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행(海南行) 85
“.............”
무정의 입 꼬리가 서서히 말린다.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간다. 순식간에 무
정에게 향하는 호교전사들이다. 그러자 남은 사람들이 보인다. 아홉 명이다. 아홉 명의 호교존자들은 천몽진고를 먹지 않았기에 무조건적인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그들은 서열상 오자룡의 위였기에........무정의 신형이 솟는다.
“상귀! 하귀! 고죽! 뒤를 부탁한다!”
“알았어. 대장!”
“쓰벌! 빨리와!”
상귀와 하귀가 나선다. 고죽노인이 그 뒤를 받친다. 당분간은 별 걱정이 없을 것이다. 무정의 신형이 공중에서 휘어진다. 묵기를 오른쪽으로 이동한 그였다.
“탓......”
무정의 두발이 호교사자의 전방 이장여의 공간에 내려선다. 그의 눈이 빛나고 있다. 전방에서 우측으로 길게 늘어선 그들의 대열이다. 무정의 신형이 움직였다.
“이야압!”
누군가의 입에서 기합이 나온다. 들킨 이상 기합소리를 내도 상관없다. 그
들의 검이 길게 솟아 온다.
“탓..”
무정의 신형이 잠깐 옆으로 움직인다. 막 그들이 검을 내리를 때였다. 동에서 섬으로 변환할 때 그때 움직인 무정이다. 칠척의 초우가 그대로 수평으로 그어지고 있다.
“슈슈슛”
“ ! ”
세 개의 검이 무정의 가슴을 꿰뚫는다. 환영이었다. 그대로 서 있는 무정의 모습이다.
“파앗...”
그들이 찌른 검위로 무언가 시커먼 것이 보인다. 무정의 환영을 가르면서 날아오는 초우였다.
“파아아아악....”
세 개의 수급이 하늘로 치 올려진다. 무정의 감각에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움직임이 보인다. 여섯 명의 신형이 무정을 둘러싸고 있다. 그의 신형이 다시 움직인다. 시작은 뒤쪽부터였다.
“스읏....”
뒤로 돌지도 않는 상태에서 앞에 나와 있는 왼발을 찬다. 무정의 오른손에린 초우의 끝이 뒤로 죽 빠진다.
“우둑......”
“커억..”
턱에 정확히 꽂히는 초우의 손잡이였다. 몸이 움직이는 속도에 팔로 미는 도가 가속이 되어 보이지도 않는 초우였다. 느껴지는 육중한 타격감을 뒤로하며 다시 한 번 앞으로 도약하는 무정이다.
“사사사.......”
검날 네 개가 쏟아져 온다. 두개는 머리 두개는 가슴이다. 나머지 한명은 그들 뒤에서 위로 도약하려는 듯 달리다가 움츠리고 있다. 무정의 신형이 좌우로 움직인다.
“ ! ”
네 명의 눈이 커진다. 좌우로 두개의 무정이 생긴다. 검두개가 좌측, 두개는 우측으로 갈라진다.
“우두두두둑.....”
둘 다 아니었다. 어느 틈에 눈 밑의 사각으로 들어가 초우를 지면과 수평으로 만들고 그대로 위로 쳐드는 무정의 한수에 검을 든 팔이 위로 치켜 들려진다. 무정이 도약한다. 그의 오른발이 무릎이 가슴에 닿을 정도로 번쩍 치켜 들려진다.
“ ! ”
막 공중으로 도약해 오던 자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무정의 오른발이 내려간다. 그대로 정수리를 뒤꿈치로 찍는 무정이다. 그의 발에는 철각이 달려있다. 무사할 리가 없었다.
“뻐걱.....”
“..........”
비명도 없이 자라목에 되는 신형을 뒤로하고 무정이 공중에서 신형을 튼다. 그자의 솟구치는 탄력을 디딤 점으로 하고 거꾸로 서는 무정이었다. 무정의 오른손이 휘둘러진다. 오른쪽으로 힘껏 허리를 틀면서
“쩌저저정....”
“커억...”
“아악!”
마치 거꾸로 펼쳐진 우산처럼 휘도는 무정이다. 그의 도에 네 명의 호교존자가 분분히 날아가 떨어진다. 무정의 왼손이 쭉 뻗는다. 땅을 딛고 팔굽을 튕겨 뒤로 제비를 돌며 자세를 잡는다.
“..................”
오자룡의 턱이 떨린다. 설마 저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을 줄 몰랐던 그였기에 그리 많은 병력도 동원하지 않았다. 저자, 귀무혈도란 자는 거의 천존급이다. 무서울 정도로 강한 자였다.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는 오자룡이었다.
무정은 신형을 돌렸다. 이젠 한숨 놓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눈에 분전하는 일행이 보인다. 그가 도약한다. 그리고는 다시 짓쳐들어가기 시작했다.
“헉헉......지...지독한 씁새들!.....”
“후우,,,후우.....정말 .....죽갔네요.....”
상귀와 하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헐떡거린다. 그만큼 대단한 놈들이다.
무공이 무서운 것도 있지만 도대체가 두려움이라는 것을 모른다. 무정의 묵기에도 끄떡없이 덤비는 놈들이다.
“.................”
왕성문은 눈을 부릅뜨고는 무정만 쳐다보고 있다. 거의 대부분을 격살한 사람이 바로 저자다. 저 칠척의 참마도를 휘두를 때마다 적어도 두 명이 날아간다. 게다가 신형이 너무나도 빠르다. 이건 어떻게 보이지도 않는 신형이다.
그런 그의 분전덕분에 산 왕성문이다. 등에서 피는 아직도 흐른다. 상당히 깊은 상처라 팔을 내지르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사방에 즐비한 시체들이다. 끔직하다 못해 역겁기까지 하다. 그러나 무정과 그 일행들은 아무런 동요가 없다. 정말 무서운 인간들이다. 무술을 배우고 몸을 단련하면서 그렇게 협행을 하고, 명성을 쌓아서 한세상 살아가면서 결국 그 이름을 남기고 죽는 것, 그것이 그가 아는 무인의 삶이다. 이런 피의 살육장에서 몸을 놀리는 것이 아닌 것이다.
“............”
무정의 눈이 전방으로 돌려졌다. 저 왕성문이란자는 별다른 험한 꼴을 당한적이 없는 듯하다. 이정도의 시체를 가지고 얼굴이 하얘지고 있었다. 허나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는 일행이 아니니........그는 말탄 자를 바라보고 있다. 양쪽으로 두 명을 거느리고 아직도 꼿꼿이 서 있는 자, 예상대로라면 도망쳐야 되는 것인데 아직 한수가 있는 것인가?
‘제길, 왜들 이리 안와!’
꼿꼿이 말위에서 미동도 않고 있는 오자룡은 지금 죽을 맛이다. 또 다른 한수가 준비되어 있다. 헌데 아직도 안 오는 것이 이상하다. 서서히 눈앞의 괴물같은 것들이 다가오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으니....그때였다. 오자룡의 눈이 번쩍 뜨였다.
“동무진을 잡아라!”
“진성천교를 광동에서 몰아내자!”
“광동무인의 기개를 보여줍시다.!”
무정의 뒤에서 일단의 인물들이 도착한다. 막 신형을 말탄 자로 향하던 그의 몸이 돌아선다.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성문으로 들이닥치고 있다. 한 백여 명이나 될까? 그들 중의 낮익은 얼굴이 보인다. 추수련이었다.
“헉......”
“........”
갑자기 들어오다 분분히 물러선다. 목불인견의 참상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추수련도 얼굴을 하얗게 만들며 이곳으로 온다. 그러자 상귀가 윽박질렀다.
“카악....툇! 쓰벌 뭘 이걸 갖고 그래, 진성천교가 해남도에 죽인 사람들을 쌓아놓은 시봉곡을 보면 아주 죽어가겠구만!”
“글게요. 성님, 이러니까 꼭 우리가 죽일 놈 같아서 원”
하귀가 맞장구를 친다. 적어도 무정일행에게 진성천교는 살아도 제명에 못사는 놈들이다. 반드시 없애야 하는 사람들 중 하나인 것이다.
“과.....광동의 무인들도 같이 싸우고자 왔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금 인질로 잡혀있는 제자들의 안위와는 상관없이 진성천교와 맞서려고 온 사람들입니다.”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추수련이 입을 연다. 무정은 조용히 둘러본다. 그들의 기세는 별다른 것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
허나 전쟁에서 명령이 중요하다면 이런 강호의 싸움에서는 명분이 중요하다. 이들이 자신들을 도와주게 되면 그것만한 명분이 없다. 물론 소림이나선 마당에 더 이상의 명분은 필요 없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았다.
“허허.....없는 것 보단 나을 것 같소, 무대주.”
“...........”
고죽노인의 말에 조용히 무정은 돌아선다. 허락의 표시였다. 그러자 광동의 무림인들이 무정의 앞으로 나가려고 한다. 무정의 눈이 말탄 자의 얼굴에 박혔다.
“ ! ”
웃고 있다. 이런 불리한 상황에서도 웃고 있다. 바로 지우지만 분명히 무정의 눈에는 보였다. 비록 어두운 밤이지만 곳곳에 환하게 켜진 횃불에 똑똑히 보이는 그의 얼굴이었다. 무정은 돌아선다. 함정인 것이다!
“쐐애액!.....”
무정이 좌우와 전방에서 살기기 폭출한다. 모두 도를 든 자들이다. 무정의 신형이 뒤로 물러선다. 그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물러나는 그를 향해 도가 비틀어지고 있다. 셋 다 가슴이다. 그들의 몸에서 나오는 궤적이 점점이 그려진다. 무정의 손이 움직인다.
“사악...”
“크악...”
“억...”
도가 틀어지기도 전에 초우가 먼저 훑는다. 그자들의 팔이 양단된다. 무정의 왼손이 들린다. 수로로 만들어 앞으로 길게 뻗는다.
“채앵”
도면을 훓으며 몸 바깥쪽으로 밀어내며 그대로 앞으로 나간다. 철갑이기에 상처는 입지 않는다. 무정이 손목이 안쪽으로 꺾인다. 그리고는 바깥쪽으로 꺾으며 묵기를 담은 손등으로 도면은 후려친다.
“쩌어어엉....”
도가 튀어 나간다. 상당히 멀리 나간다. 무정의 왼손이 그대로 앞으로 나가. 그의 목이 잡힌다. 무정의 손목이 돌았다.
“우두둑.....”
그자의 목이 꺾인다. 이 광동성의 무림인들 속에 살수가 섞여있는 것이다.
그때였다. 무정의 귀에 하귀의 절규가 들렸다.
“사....상귀성....상귀성! ”
“ ! ”
무정의 눈이 돈다. 상귀의 등이 보인다. 그 등에서 옆구리 쪽으로 짐작되는곳에서 무언가 길게 나와 있다. 검이었다. 상귀가............... 검에 찔린 것이다.
“크으윽......”
상귀의 입에서 고통스런 목소리가 흐른다. 너무나 급작스런 일격이다. 순간적으로 세류보를 펼쳤지만 조금 늦었다. 다행히 신형을 공중으로 띄워올리며 옆으로 피해 가슴에서 옆구리로 대신 맞기는 했지만 고통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불로 지지는 고통과 함께 흐르는 피에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는 그였다.
“으아아아아아!”
상귀의 신형이 움직인다. 발로 그자의 가슴을 찬다. 상귀의 옆구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흐어어어......”
고통에 비틀거리는 상귀였다. 그가 뒤쪽으로 한두 걸음 물러선다.
“사사사사......”
뭔가 날아온다. 허나 상귀는 잘 보이지도 않는다. 흐려가는 의식이었다.
“이 개쉐이들!”
“따다다다당......”
하귀의 창이 앞으로 나온다. 검날이 뒤로 튕겨진다. 그대로 돌격하는 상귀였다. 두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는 그였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형이다. 고아일 때부터 자신을 괴롭히는 또래들을 막아주며 그렇게 큰 우산이 되어 주었던 상귀였다. 단 한 번도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준 적 없는 사람이지만 하귀는 잘 알고 있다. 상귀가 자신을 챙겨주는지.......
단 한 번도 자신보다 먼저 죽을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하귀였다. 그의 희뿌연 기류가 생겨났다. 이미 보이는 것이 없는 하귀였다.
“타앗....”
“따다다다당......”
짐승이 다친 먹이를 노리듯 상귀에게 집중되는 일격이었다. 고죽노인은 철삭으로 상귀의 주변을 방어하고 있다. 그의 입에서 호통이 터졌다.
“하귀! 이 멍청한 놈아! 여기가 더 중요해! 당장 돌아와!”
고죽노인의 일갈이 터진다. 그의 눈에서도 반짝거리는 눈물이 매달리고 있었다. 분노가 솟구칠대로 솟구친 고죽노인이었다. 그 누구를 막론하고 상귀의 주변으로 오는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 ! ”
하귀는 정신을 차렸다. 몇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창대에 죽었는지 모른다. 적이 얼마나 되는 지도 모르지만 고죽노인의 말이 옳았다. 우선 상귀를 살리고 봐야 했다. 그의 신형이 움직인다. 순식간에 뒤로 돌아가는 그였다.
“파아아아앗....”
“ ! ”
하귀의 눈이 치떠진다. 공중에서 누군가 하귀를 향해 검을 내밀고 있었다. 오른쪽에서 오는데 엄청난 빠르기다. 막을 수 없는 일격이었다. 하귀는 몸을 비틀었다. 창대를 두 손으로 내밀며 검을 막으려 했다.
“슈오오....”
“서걱”
창대가 잘린다. 이건 내공력이다. 작지만 검기가 맺혀 있었다. 그는 눈을 치떴다. 죽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화가 나서였다. 아직 상귀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했는데........
“쩌엉!”
“ ! ”
검이 잘린다. 공중에서 앞으로 날아가는 하귀의 눈에 시커먼 그림자가 그자와 자신의 사이에 막아서고 있다. 대장......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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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