토했다. 이후 그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함께 일을 한 노동자들은 그녀가 죽었다고도, 단속반원들에게 끌려갔다고도 했다.
더불어 사는 세상 꿈꾸며 노래
‘스톱 크랙다운(Stop CrackDown)’ 밴드의 대표곡 ‘베트남 아가씨’는 봉제 공장에서 일하며 겪은 베트남 이주 여성의 고단한 삶을 모티브로 한 창작곡이다. 2003년 11월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미등록노동자 단속에 맞서 이주민 노동자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렸을 때 서울 성공회 성당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다국적 노동자 밴드 스톱 크랙다운이 결성됐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을 중단하라”는 시위 참가자들의 피맺힌 절규는 바로 그 자리서 그룹의 이름이 돼 버렸다.
미누(보컬, 네팔), 소띠하(베이스, 미얀마), 소모뚜(기타, 미얀마), 해리(키보드, 인도네시아), 송명훈(드럼, 한국) 씨가 참여하고 있는 스톱 크랙다운 밴드는 이주민들의 희로애락을 만다라 수놓듯 오선지에 그려 넣는다. 멤버의 취향이나 국적은 제각각 이지만 그들은 자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대화하며 음악적 교감을 통해 세계일화를 꿈꾼다. 다양한 악기의 소리들이 어우러져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듯 그들도 자신들을 포함한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처럼 사회의 일원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받으며 당당하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우리(한국 사회)의 또 다른 얼굴인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선율에 싣습니다. 그 다음은 희망이라는 날개를 달지요. 저희 밴드의 노래는 희망에 대한 찬가인 동시에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 던지는 화합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부조리한 현실을 살게 하는 유일한 힘은 희망이라고 했던가. 밴드 내 유일한 한국인인 송명훈 씨는 “희망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개념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재의 고통을 극복하고 우리 삶을 변화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삶의 원동력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밴드에서 활동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톱 크랙다운 멤버들은 고난 속에서 희망의 물줄기가 샘솟는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하는 일은 어두운 우물 속에서 희망을 길어 올리는 일이라고. 밴드 보컬과 이주노동자 방송MWTV(Migrant Workers TV) 영상제작팀장을 맡고 있는 미누 씨는 매일 전해오는 이주민들의 사연에 눈물샘이 마를 날이 없다. 미누 씨는 어느 겨울날 해안가에서 어부 생활을 하는 캄보디아 출신 이주민노동자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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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키보드 해리, 기타 소모뚜. |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모진 칼바람에 몸이 찢어질 것 같습니다. 눈뜬 채 지옥을 경험합니다.” 상상하기 힘든 악조건 속에서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한국에서 맞은 겨울은 캄보디아인에게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본국에는 자기 하나만을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버마 행동 총무를 겸하고 있는 소모뚜 씨는 해마다 이주노동자가 10만 명 정도 새로 들어오지만 계속 추방당한다고 했다.
공연 수익금 이주노동자 위해 사용
“불법체류자의 공포와 불안을 악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근로조건 같은 건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없어요. 산업재해는 특별하게도 우리에게 집중됩니다. 손가락과 손목이 잘려 나가고 병들어도 문제를 제기했다간 당장 단속으로 이어져요.”
그래서 권리를 주장하는 일은 강제추방을 선택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강제추방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에게 죽음보다 무서운 것이 강제추방이다. 더 이상 오갈 데 없는 이들은 자살을 선택한다. 의문사도 있다. 단속을 피해 공장 건물 외벽을 타고 달아나다 아래로 추락하여 뇌사 상태에 빠진 이주노동자도 있다.
근로조건이 너무 열악해 계약한 공장에서 일탈하게 되면 바로 불법체류자가 돼 버린다. 결국 정부가 앞장 서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는 셈이다. 스톱 크랙다운은 투쟁의 방식 중 하나로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는 문화 활동을 선택했다.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처음엔 답답하고 마음에 울분 같은 것이 많아 시작했지만 그 울분은 이제 희망과 사랑으로 바뀌었다고. 그래서일까. 멤버들은 자신들의 지은 ‘We Love Korea’를 좋아한다.
“세월이 말해주잖아~ 이땅에 우린 함께해왔잖아 우리 모두 모여서 함께 만들어가자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korea korea~.”
한국에 대한 울분은 이렇듯 사랑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이제 ‘We Love Korea’를 부르며 한국에서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 20주년을 맞아 헌정 음반을 만들 때 박노해의 시 ‘손무덤’을 가사로 곡을 만들었어요. 70~80년대 한국의 산업화 시대를 이끈 노동자들의 애환이 구구절절 가슴속 깊이 파고 들었습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 노래는 이제 이주민노동자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됐습니다. ”
산업화 시대를 이끌며 꿈을 잃지 않았던 한국의 노동자들처럼 그들도 희망을 놓지 않는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변화는 단 한순간에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오늘도 다섯 멤버들은 노래를 한다. 음악을 통해 공감대를 높이다 보면 올바른 다문화 사회가 확립될 것을 다섯 멤버들은 한결 같이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에서 밴드의 공연이 있는 날엔 소문을 전해들은 이주노동자들로 공연장은 성황을 이룬다. 과다한 작업으로 일터에서 지친 이주민노동자들은 밴드의 음악에 취해 잠시나마 오랜 피로를 풀고 고국에 대한 추억에 잠긴다. 이렇게 마련된 음판 판매 수익금과 출연료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으로 쓰이고 있다.
이주민 1백만 시대를 맞은 한국 사회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홀대와 멸시’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반추시킨다.
19세기 중반 이후 본격화된 코리안 이주도 다른 많은 디아스포라 집단처럼 정치적·경제적 상황 속에 어쩔 수 없이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프레스에 짓눌린 이주노동자의 오른손은 1백 년 전 남미 애니깽의 독소 강한 가시에 찔려 피 흘린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왼손을 닮았다.
인터뷰를 마치자 멤버들이 오른손과 왼손을 살포시 포개고 작별 인사를 한다. 나마스떼~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말을 건네듯, 아픔이 다른 아픔을 보듬듯. 저녁놀이 어둑어둑 사위어갔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2003년 11월 정부가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면서 미등록노동자 단속에 맞서 이주민 노동자들의 대규모 반대 시위가 열렸을 때 서울 성공회 성당에 마련된 농성장에서 다국적 이주민 밴드 ‘Stop Crack Down’이 결성됐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을 중단하라”는 시위 참가자들의 피맺힌 절규는 바로 그 자리서 그룹의 이름이 돼 버렸다.
1007호 [2009년 07월 20일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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