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정원
瓦也 정유순
모처럼 외국에 나가보면 대도시의 도심마다 울창한 숲을 가진 아주 큰 공원을 볼 수 있다. 고층건물이 들어선 지역만 벗어나면 숲이 도시를 포근하게 안고 있는 도심 속의 정원이다. 이런 정원을 산책하다보면 자연의 풍경에 젖어 가끔 길을 잃고 해매이던 경험이 있다. 숲에 둘러싸인 주택가를 밤에 걷다보면 신선한 공기가 폐 속 깊이 파고든다. 내 숨소리까지 귀에 들리는 고요 속에 내 발자국 소리에 누가 쫓아오는 양 가끔 긴장하며 놀라기도 한다.
<뉴욕의 센트럴파크>
<서울 숲>
산마루 위까지 사람이 파고 들어간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인구밀도가 높아서 조밀하게 살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형편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나, 웬만한 공간만 생기면 땅의 숨통 먼저 막아버리고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하늘을 가리고 보니 바람 길도 막혀버린다. 불평 없이 살아가는 도심 사람들이 참 신통하다.
<산마루 위의 아파트단지>
그나마 창덕궁 등 고궁을 중심으로 숲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다행이긴 하나 접근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다행이 요즘은 웬만한 공간이 확보되면 도심공원을 조성하여 시민에게 돌려주려는 노력이 보여 천만 다행이나, 도시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비둘기만 보이고, 땅을 기어 다니는 것은 자동차뿐이다. 아직은 도심의 자연생태라는 것은 생각하는 것은 거리가 좀 멀다.
<경복궁 향원정>
특히 서울은 대표적인 자연생태도시로 될 수 있는 여건을 다 갖고 있다. 도심으로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고, 청계천, 중랑천, 탄천, 안양천 등이 도시의 아름다움을 더 빛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더불어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아차산, 관악산, 청계산 등이 서울도심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조건은 신이 내린 축복이다.
<북한산 능선>
더욱이 서울의 남산은 도심의 허파와 같다. 이러한 천혜(天惠)의 자연유산을 우리는 외면하지 않았는가. 도시개발이란 미명(美名)아래 무자비하게 파괴시켜 왔다. 눈에 보이는 구릉(丘陵)지대는 택지(宅地)개발로 까 뭉개버렸고 흐르는 물조차 길을 막아버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사막위에 ‘기적의 도시’를 건설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서울 남산>
우리나라는 서울뿐만 아니라 도시라고 하는 곳에 가보면 거의 비슷하다. 그러면서 여름이면 무덥다고 아우성이고 겨울이면 겨울답지 않다고 탓만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개발시대에 ‘그린벨트’라는 것을 만들어 주변의 숲을 보호할 수 있었는데, 이것마저도 해제 또는 완화하고 있어 안타깝다.
<관악산>
최근에 청계천을 복원하여 물이 흐르게 하고 있으나, 자연적으로 흘러 내려오는 물이 없어 한강물을 억지로 품어 올려 인위적으로 흐르게 하였는데, 이 비용만도 약 백억 가까운 돈이 매년 들어간다고 한다. 그곳에 사는 일부 생물들도 적응이 어려워 가끔 몸살을 한다. 그래도 청계천변을 걷노라면 숨통이 트인다.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가까이 했던 우리 조상들의 숨결을 조금이라도 느꼈으면 더욱 좋겠다.
<청계천 모전교>
도심 속에 숲이 있는 크고 작은 정원을 많이 만들어 단절된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해 나온 것이 ‘비오토프’라고 한다. 즉 비오토프(Biotope)는 도심에 존재하는 인공적인 서식 공간을 가리키는 것인데, 생명(bio)과 그리스어로 장소(topes)의 합성어로 약 100년 전에 독일의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이 제창(提唱)하였다.
<그림 - 장영철 화백>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숲, 가로수, 습지, 하천, 화단 등 소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작은 정원들을 만들어 서로 연결시켜 통로역할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회의에서 체결된 생물의 <다양성보전 조약> 이후, 일본과 유럽 지역에서 비오토프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일부지역에서 비오토프 기법을 이용해 도심 속의 정원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있다.
<안양천>
대표적으로 서울의 여의도광장을 예로 들 수 있다. 전에는 아스팔트로 덮여 있던 광장에 물을 흐르게 하고 나무와 풀을 심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함은 물론 작은 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어 사람과 공존하게 하는 여유 공간을 만들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한강과 생태통로를 연결하여 수생생물과 육지생물과의 활발한 교류를 하게 하는 통로를 만들었으면 한다.
<서울식물원 호수>
<서울식물원 호수 물고기>
서울의 쓰레기가 30여년 묻혀있는 <난지도>도 ‘하늘공원’으로 가꾸어 도심 속의 정원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묻혀 있는 쓰레기들이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를 제대로 했으면 한다. 그러나 도심 속의 작은 하천을 ‘자연 형 하천’으로 복원하여 정원으로 가꾸려는 노력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불광천>
그러나 문제는 하천으로써의 기능을 하려면 흐르는 물이 있어야 하는데, 하천의 상류에는 집이나 건물들이 들어차 콘크리트가 땅의 숨구멍마저 막아버려 비가와도 땅속 깊이 스며들지 못하고, 물을 저장했다가 서서히 품어내는 나무도 자기 한목숨 지키기도 힘들어 한다.
‘도심 속의 정원’의 제일조건은 도심 속으로 흐르는 크고 작은 하천을 원래의 상태로 기능을 회복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깨끗한 물이 흘러 물고기들이 뛰어 놀고, 수변 숲이 우거져 많은 생물들이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가 복원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심 속에 숲이 있는 공원을 여러 곳에 만들어 이들 하천과 연결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여의도공원>
그렇게 하여 어울려 사는 생물들이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서로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도시를 하나의 생명이라고 한다면, 도심 속에 흐르는 물은 그 생명을 유지해 주는 피와 같다. 피는 무조건 깨끗하고 맑아야 한다. 어떠한 이유나 변명이 있어서도 안 된다. 그렇게 되어야 맑은 공기를 만들어 우리가 숨도 쉴 수 있다. 물과 공기는 서로 순환하기 때문이다.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히 한다면 죽음의 도시가 될 것이다.
<한강(성산대교)>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들을 염두에 두고 기초를 튼튼히 한다면 우리의 생활문화도 더욱 풍요로워 지고, 녹색경제의 성장시대도 활짝 열릴 것이며, 대한민국의 ‘르네상스’시대는 자연스럽게 시작 되면서 우리 품에 안길 것이며, 기적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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