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남궁]

지난 금요일(3.1), 친구들의 모임이 있었다.

그런데 이 모임은 동창회가 아닌, 이미 있을 예정이었던 '동창 아유회'가 연휴와 겹쳤는데 호응도가 떨어지다 보니(하필이면 3월 2일로 연휴의 중간으로 정해져서) 취소를 시켰고 그 대응책으로 만든 것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제천'에서 일하는 한 친구가 수도권으로 올라오겠다고 했음에도 취소를 시켰기 때문에, 그에게 미안하다는 의미로 몇몇이 시간을 맞춰보자고 급조했던 '번개 모임'일 수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분당'에서 모이기로 하다 보니 차를 몰고 오는 사람도 있는 관계로(술을 마시면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에) 거리가 있기도 해서 '1박 2일'의 모임이기도 했다.

환갑이 넘은 친구들끼리의 1박 2일 모임, 그건 어쩌면 '늙은이들의 수학여행'일 수도 있는 자유로운 여행 모임이기도 했다.

모임의 성격이 그러다 보니 느긋했던 건 물론 중간에 합류하거나 또 돌아갔다 다시 오는 경우도 있는 등 더구나 첫 날 오전에 만났기 때문에 시간적으로도 아주 여유있는,

'1박 2일의 술여행'일 수도 있었던 것이다.

원래 분당에서 11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나는 중간에 버스를 잘 못 내리는 바람에 조금 늦어 11시 7분 경에 도착을 했더니,

이미 다섯 친구들은 그 주변에서 술을 마시고 있어서,

무슨, 인생을 포기한 사람들도 아니고 아침부터 술 마시기로 작정을 한 사람들 처럼 웬 술을 이렇게 진지하게 마시고 있담? 하면서 들어갈 정도로 정말 '말도 안 되는 모임'으로 보이기도 했는데, 그들의 대답은,

기다리기 지루해서 그냥 한 잔하기로 했다. 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래 계획은 '남한 산성'에나 한 번 올라가기로 했던 게,

연휴라 차도 막히고 사람도 많을 거라며, 차라리 근처의 공원이나 한 바퀴 돌자고 나섰는데, 

여유롭게 오전을 다 보낸 뒤,

'모란 시장'에나 한 번 가 보자며 '모란역'까지 가서는,

한 허름한 선술집으로...

그러는 사이에 저녁이 돼서 또 한 친구의 가게가 있는 '야탑' 쪽으로 가서...

거기 한 모텔에 자리를 잡고(방 두 개),

1박을 한 뒤,

그 친구의 가게에 들러,

점심 무렵에 헤어질 줄 알았는데,

'안산'에 사는 친구가 거기에 한 '맛집'이 있다며 몇몇을 꼬셔, 그 중 일부가 안산으로 가는데,

제천에서 왔던 친구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도망갔고,

나머지는 또 맛있는 음식으로 저녁 겸 술 한 잔하다 보니,

그 친구가 또 꼬셔서, 

둘은 돌아가고 셋이서 또 하룻밤 모텔 신세를 지는데,

다음 날(3.3) 아침,

첫날 잠깐 함께 있다가 돌아갔던 한 친구가 다시 합류해서, 

'오이도'인지 '대부도'인지에 가서,  

결국 '2박 3일의 술 여행'을 끝내고,

저녁 무렵에야 '긴 술 여행'을 끝내고 서울 '내 자리'에 돌아오니 어두워져 있었다.

나야 뭐 혼자사는 사람이니 아무 이상 없지만,

내가 처음 그들을 만나면서 '인생 포기한 것도 아니고' 했던 말처럼, 어쩌면 '인생을 포기한 듯한 2박 3일간의 여행'이 돼버렸던 것이다.  

(그 여정을 하는 동안 우리는 내내 우리만의 특정한 언어를 사용해 이번 여행을 지칭하면서 히히덕대며 돌아다녔는데, 여기엔 그 표현을 올리지 않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