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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에 기대어
—임동산우회 불암산 시산제에 붙여
권 옥 희
참 용감하게 살아냈다고,
설을 넘기면서 그 춥던 겨울 추위도 뚝 꺾였다.
땅속 어딘가에서 물 흐르는 소리 들릴 것 같은 포근함에
개구리 겨울잠에서 기지개켜듯 어깨가 절로 펴지는 날씨와
마음 한가운데로 몰려드는 색다른 맛의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진다.
날마다 숨 쉬고 살면서도 느끼지 못했던 이 공기의 맛과
아프지 않고 숨 쉬며 살 수 있는 고마움은
유달리 추웠던 겨울 탓만은 아닐 게다.
우리 고향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수많은 소와 돼지들이 죄 없이 땅에 묻혀야 했던 절망.
그 커다란 눈망울에 이승에 태어난 업보인 양
눈물을 달고 말없이 떠나간 소들과
왜 묻혀야 되는지 이유도 모른 채 생매장된 돼지들을 생각하면
저 먼 세상보다 개똥밭이어도 이승이 낫다고 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웃을 수 있는 걸까?
어쩌랴. 세상은 늘 슬픔 뒤에 숨어 사는 걸. 우린들 어쩌랴.
발생지가 내 고향이어서 더 걱정되고 더 미안했던 것을.
찬 공기를 타고, 먼지 알갱이 하나에도 제 정체를 묻어
발톱 두 개를 가진 동물에게 무차별 공격을 하던 바이러스는
따뜻해진 날씨와 함께 힘을 잃었다. 정말 다행이다.
사람이 제 아무리 힘들어도 숨을 쉬고 살 수 있는 것은
이렇듯 먹구름 뒤에 감춰진 눈부신 태양의 무한한 사랑과 능력 때문이다.
더러는 그것을 희망이라고 부르고 꿈꾸는 미래라고 부른다.
우리는 그렇게 또 고비를 넘기고 보란 듯 털고 일어나
눈부신 태양을 맞았다.
내가 천사표라 부르는 그 봄이 내 곁에 바짝 와 줄 날도
이제 멀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처음으로
고향 사람들과 함께 하는 불암산 산신제에 다녀왔다.
해마다 분기별로 일 년에 네 번 있는 고향사람들과의 산행이
무사하도록 기원하면서 연례행사로 산행 겸 지내는 불암산 산신제.
제사가 끝나면 가든 마당에서 펼치는 윷놀이 겸 뒤풀이가 더 끝내준다고
은희가 몇 해나 자랑하면서 내 귀를 따갑게 했었는데
추운 산행은 정말 싫어서 엄두도 못 내던 나는
아이젠도 사고 기모바지도 사서 한번 따라가 보자고 작정을 했다.
그런데 은희가 저는 발목이 시원찮아서 산행은 안 가고
바로 시산제 장소로 간다며 무릎 아프면 낮 12시쯤에 만나
슬슬 가자고 문자가 왔다.
아이구, 어쩌노~ 이 갈등을... 한참을 망설이다
‘아냐, 미끄러울까봐 아이젠 사고
추울까봐 거금(?)주고 산 기모바지 값은 해야지.’
하면서 주섬주섬 산행준비를 마치고 나서려는데
벌써 출발했다고 지영이한테 문자가 왔다.
우리 동네 화곡역에서 5호선을 타고 만나기로 한 동대문운동장역에서
4호선을 갈아타긴 탔는데 지영이와 철현이는 뒤쪽, 나는 앞쪽이다.
일찍 도착한 지영이가 나 기다리느라 한20분 기다렸으면 뿔났을 텐데
수많은 지하철 문을 통과해서 거기까지 갈 엄두가 안 난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한 자리 차지하고 한참을 가는데
빨리 안 건너 오고 뭐하냐고 전화가 왔다.
할 수 없이 배낭을 메고 문을 통과하는데
칸마다 쏠리는 사람들의 눈길에 고개가 자꾸 숙여진다.
가다가 보니까 박수생 선배님이 혼자 앉아계신다.
꾸벅 인사를 하고 우리 철현이가 오다가 만나는 선후배님 있으면
함께 오란다고 했더니 이따가 보자며 그냥 가란다.
그렇게 뒤 칸까지 가서 서로 만나 상계역에 도착하니
산행약속 시간인 9시 30분이 다 되었다.
어머나, 31회 류필휴 향우회장님을 비롯하여
59회 백명원이네 병아리들까지
80여 명 우리 고향 사람들 참 많이도 모였다.
모두가 알록달록한 등산복차림이 꽃보다 더 아름답다.
새로 산우회장님이 되신 류기헌 선배님과
총무 남금옥 동생이 반겨준다.
여전히 쩌렁한 목소리 울리며 고향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자기 한 몸 불사르듯
머슴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동생 기룡이와 기중이,
그러고 보니 신임회장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건
이 두 아우님의 든든한 배경 때문이 아닐까?
삼형제의 모습이 서로 달라도 너무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우리 재경 임동산우회나 향우회에
빠져서는 안 되는 보물들인 것 같다.
오래도록 산우회를 잘 이끌어서 산행 때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던
김희수 전임회장님께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이제는 시원섭섭하시겠다고 하자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하셨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으리라. 한 단체의 리더가 된다는 건
어쨌거나 짐 되고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방명록에 이름을 적고 오빠라고 불러주는걸 더 좋아하는
34회 김용진 선배님께 인사하고 돌아서니 36회 형기오빠도 오셨다.
그리고 처음 참석하는 58회 새로운 동생들,
그리고 또 반가운 동생들, 언니, 오빠들...
우리 46회 친구들은 내가 가서 그런가(히히 농담) 무려 12명이나 왔다.
아유, 반가워! 그 동안 잘 지냈지?
조용한 일요일 아침 상계역이 열차가 출발을 못할 정도(?)로
역 앞은 왁자하게 떠드는 소리로 가득 찼다.
문득 울산의 박찬경 동생이 한줄 메모로 쓴 글이 마음에 와 닿았다.
움켜쥔 인연보다 나누는 인연으로 살아야 하고 슬픔 주는 인연보다
기쁨 주는 인연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
바로 지금 여기 모인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고향은 물속에서 빨간 맨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다 지워버렸지만,
임동이라는 알 수 없는 뿌리에 기대어 그 뿌리가 힘을 잃을까봐
이렇듯 만날 때마다 좋아서, 그리워서 죽고 못 사는 사람들.
어쩌면 우리는 곧 불암산을 오르면서 만나게 될
절벽 바위틈에 외롭게 뿌리내려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구불텅한 한 그루 소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이를 초월한 듯 우리 용진대선배님, 아니 오라버님을 선두로
우리는 드디어 산행길에 올랐다.
뒤쳐지면 힘들까봐 지영이 나, 동원이, 오성이, 종직이가 선두에 섰는데
길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산행대장 철현이따라 우리와 다른 길로 가버린 친구들.
모두 한길로 갔으면 좋았을 텐데...
아파트 옆길을 따라 5분정도 언덕을 오르자 벌써 숨이 찬다.
공원 입구에서 비록 반쪽이지만 은희대신 미령이가
단체사진도 찍어주고
불암산도 요즘 유행인 둘레길이 있다는 이정표를 뒤로 하고
돌계단을 계속 올라가는데
작년엔 응달이어서 미끄러워 힘들었다는 말과는 달리
이번엔 아이젠을 착용할 필요도 없이 길이 좋았다.
군데군데 남아 있는 잔설, 지난 겨울 저 힘 잃은 눈 속에 갇혀
미끄러움과 씨름하던 한 달여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그런데 평소에 운동할 때처럼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려 눈을 따갑게 한다.
이런~ 추울까봐 털모자 쓰고 헤어밴드 할 머플러도 안 가져왔는데,
가파른 길 숨 차는 건 고사하고 땀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저 위 깔딱 고개라는 이정표가 보이자
드디어 숨 고를 기회가 왔다.
용진 선배님이 정자에서 잠시 쉬며 막걸리 한 잔을 마셔야
저 고개를 넘어갈 수 있다고 하면서 꿀맛 같은 휴식이 주어졌다.
산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은 정말 맛있다.
너무 많이 마시면 산에 대한 모독이지.
기분 좋게 한 잔들을 하고 길을 재촉한다.
나는 불콰해진 얼굴에 목에 둘렀던 머플러를 이마에 밴드처럼 묶고
또 다들 멋있다고 했지만 쓸모없어진 털모자는 가방 속에 쑤셔 넣고
겉옷도 허리에 질끈 동여맨 채 이제 깔딱 고개를 넘어간다.
숨소리가 거칠어지면서 진짜 숨이 멎을 것처럼 깔딱거릴 쯤에야
무사히 고개 마루에 올랐는데 갈림 길이 나왔다.
여기서 우리는 태극기를 펄럭이며 눈앞에 마주보이는
불암산 정상에 오를 팀과 산 아래 불암사 시산제 장소로
바로 내려가기 위해 남은 팀으로 나뉘어졌다.
막걸리 한 잔에 힘을 잃은 지영이는
그냥 주저앉으며 더는 못 가겠고 한다.
그럼 나는? 무릎 안 좋은 건 아주 잊어버리고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저 정상을 밟아볼까 하며
용기 있게 친구들 뒤를 따랐다.
산에서는 무엇이든 장담 말라고 했다던데
바로 코앞일 것 같은 산 정상이 가도 가도 이어진 계단으로
미령이 말마따나 사람 시껍하게 하기 딱 알맞았다.
계단 많다고 궁시렁거리는 누군가의 속앓이 뒤로
계단이 바위에 살짝 얹혀 있는 것 같아
경치를 구경하며 올라가라는 종직이 말을 귓전으로 흘린 채
나는 ‘그래도 이왕 왔으니 포기 말고 올라야지.’하며
오직 태극기만 바라보고 죽기 살기로 올랐다.
태극기 휘날리는 바로 산 정상아래 당도하니
불암산 507미터라는 표시석이 보인다.
은희가 왔으면 인증 사진도 찍어주었을 텐데 쯧쯧~
그것도 못 찍은 채 동원이, 종직이, 오성이와, 희두, 시학이 동생
모두 어디로 턴 할지는 모르지만 저 산 정상에 발을 찍고,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를 배경삼아
아, 내 세상이여! 하고 있는데 나는~
슬그머니 한 발 올려봤다가 급경사인 바위를 타고 도저히 오를 자신이 없어
발을 내리고 여기까지라도 온 내 자신이 대견해서
‘내가 어딜 언감생심’ 하며 돌아서서 산 아래를 내려다본다.
그새 성열이와 영희, 병연이와 그 오빠, 또 혜자,
은희 동생 미령이, 희수 전 회장님, 철현이,
아유~ 우리 공주 언니까지 올라와서
불암산 표시석 널따란 바위에 자리를 잡았다.
왼쪽은 신도시가 들어서는지 한창 공사 중인 남양주 별내면과
오른쪽은 온통 아파트 숲, 날씨가 좋아서 저 멀리 북한산도 보이고
이웃에 수락산, 도봉산, 사패산 봉우리로 둘러쳐져 있다는데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니까 그냥 이쯤 해두고
숲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자연의 오묘함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 모으기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뒤져보니 쥐바위, 두꺼비바위도 있다는데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으려고 앞만 보고 살아서
그런 것도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진 게
현대를 사는 우리의 마음가짐이었다.
오세암에서 마음의 눈을 떠서 앞 못 보는 누나에게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더 잘 말해주고 싶었던
다섯 살 아이 길손이 같은 마음을 몇 번이나 가져 봤으며
소중한 것은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여우의 말을 듣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장미에게로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웃고 있는 별을 선물하고 간 어린 왕자의 별을
우리는 몇 번이나 올려다보면서
혼자 행복한 미소를 지어 봤을까?
불암산의 다른 이름은 천보산이라고도 하는데
원래 불암산은 금강산 기슭에 있던 산이었다.
유래에 의하면 조선 왕조가 도읍을 정할 때
한양에 남산이 없어 쉽게 결정을 못한다는 소문을 듣고
불암산이 자기가 남산이 되고 싶어 부랴부랴 한양에 왔다가
이미 목멱산이 남산으로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걸 보고 돌아섰지만
한 번 떠난 금강산에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돌아선 그대로 지금의 자리에 머물고 만 것인데
이 때문에 불암산은 서울을 등지고 있는 형세라고 한다.
탤런트 최불암씨가 불암이라는 이름을 빌려 살면서
이름이 너무 커서 어머니도 한 번 불러보지 못한 채
그 그늘에 몸을 붙여 살아 왔다는 표시를 읽으며
불암과 불암산이 무슨 연관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그 이름 빌려 살아 고맙다는 마음의 표현인 듯 해
어머니 품처럼 불암산이 더 아늑하게 다가왔다.
우리가 빌려 사는 게 어디 이름 뿐이랴.
한 세상 빌려 살다가 자리내줄 때까지
이처럼 고마워할 것이 한둘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봄을 기다리며...)
올라올 때는 상계동에서 시작됐지만 하산 길은
계속되던 계단 길이 아니라 바위를 타고 남양주 쪽으로 내려간다.
불암사가 그 쪽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으아~ 천태산에서 봤던 로프가 나온다.
지영이가 멋지게 타고 오르던 그 로프를 나와 몇몇 친구들은
결국 타지 못하고 삥~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이 줄은 거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겁난다.
종직이가 붙잡아 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용기를 준다.
벌벌 떨며 내려온 뒤에야 에이, 별것도 아니구먼. 했지만
종직이 아니였으면 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을 거다.
봄인 듯 따뜻한 휴일, 그런 나를 비웃듯
자일 하나에 매달려 암벽을 타는 여자들이 부럽기도 하다.
산 자체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절벽,
울창한 수목이 어우러진 산이 바로 불암산이고
신이 그려 놓은 한 폭의 수묵화가 이 산에도 어김없이 나부끼고 있다.
내려오는 길에 불암산 호랑이 제1 동굴이 눈에 들어온다.
육사생도들의 유격훈련장인가 본데 우리 친구 탁준이가 왔다면
분명히 들어가서 도사처럼 도 닦는 흉내를 냈을 거다.
안을 들여다보니 그리 깊진 않지만 뱀 조심하라는 문구가 써 있다.
요즘은 뱀이다~ 라는 노랫말처럼 몸에 좋다고 싹쓸이하는 사람들 때문에
뱀도 도를 닦아야 살아남을 테니 겨울잠 자는 것보다
동굴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 닦는 것이 더 급했을 거다.
다 내려가고 혼자 뒤처져서 슬슬 내려오며 돌탑이 있는 곳에선
돌멩이 하나 주워 얹어두면서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빌었다.
불암사의 하늘 높이 솟아오른 해탈문에서 그 동안의 힘들었던 일들
다 털어내고 시산제 장소에 이르니 은희가 반겨준다.
볕 잘 드는 양지쪽에 차려진 제단에는 먹음직스런 팥시루떡과
눌린 돼지머리며 제를 지낼 준비가 다 끝나 있었다.
철현이의 사회로 제문을 읽고 술을 따르고 각 기수마다 절을 하면서
엄숙하고 정겨운 시산제는 올 한해 테마처럼 펼쳐지는
꽃산행, 계곡산행, 단풍산행, 그리고 막년회겸 해서 하는
겨울산행(눈이 오면 눈꽃산행일 테지만)까지
우리 고향 사람들의 안전한 산행 길을 지켜 주리라 믿어본다.
맛난 떡과 고기를 안주 삼아 몇 순배의 막걸리가 돌고
다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윷놀이 장소인 불암가든으로 향했다.
그 넓은 가든 식당이 오늘은 우리 고향 사람들로 꽉 찼다.
구수한 오리백숙냄새가 구미를 당기고 왜 안 왔나 했더니
며칠 전의 산행에서 발목을 다친 명원이가 식당에 와 있다.
내 옆에 앉으라고 권하자 지영이가
댄스 단짝이라서 그렇게 동생 챙기냐고 한마디 한다.
그렇지만 막내들이 있어 우리 향우회, 산우회가 더 활기차지는 걸 느끼면
선배라고 무게 잡지 말고 너도 나도 막둥이라고 귀해 하며
잘 챙겨야 할 일인 것 같다.
향우회장님이 인사말을 하면서 최근 안동을 방문했다가
요즘 안동경제가 말이 아니라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구제역 때문에 밤잠 못자고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써달라고
금일봉까지 전하고 오셨다니 역시 회장님은 어디가 달라도 다르다.
먹은 만큼 배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완전 임신 팔개월이다.
안 그래도 살이 쪄서 몸이 둔해졌는데 이 노릇을 어째~
신나게 윷놀아서 조금이라도 배를 꺼지게 하려고
모두들 마당으로 고우~!
세 개의 가마니가 윷놀이판으로 깔리고
다섯 명 한 팀당 참가비는 오만원!
상만이, 동원이, 나, 지영이, 동혁이 다섯이서 출전했는데
이 시산제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서 빗자루 타고 날아온
헤리포터 상만이가 참가비를 다 냈다.
우리와 맞붙을 첫 상대는 47회 하련이네팀.
나는 아무리 던져도 개밖에 안 나오는 완전 개판인데
그래서 질까봐 걱정했는데 아유~ 우리 상만이,
그동안 미국생활하며 얼마나 고향의 옛 정취가 그리웠으면
윷가락 던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래서 47회 이기고, 또 지방에 갔다가 부랴부랴 달려온
48회 유연진 동생네 팀도 이겼다. 내 동생 영대가 와서 참여했다면
누나로서 쪼매 봐주지 않았을까 싶지만 어쨌든 형편없는 내 윷 실력보다
월등한 상만이 덕분에 우리는 연승했다. 와 이리 좋노~오~
노래 가락과 함께 덩싱덩실 춤이 절로 나온다.
우리가 제일 먼저 결승전에 올라 느긋이 상대를 기다리는 동안
함께 올라온 친구들은 역시 젊은 피가 넘치는 막둥이 팀 59회와
그 많은 남친들 어디 두고 연시, 을희, 혜자 달랑 여자 셋이 와서
다른 친구들 꿔서라도 결승에 오른 52회와
우리는 말 두 개로 승패를 겨루었다.
과연 결과는? 52회의 승리로 윷놀이 대단원이 끝나고
우리는 준우승, 59회는 3등이다.
우리 동기들은 하늘을 뚫고 하늘의 말씀을
다 알아들을 나이가 되었어도
어딜 가든 파워 넘친다.
올해 기락이와 시학이, 희두, 함박꽃 등 패기 넘치는 49회가 주관하는
총동창체육대회에서는 어떤 활약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생각해보니 젊지도 늙지도 않은 어중간한 우리 나이가
위로는 선배님들 잘 모시고 아래로는 후배님들을 잘 챙겨야 하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와 있고 또 그것이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은희네 큰언니인 39회 명희 언니가 오기 전까지는 말 한마디 없으시던
박수생 선배님은 결혼식에 갔던 언니가 뒤늦게 오자 힘이 생기나 보다.
젓가락 장단을 두드리며 언니의 선창에 따라 노래하는 재미가
노래방기계 틀어놓고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마음이 되어 부르는 노래,
모두 고향과 관련된 추억과 사랑과 그리움이
묻어 있는 노래여서 더 정감이 갔다.
친구가 있으면 좋고 그것이 고향의 친구여서
더 좋은 이 깊은 인연.
불암산을 내려오며 반질반질 손때 묻은 나무 등걸보다
한번쯤 사랑받고 싶다며 팔 길게 뻗은 구부정한 소나무의
거친 등걸을 쓰다듬었을 때 그 알 수 없는 촉감 같은 것이
한 뿌리에 기대어 살아온 우리들의 똑같은 정감이 아닐까?
아, 안동 그리고 임동...
몸이 없어도 통하는 뿌리에 기대 이 세상을 다 살고 가는 날까지
변함없는 사랑과 우정으로 함께 하길
불암산의 산신은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래서 헤어지면서도 또 만날 날을 기약하는 게
이제는 자연스런 우리의 오랜 지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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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감사 감사!
은희야, 내 마음 다 읽은 듯 글을 잘 살려 꾸미느라 고생했다.
우리는 전생에 무슨 관계였길래 이렇듯 마음이 잘 통할까?
내가 써놓고도 이렇게 음악과 함께 읽으니
괜스리 목줄기가 뜨거워지며 코끝이 찡해진다.
나한테, 아니 우리 모두에게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 고향이 뭐길래
늘 그리워하고 작은 추억 하나도 잊지 못해 우리는 이렇듯 목매고 있는 것일까?
볼수록 반가운 우리 고향 사람들,
금방 만나고 헤어져도 몇 발자국 못가 또 보고 싶어지는 사람들.
어쩔 수 없는 운명인 양 우리는 가슴에 영원히 썩지 않는 뿌리 하나 내려놓고
이렇듯 시시때때로 만나 웃고 있는 잎을 하나씩 피워가나 보다.
어제 문자받고 나도 바빠 돌아 다니느라 늦었구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오늘따라 컴퓨터 시진 올리기가 느려![ㅜ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7.gif)
![ㅜ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7.gif)
오늘도 우리 딸이랑 현대에서 '울지마톤즈. 한번더 보느라
저녁 늦게 들어와 겨우 올렸다
이 아즘마를 땡칠이로 만들어놓네
밤잠 못자며 글쓰느라 고생했구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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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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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ㅜㅜ](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7.gif)
시산제 장소에갔는데 지영이만있고 니가없어![!](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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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날 한강대교를 걸으며![~](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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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글쟁이라 표현도 어쩜 그리 잘하고, 술술
일주일내 수업하고 하루 쉬어야할 휴일마져 산행으로
함께하자 꼬여놓고 막상 함께 오르지도 못하고 외롭게혼자
내려오게 만들고
이 초보가 어디서 낙오됐나 하고 철렁했단다...
혼자 돌무덤에 돌하나 얺으며 많은걸 빌었을 내 칭구 옥희야
내삶에 니가 있어 행복하고 살맛나는거 아니
우리가 못만났으면 어쩔뻔 했노
저 건너 노량진 어디에 새들소꼽친구 옥희가 있을텐데 하며
널그리며 눈시울 적시던때가 생각난다.
칭구야 함께 늙어 갈수있어 행복 두배
두분 참 휼륭하십니다. 이렇게 정갈스러운 글 그리고 사진 너무 너무 읽기 좋고 보기 좋네요... 그저 즐거울 따름이네요... 옥희님과은희님 항상 감사드리고요...좋은 글 사진 많이 쓰시어 고향님들 향수에 많이 많이 젓게 해주시기 바랍니다...아울러 이글 45회 카페로 퍼가도 되겠지요...
옥희, 은희후배님 휼륭한 산행기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님들이 계시기에 본회가 더욱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선배님 콤비 합작품 멋집니다.
역시![ㅠㅠ](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9.gif)
글솜씨는 옥희선배님 ![쵝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5.gif)
입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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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미끄러울걸 대비해서 아이젠도 가져가고,추울까봐 등산복도 두둑한걸 새로 마련해서 입고갔디 다행히 포근한 날씨 관계로 잘나지않던 땀도 다나고..해마다 불암산행 할때 정상까지 못올라가봐서 올해는 기를쓰고 정상가지 올라가보리라 결심하면서 올라가봤디 웬 계단이 그리도 많던지 오르는데 시껍했어여.![ㅎㅎ](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70.gif)
불암정상에서 동영상을 찍어볼라캐도 넘 가파라서 굴러떨어질까 무섭기도했고 베터리가 ![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11.gif)
랑거려서 옥희선배님 사진도 제데로 못박아 드려서 넘<죄송>암튼 이번 불암시산제 산행 정말재미 있었구,고향님들 최대인원수로 더욱 기분이 ![짱](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_44.gif)
이었습니다![!](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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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 후기글 감명깊게 ![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감![OTL](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3.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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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산우회 불암산 시산제에서 부터 척사대회까지 그리고 등산 과정에까지![종](https://t1.daumcdn.net/daumtop_deco/icon/deco.hanmail.net/contents/emoticon/things_34.gif)
길, 류안진 선생님처럼 좋은 필을 가졌습니다.![삼](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7.gif)
스러워 집니다. 오늘 이러한 만남이
주마간산 처럼 소회하며 쓴 글이 선율과 함께 너무나 아름답게 꾸며져 있내요.
안동이 자랑하는 김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수필이 새
회자정리 거자필반이 될 것입니다. 좋은 산행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이구~~ 출발부터 세세하게 청산유수로 읽어지는 글
잘 보았네요. <불암>이 가깝게 느껴지네요.
필림을 돌려 시산제 산행이 다시 한 번 돌아갑니다.
항상 산행후기를 맛깔스럽게 써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지금도 아쉽네요.
후배님 기수와 우리 49회가 윷놀이 해서
이겼으면 46회 선배님과 한 판 제대로 붙는 건데
우리는 윷놀이 다 이겨놓고 윷말 잘못써서 저버렸네요.
참 재미 있는 하루 였습니다.
시산제 후기 적절한 그림과 함께 잘 봤습니다
몸은 참석 안했지만 글과 그림으로서 충분히 기분 느끼고 감니다
아름다운 글 잘 봤습니다.
선배님!만나서 출발부터 산행의 여정이 끝날때 까징 세세히도 리바이블 해주시어 한편의 드라마처럼 기억속에 추억으로 또렸이 남네여~~좋은글 잘읽고 고향 선후배님들의 정을 듬뿍 느껴보는 계기가 되네여...감솨감솨 혀유 선배님!!^^
맛스럽고 고향참기름같은 글도좋았고 주옥같은선후배님의 이름들이 오르내릴땐 코끝이 다시리고 아무리 곱씹어도 질리지 않는 고향 ! 그리고 고향사람들!! 정에 취하고 추억에 취하며!!! 잘보고 갑니다
어쩜글을 정겹게 매끄럽게 쓰시나요 그날을 그리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