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름 신딸
♣ 도도(桃島) 오세길(신들의 정원)
신딸이 신어머니 신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능욕당하고, 마찬가지로 신 부모가 신 자식에게 배신과 능멸을 당하는 세태는 모든 것이 돈 때문이다. 그러나 신의 길을 간다는 자가 어찌 돈의 권세를 따른단 말인가?
학술적 체계에서 신딸의 개념을 정리한 글을 적어보면, 무속신앙 세계에서 야기되는 모든 현상적 문제는 바로 사람과 관련된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의 첨단을 경험하고 있다지만, 신딸과 신어머니의 관계, 곧 신법이 바로 서면 이 모든 문제들은 금세 바로 잡히리라 믿는다.
그렇기에 세상 모든 것은 신이 아닌 바로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무속신앙에서 신어머니로부터 신의 계통을 이어받는, 강신무 권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여자 무당은 신딸 남자 법사는 신아들이라 한다. 이때 신딸에게 신의 계통을 이어주는 사람을 신어머니 혹은 신 아버지라 한다. 이것은 혈족에 따른 실제적 관계가 아니라, 허구적(虛構的) 친자관계의 형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 목적도 무속신앙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된다.
신어머니와 신딸의 관계는 형식적으로는 신어머니로부터 신딸이 신 내림굿을 받은 순간부터 형성되지만, 실제로는 내림굿을 하기 이전부터 시작되기도 한다.
보통 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먹지 못하는 등의 정신적이나 육체적 고통을 경험한다. 이 때 무당을 찾게 되고 그는 무당을 통해, 자신이 신 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곧바로 신 내림굿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붙어 있는 거짓 신령인 허주를 가려내고, 올바른 몸주 신을 맞이하게 위한 정화의 기간을 가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것을 총괄하는 사람은 장차 신어머니가 될 무당이다. 따라서 이 때 이미 실제적인 신딸과 신어미의 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신 내림을 결심한 이후 며칠 내로 신 내림굿을 받기도 한다. 신굿, 내림굿, 신풀이 또는 명두굿으로 불리는 신 내림굿은 신병의 치유와 함께 무당으로 입문하게 되는 공식적 통과의례이다.
보편적으로 신 내림굿을 주관하는 신어머니는 나이가 지긋이 든 큰무당으로 영험하고 굿을 잘하는 무당이며, 무업 경험이 많아 신딸에게 많은 것을 전수해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
같은 신 아버지, 신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신딸, 신아들 사이에는 신 형제, 신 자매의 관계가 맺어지며, 원칙적으로 이들의 관계는 혈통으로 맺어지는 가족이나 친족보다, 훨씬 엄하고 의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이다. 이러한 무당들 사이의 관계 설정에 대한 법칙을 “신법”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에는 신딸과 신어머니뿐만 아니라 신 형제, 자매간의 유대의식도 느슨한 경우가 많다.
신 내림굿을 받으려고 결정한 신딸들이 이름 난 신어머니를 모시려고 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신어머니의 입장에서는 모든 신딸들에게 자신의 신 계통(문서)을 전수해 줄, 현실적 조건을 갖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딸과 신어머니의 관계도 의례적이거나 형식적인 것에 그치기도 한다.
신어머니는 대개가 큰무당이므로 보통 전문악사인 장구잽이와 징잽이를 고정적으로 데리고 있다.
신딸은 보통 장구잽이에게는 큰할머니, 징잽이에게 작은할머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신 내림굿을 통해서 처음으로 맺어지는 이들과의 관계도 평생 동안 지속되며, 질서와 규칙 또한 엄한 편이다.
신딸과 신어머니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무의식의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을 “학습”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최소 3년 이상 동거하며 하나에서 끝까지 무업에 관한 모든 절차를 다 배워야 했지만, 요즘은 신 내림굿을 마치고 곧바로 신딸이 독립하여 무업을 행하기도 한다. 신 내림굿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당을 신애기, 애동 또는 애동제자라고 부는데, 일반 사람들에게 이들 애동제자는 영험이 강하다고 인식되어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제적인 이유로 신 내림굿과 동시에 신딸은 신당을 차리고 독립하는 것이 현재의 추세이다.
하지만 이때 대개는 신어미를 통해 기본적인 점사의 방법이나 치성 드리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또 신당을 차릴 장소를 물색하거나 신전에 바칠 제물이나 각종 무구 등의 준비도 신어미를 통해 이루어진다. 신딸이 신 내림굿 이후 바로 독립했다고 해도 이들 간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다.
신어머니가 큰굿이 있을 때 신딸은 마땅히 굿에 참여하여 도와야 할 의무가 있으며, 신딸의 요구에 따라 신어머니는 무의식을 가르쳐야 할 암묵적 책임감이 존재한다.
신딸의 입장에서는 무당으로 갖추어야 할 필수적인 굿거리나 무가 등을 배우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간혹 이름난 신어머니의 경우 학원 강습처럼 일정한 횟수를 정해 놓고 굿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때 금전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신딸과 신어머니의 관계형성은 얼핏 계통(문서)을 이어주는 인간 간의 사제관계로 파악된다.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신의 뜻에 의한 것으로, 무의식뿐만 아니라 무업권(巫業圈)이나 무구(巫具) 등을 물려주는 무업상의 상속권을 주고받는 관계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최인학 외 8명, 한국민속학 새로 읽기, 민속원 2001.
[집필자] 오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