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아침에 미리 계획했던 분당의 박나래양을 불렀다. 포항친구의 딸로 예전부터 잘 알고 있던 딸같은 애였다. 지금은 분당 제생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간호사이다. 직장과 관련하여 할 얘기도 있고 해서 아침 일찍 가평으로 오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일찍 나서 가평터미널로 갔더니 나래가 와 있었다. 버스로 오는데 옆에 앉은 남자한테서 냄새가 나서 멀미가 날 지경이었다며 얼굴이 창백해 있었다. ㅎㅎ 자식! 좀 씻고 다니지. 나는 오늘 저녁에 서울 왕십리로 가야해서 시간을 재어보니 아무래도 여유가 없을 것 같아 우리는 남이섬은 포기하고 아침고요수목원만 가기로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하여 10만평의 넓이에 총 4,5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는 전국적으로 이름난 원예수목원이다. 1996년, 삼육대학교 원예학과 교수인 한상경교수가 직접 설계하고 조성하였으며, 경기도 가평군 상면 행현리 축령산(879m)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는 청평에서 우회전하여 한국 100명산 중의 하나인 축령산 쪽으로 들어가는데, 이 수목원은 계절별, 주제별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잣나무나 구상나무, 주목 등이 있는 침엽수정원, 한반도 모양으로 조성되어 하경전망대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하경정원과 한국정원, 허브정원, 분재정원, 석정원, 에덴정원, 야생화정원, 아이리스정원, 능수정원, 무궁화동산, 고향집정원, 매화정원, 달빛정원 등 20개의 주제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밖에 詩가 있는 산책로, 탑골, 선녀탕, 천년향 등 여러 공간도 포함하고 있다. 총 4,500여종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야생화정원에는 750여종, 아이리스정원에는 한국 최다인 800여종, 무궁화동산에 무궁화 200여종, 한국정원에 목단 38종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다. 각종 영화와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주변에 식당들이 엄청나게 들어서 있다. 우리도 나름 유명한 식당인 뿌리가든에 들어가 잣두부버섯전골을 먹었는데 생각보다는 별로였다. 아침고요수목원을 구경하고 나와서 노란색 건물의 조용한 커피숍에 앉아 나래양이 필요로 하는 성남의료원 지원서 작성을 도와주었다. 저녁에 성동구 성동경찰서 4거리에 나래양을 내려주고 나는 왕십리의 초등동기회에 참석한다. 그날 밤은 많은 술을 먹고 유흥하다가 아침에 호텔에서 일찍 깨어 고향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유일한 적멸보궁 영월 법흥사에 들러보려고 한다.
나는 서울 왕십리에 있는 무학초등학교 출신이다. 처음에는 경주 월성국민학교로 입학했다가 중간에 마산 완월국민학교를 거쳐 서울의 무학초등학교에서 졸업했다. 부모님이 안 계신 탓에 형님, 누나들한테서 도움을 받다보니 왔다갔다 한 것이다. 그래서 내 고향은 경주지만 또한 왕십리도 내 고향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는 60년대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의 세대이다. 그 왕십리 산동네의 애환과 하층 서민들 문화 틈속에서 잡초처럼 자랐다. 그래서 적절하게 감성적이며 적절하게 거칠기도 하다.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많이 마시고 대화도 많이 했다. 뭐 그리도 할 얘기들이 많은지 지나보면 하나도 쓸 데 없는 얘기들이지만, 술 마시면 어디 제 정신들인가? 막 얘기하는 거지. 실수해도 그만이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