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락가 솔도파의 서북쪽으로 오래된 절이 있는데 그 속에 있는 솔도파는 건건치성(建揵稚聲)이라고 한다. 처음에 이 성 안에는 가람이 백여 곳 있었고 승도들은 온화하고 고요하였으며 학업이 맑고 높아 외도 학인들은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후에 승도들이 차츰 세상을 떠나고 그 뒤를 잇는 후진들은 선배들의 수행을 잇지 못하였다. 반면에 외도들의 사자(師資 : 스승과 제자) 관계는 잘 이어졌고 수행도 잘 이루어졌다. 이에 외도들 수천 수만 명이 승방으로 몰려가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건치(揵稚)를 두드려서 학인들을 불러 모으시오."
그러나 승방에는 어리석은 자들이 무리를 이루어 함께 살고 있었으므로 외도의 말을 듣고 그릇되게 건치를 두드리는 자가 있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왕에게 아뢰었다. "우열을 가려 주시기를 청합니다." 외도들의 스승들은 재주가 뛰어나고 학업도 정통해 있었다. 반면 승려들은 비록 무리를 이루고 있었으나 그들의 말과 논리는 볼품없고 천박하였다. 그러자 외도들이 말하였다.
"우리의 이론이 뛰어나다. 그러니 지금부터 모든 승가람에서는 대중들을 불러모을 때 건치를 두드려서는 안 된다." 왕은 앞의 논변규칙에 의거하여 그들의 청을 허락하였다. 승도들은 수치를 당하고 모욕을 감수하면서 물러났다. 그리하여 12년 동안 건치를 울리지 않았다. 그러다 당시 남인도 나가알랄수나(那伽閼剌樹那)보살 [당나라 말로는 용맹(龍猛)이라고 하고 구역에서는 용수(龍樹)라고 하는데 잘못된 것이다]이 있었는데 그는 어릴 때부터 총명하기로 이름을 날렸으며 자라서도 고명(高名)을 널리 날렸다. 애욕을 떨치고 출가하여 수학하다가 미묘한 이치를 깊이 논구하여 초지(初地)에 올랐다. 그에게 큰 제자가 있었는데 이름은 제바(提婆)라고 하였다. 이 사람은 지혜롭고 명민하였으며 기지가 있고 총명하여 그 사물에 대한 깨달음이 뛰어났다. 그가 자신의 스승에게 말하였다.
"파타리성의 여러 학인들은 외도들과의 논쟁에서 패하여 건치를 두드리지못한 지 1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 제가 감히 삿된 견해의 산을 쳐부수고 정법의 횃불을 밝히고자 합니다." 그러자 용맹이 말하였다. "파타리성의 외도들은 박학하니 네가 그들을 상대할 수는 없다. 그러니 내가 가겠다." 제바가 말하였다.
"썩은 풀을 베어내는데 어찌 산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어 그 이학(異學)들을 몰아내겠습니다. 이제 스승께서 외도의 논리를 내세워 보신다면 제가 한 구절을 한 문장마다 낱낱이 논파하고 분석하여 그 우열을 가린 후에 그곳으로 가겠습니다." 용맹이 이에 외도들의 뜻을 내세우자 제바는 그 이치를 차례로 논파하였다. 그러기를 7일이 지나자 용맹은 더 내세울 외도의 이론의 근본을 잃어버렸으며 이에 감탄하며 말하였다.
"그릇된 말은 쉽게 잃게 되며, 삿된 이치는 버티기 어렵도다. 너는 그곳으로 가라. 반드시 그들을 논파할 것이다." 제바보살은 일찍부터 고명(高名)을 날렸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파타리성의 외도들도 그에 관한 명성은 익히 들어왔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왕에게 몰려가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옛날에 굽어살피시어 사문들에게 건치를 울리지 못하게 막으셨습니다. 부디 다시 명을 내리셔서 모든 문지기들에게 주변 국가의 낯선 승려를 성 안으로 들이지 말도록 하여주소서. 그들이 서로 무리를 지어서 앞서 제정하셨던 법을 함부로 고칠까 두렵습니다." 왕이 그들의 말을 듣고 허락하여 더욱 엄중하게 수비를 보도록 하였다. 제바가 도착하였으나 성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왕이 영을 내렸다는 소문을 듣고 다시 옷을 바꿔 입었다. 승가지(僧加胝)를 개어서 풀로 덮어 가리고서 어깨에 짊어진 뒤에 아랫도리를 걷고서 재빨리 뛰어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성 안에 도착한 뒤에 풀을 털어 버리고 옷을 입었다. 가람에 도착한 그는 잠시 숨을 돌리고자 하였으나 가람에는 그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므로 묵을 방을 얻지 못하였다. 결국 그는 건치가 걸려 있는 대(臺) 위에서묵었다.
- 나가알랄수나(那伽閼剌樹那)보살 : 범어로는 n ga-arjuna이며 2∼3세기에 생존하였던 남인도 바라문 종족으로 대승불교를 인도에 성행시킨 인물이다. 인도에서는 중관파(中觀派)의 조사로 여겨지고 있으며 또한 부법장(付法藏) 제13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