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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고원재 라운드샷 작품 중에서)
고원재의 ‘Roundshot’ 창작세계
(글. 사진평론가 장한기)
가을비가 내린 후의 11월의 하늘은 맑고 투명하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보내기 전에 사전 조율을 통하여 인터뷰 일정을 잡아놓고 캘린더에 체크된 일정대로 아침 일찍 서둘러 버스와 지하철 승용차를 번갈아 타고 두 시간여에 걸쳐 도착한 곳은 일산에서도 제법 한적한 들녘에 자리 잡은 고즈넉한 마을이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는 유일한 카메라이며 세계에서도 19번째로 구입했다는, 스위스에서 수가공으로 제작된 'Roundshot' 이라는 아주 특수한 카메라를 사용하여 독창적인 사진작품을 창작하고 있다는 고원재 작가를 찾았다. 고원재는 사진가로서 뿐만 아니라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로서도 성공적인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사진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사진가 고원재로 소개 하고자 한다. 그의 사업장에 도착하니 제일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창고의 벽면에 걸려있는, 길이가 3미터는 되어 보이는 대형 소나무 사진이었다.
범상치 않은 느낌을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니 방 전체가 사진장비와 사진자료 등으로 가득하여 사업가의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진가 고원재의 사진 연구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필자의 첫 질문이 어떤 연유로 억대를 호가하는 고가의 카메라 장비를 구입하게 되었느냐고 하였더니, 한마디로 사진에 미친 탓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하였다.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 필자의 뇌리 속에는 1920년대에 구름의 메타포를 제시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마이너 화이트에게 건네준“사진가의 길은 사랑의 열병에 빠지듯이 그러한 열정이 필요하다”는 암시적 멘트가 떠올랐다. ‘마이너 화이트(미국작가 1908~1976)’ 는 알프레드 스티글리츠의 이 한마디로 20세기의 대표적인 신비학자 구제프(G.I Gurdjieff의‘비교적(秘敎的)연구 집단’에 관여하여 죽을 때까지 이 분야에 몰두하게 되었는데, 그가 추구한 사진사상은 ‘원시 우주론(原始宇論)’과 동서고금의 신비의 세계가 현시(顯示)하는 비의(秘儀)의 경지를 추구하여, 사진행위를 통하여 이 세계에 이르고자 하였던 사진가로 알려져 있다.
좀 비약적인 비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웬만큼 경제력이 뒷받침 된다고 하더라도 억대의 장비를 선뜻 구입한다는 것은 사진의 열병에 빠진 ‘화이트’와 같은 열정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되었기에 이를 심층 취재하여 보았다. 고원재 작가가 국내에 단 한 대 밖에 없다는 고가의 스위스의 Hand Made Camera 'Roundshot'을 구입하게 된 배경에는 사업상 동국제강의 회장으로부터 소나무사진을 찍어달라는 제의를 받으면서 부터였다. 국내에는 소나무 사진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도 있는데, 유명인사도 아닌 자신에게 소나무사진을 찍어달라는 청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그는 어떤 특수한 창작방법이 없을까 고심한 끝에‘Roundshot’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으며, 결국은 스위스로 건너가 고가의 장비를 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이후의 2년간이었다. 국내에서는 이 장비를 소장한 작가나 전문가가 전무한 상태였으며 사용방법 또한 메이커에서 브리핑을 받았으나 언어의 장벽으로 인하여 느낌으로만 전달 받았을 뿐 장비를 가지고 귀국하여 2년여간을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매뉴얼과 씨름하며 하나하나 독자적으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장비의 특수성이 모든 작동을 컴퓨터로 운영하는 디지털라운드카메라로서 당시만 해도 컴맹에 해당했던 그는 카메라 작동방법은 물론 컴퓨터 활용에 관한 두 가지 문제점을 동시에 해결해야만 했다. 또한 이 장비는 무게만도 40여kg이나 되며 정밀 모터로 구동되는 등 혼자서는 작업을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야외 출사 시는 가족의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3인 1조의 시스템 촬영을 하는 등 어려움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렇게 하여 완성된 것이 2006년 인사아트에서 발표한 'ROTATE THE WORLD'와 2010년 토포하우에서 발표한 '소나무는 휴머님즘이다'사진전 이었다. Digital‘Roundshot’카메라는 Alpha Swiss 카메라와 호환되는 렌즈를 사용하며, 촬영범위가 360도 회전하여 일반카메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입체적인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지 해상도는 4억7천만 화소로써 과히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DSLR카메라는 촬영자가 지향하는 전면만을 촬영할 수 있지만 라운드샷 카메라는 360도를 회전하며 전면과 측면 후면을 동시에 촬영하여 한 화면에 집약하여 보여주는 파노라믹한 입체적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파노라마 카메라와는 그 구조가 전혀 다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 이 카메라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 카메라의 특성상 작가만의 독창적인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기존의 창작방식을 초월한 아주 특별한 카메라로서, 창작 후에 희열을 느낄 정도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카메라 세트가 너무 고가이고 카메라와 소프트웨어를 정기적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어야 하며, A/S또한 본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소요되는 운반비용(1회에 120여만 원)이나, A/S후의 테스트 기간 등을 포함하여 2개월 이상이 소요되어 촬영공백 기간이 길어진다는 점과, 장비의 무게나 촬영시스템의 운영상 3인 1조가 되어야 기동이 가능하다는 단점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생각되며 재정적으로 충분한 여유를 갖지 못하면 운영이 어렵다는 점은 최대의 단점이 될 것이다. 사진가가 자신이 추구하는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물적 정신적 어려움도 극복하고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몇 안 되는‘Roundshot’카메라와 더불어 새로운 작품세계를 추구하는 고원재 작가의 창작적 열의에 찬사를 보내며, 그의 세 번째 사진전 “천년의 내밀한 기억”이 기대된다.
첫댓글 ㅎ 4억7천만화소 들어보지도 못한 이미지화소입니다 라운드샷장비의 무게가 40kg이라니... 풀 프레임에 2천몇백만 화소
단렌즈장착에 3백여만원의 가격이 책정되면 비싸다고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진통으로 시중에 출시되겠습니까?
내년 5월이 기대됩니다^^
한해동안 배려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희망과 보람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