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복원 중이던 불상(원광사 목조보살좌상) 안에서 5~6뿌리의 고려시대 인삼이 발견되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이것은 1,060년(±80)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어 현존하는 인삼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식물을 보관하면 수분이 증발하여 오그라들고 말라서 결국에는 썩게 된다고 상식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인삼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어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상태에서 발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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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인삼이 오랜 세월동안 잘 보존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이 인삼이 보통 인삼이 아니라 홍삼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홍삼은 ‘수삼을 증기 또는 기타 방법으로 쪄서 익혀 말린 것’(인삼산업법 제2조)을 말하며 대게 붉은 빛을 띠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보통 그 찌고 말리는 과정을 아홉 번 반복한다고 하여 ‘구증구포(九蒸九曝)’라고 합니다.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홍삼의 수분 함량은 14% 이하로 떨어져 딱딱한 고체덩어리로 변하며 반면 수삼은 75% 이상이라 캐내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서서히 부패합니다. 말린 인삼인 건삼도 긴 세월이 흐르면 가루가 됩니다. 이것이 천 년 묵은 인삼이 오랫동안 보존된 비결입니다. 천 년 묵은 인삼의 등장으로 1123년 고려를 방문한 송나라 사신 서긍의 『고려도경』에 ‘고려에는 생삼과 숙삼(熟蔘, 익힌 삼)이 있다’고 기록된 것을 통해 추정해왔던 홍삼의 오랜 역사가 증명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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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액을 추출하는 약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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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증구포가 자동으로 실행되는 기계
인삼 자체를 그냥 먹지 않고 번거롭지만 구증구포의 과정을 거쳐서 가공하는 것에는 중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건조상태에 있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인삼보다 보관하기가 편하고 온도나 습도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구증구포의 과정에서 인삼에 주로 함유된 사포닌 등 인체에 유익한 성분이 크게 증가하고 활성화되며 인삼 고유의 독성이 제거되어 최적의 효능과 약성을 가진 상태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사포닌은 인삼의 겉껍질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중심의 목질부(수분통로)에는 적기 때문에 표면의 엷은 껍질을 벗겨내고 만들어진 백삼은 그만큼 사포닌 양이 적어집니다. 이에 비해 홍삼은 껍질 그대로 찌고 말리는 과정에서 사포닌을 다량 함유하고 열로 인해 전분이 호환되어 장기 보존이 가능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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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수삼 흑삼
국내외 많은 학자들이 인삼을 연구해왔고 그 효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로 혈소판 응집 유도물질에 의해 유도된 혈소판 응집 물질을 억제하여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삼 제품을 장기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비교해 혈소판 응집 반응이 감소하고 혈액응고시간이 길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와 같은 외부자극에 대해 신체가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병균과 같은 이물질에 대항하는 비특이적인 방어작용을 활성화시킵니다.(식약청 자료) 그 밖에 원기를 회복시키고 스트레스 및 피로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며 노화를 방지하는데도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 당뇨병 심지어 신종플루에도 효능이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다가오는 봄의 반갑지 않은 손님인 춘곤증을 이겨내는데도 인삼은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춘곤증은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절기 변화를 신체가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신체적 현상으로 신체리듬을 잃어버려 나타나는 것입니다. 만성피로를 겪으며 생활에 활기가 없을 때 인삼은 봄철 떨어진 면역력을 증강시켜주고 원기를 회복하며 두뇌활동을 촉진시켜 나른한 기운을 완화시키고 활력을 북돋아줍니다. 이만 하면 인삼은 만병통치약이라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효능이 알려져 있지만 정식으로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더 많은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말하며[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 제3조], ‘기능성 원료’란 “건강기능식품의 제조에 사용되는 기능성을 가진 물질”을 의미합니다.
식품이나 약품의 효능에 대한 허위 및 과장으로 인한 국민 건강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효능을 과학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식약청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만 ‘기능성 식품’으로 인정받아 기능성을 상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식약청에서 인삼을 기능성식품 원료로서 정식 인정하고 있는 효능은 수삼의 경우, 면역증진과 피로회복이며 홍삼은 수삼의 두 가지 효능과 더불어 혈행개선이 추가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인삼특작부에서는 앞에서 언급된 여러 효능을 가지고 공식적으로 기능성 원료로 활용하기 위하여 지속적인 연구와 과학적 규명을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각종 동물 실험과 임상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인삼의 인지능 개선 기능성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인삼 뇌신경보호효과 및 인지능 개선효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hippocampus)에서의 신경세포가 손상된 상태에서 인삼을 투여한 후 거의 정상과 같은 신경세포의 생존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쥐 실험에서는 전뇌허혈에 의한 공간 기억력 결핍에 대해 인삼의 신경보호효과가 뛰어나다는 것도 밝혀졌습니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는 뇌신경세포 활성과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작용을 개발하는 것을 역점 추진과제로 삼아 최종적으로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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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로 개발된 인삼 가공 제품
그러나 이렇게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서 효능이 입증되고 인삼은 ‘고가의 건강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하지 못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인삼이 주로 중장년층을 위한 약재로 이용되어 소비층이 제한되어 왔고 수요 창출도 미흡했습니다. 그래서 인삼 소비 대중화를 위해서 약재가 아니라 식재료나 음식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쉽게 접하도록 하는 노력이 농촌진흥청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인삼을 이용한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고 채소처럼 쉽게 활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소비자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자는 것을 골자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고려인삼의 효능이 탁월하다는 것이 입증된 만큼 한식의 세계화와 병행하여 전통음식과 접목시키자는 ‘신선한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인삼을 여러 방식으로 가공하여 만든 식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캡슐형 알약이나 꿀에 절인 절편, 농축액, 가루, 비누 등 우리의 편견을 뛰어넘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캔디나 젤리, 양갱, 초콜릿 형태로 가공하여 어린이와 청소년을 겨냥한 상품이 있는가 하면 미용을 위한 홍삼팩과 홍삼비누도 출시되었습니다. 나른한 봄날, 모든 만사가 귀찮고 힘드시죠?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인삼과 우리 모두 친해져서 건강과 활력을 되찾아 봅시다.~
※ 사포닌(Saponin)이란?
Saponin이란 수용액에서 비누처럼 미세한 거품을 내는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식물체에 널리 존재하는 배당체(당류와 탄수화물의 혼합체)인 사포닌은 물의 표면 장력을 낮추므로 쉽게 거품을 내고 용혈작용을 나타냅니다. 사포닌은 도라지, 더덕, 두릅 등 여러 식물에 함유되어 있고 이중에서도 홍삼의 사포닌이 특히 효능이 뛰어납니다. 인삼 사포닌은 약성이 온화하고 독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용혈작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인삼사포닌 성분은 타 식물에서 발견되는 사포닌과는 화학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그래서 인삼사포닌은 타 식물계 사포닌과 구별하기 위해서 인삼(ginseng) 배당체(glycoside)란 의미로 ginsenoside(진세노사이드)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