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01
씬1. 법원 정문 앞 (낮)
검은 상복을 입고, 누런 삼베 상장을 팔에 두른, 40대의 남자가 법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그 얼굴 처연하다. 백홍석이다. 그 위로
판사(소리) : 2012 바 462, 박기준의 병합사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선고한다.
씬2. 법원 검색대 앞 (낮)
한가한 검색대. 재판이 진행중이라, 정리 한 명만이 지키고 있다.
판사(소리) :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제 3조 1항! 무죄!
홍석이 검색대를 통과하는 순간, 경고음이 삐!!! 요란하게 울린다.
판사(소리) : 형법 제 268조! 무죄!
정리, 놀라서 홍석의 팔을 잡는다.
순간 정리의 배에 꽂히는 홍석의 주먹. 정리 꼬꾸라진다.
판사(소리) : 형사소송법 제 420조 2항! 무죄!
홍석, 법정 안으로 들어간다.
씬3. 대법정 안 (낮)
판사 : 도로교통법 제 54조 1항! 일부 유죄를 인정! 피고인 박기준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다.
연예관계자와 팬들로 보이는 백여 명의 방청객들, 일제히 박수와 함께, 환호를 터뜨린다.
피고인석의 PK준, 환한 웃음으로, 변호사(장병호)와 악수를 나눈다.
검사석의 최정우, 답답한 듯 마른세수를 한다.
방청석 앞쪽에 앉은 서지원, 한숨을 쉬며, 기자 수첩을 탁 덮는다.
그런데!!! 판사가 판결봉을 탕탕탕 두드리는 순간!
마지막 탕 소리와 함께 발사되는 한 발의 총탄! 법정 위 ‘法’자 중앙에 꽂힌다.
.....잠시 정적이 흐른다.
지원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본다. 놀란다!
법정 중앙 통로. 홍석이 충혈된 눈으로 권총을 든 채, PK준을 겨누고 서 있다.
그제야 상황을 인식한 방청객들이 비명을 지른다.
정리들, 진압봉을 꺼내 홍석 쪽으로 달려오려하자,
홍석, 천장을 향해 권총을 발사한다.
팡!!!소리와 함께 깨지는 조명등!
떨어지는 조명등의 잔해.. 멈추는 정리들....
방청객들, 뜻밖의 상황에 비명을 지르며, 문쪽으로 달아나려 한다.
홍석의 권총이 다시 발사된다.
탕!!! 출입문 위 시계에 꽂히는 총탄. 박살나는 시계.
놀라서 멈추는 방청객들!!!
홍석 : (절규하듯) 재판 아직 안 끝났어!
방청객들, 겁에 질려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몇몇은 바닥에 털썩 주저 앉는다.
홍석, 총구를 돌려, 다시 PK준에게 겨눈다.
피고인석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며...
홍석 : 기자들!!! 카메라 꺼내! 녹음기 돌려!!!
지원, 가방에서 다급하게 카메라와 녹음기를 꺼낸다.
주변의 기자들도 그런 지원을 따라 카메라와 녹음기를 꺼낸다.
홍석 : (저벅저벅 걸어가며) 지금부턴 내가 검사고, 이 총이 판사야! (멈춘다. 피고 인석 앞이다. PK준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다)
2012년 5월 28일 밤9시42분. 무슨 일이 있었지?
PK준 : (겁에 질려) 살... 살... 살려주세요!
홍석 : (충혈된 눈, 떨리는 입술, 터지는 분노를 삭히며) ....내 딸도 그랬겠지. 살려 달라고.
PK준 : .......
홍석 : 근... 근데 넌 어떻게 했지? 살려달라고!!! 제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내 딸 한테!!! 넌 무슨 짓을 했지?
(터지는) 말해. 니 입으로!!! 이 자리에서 말 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의 법정 안.
부들부들 떨고 있는 PK준,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들썩인다.
그때, 홍석의 뒤에서, 조심스레 다가가는 정리1.
지원, 그 상황을 보고 있다. 갈등이다.
PK준 : 그.. 그날... 제... 제가.... (하는데)
정리1 : (홍석의 뒤를 덮치려는데)
지원 : (들고 있던 녹음기를 떨어뜨린다. 의도적이다)
홍석, 녹음기 떨어지는 소리에 뒤를 보면,
바로 뒤에 선 정리1, 홍석을 덮치려 하자 홍석, 발길로 제압한다.
순간!!! 그 틈을 노려 달아나려는 PK준.
홍석, PK준의 뒷덜미를 잡는다.
PK준, 뿌리치려 하다가 홍석과 뒤엉켜 쓰러지고 만다.
법정 바닥. 두 남자가 엉켜서 뒹구는 몸싸움.
권총을 맞잡고 벌이는 치열한 몸싸움에 정리들, 멈칫멈칫할 뿐, 차마 덤벼들지 못하고 있다.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는 방청객들.
법정 위, 세 명의 판사들도 뒷문으로 달아난다.
그 혼란의 법정이 잠시 보여지다가, 마지막 판사가 뒷문을 나가는 순간!!!
타앙!!! 법정을 울리는 총소리!!!
순간 정적!
놀라는 정리들의 얼굴. 놀란 최정우의 얼굴. 놀란 지원의 얼굴.
....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 아래턱이 부들부들 떨리는 홍석의 얼굴!
비로소 보이는 전경. PK준의 심장에서 피가 솟구치고 있다. 몸싸움 중에 격발된 것.
부들부들 떨리는 홍석의 손에서 권총이 떨어진다.
법정 바닥. PK준, 거칠게,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홍석 : (PK준에게 다가가, 그 심장에서 솟구치는 피를 막으며) 죽지마. 죽으면 안 돼. .....넌 알잖아. 말해. 말하라구!!!
정리들, 홍석을 덮친다. 바닥에 몸을 엎드리게 하고 뒤로 수갑을 채우고 끌고 가려하지만
홍석, 안간힘으로 버티며, 죽어가는 PK준에게 다가가려고 버둥거린다.
홍석 : 죽지 마! (절규하듯) 말해! 말해! 죽지마!!!
서서히 약해져가는 PK준의 호흡.
버둥거리며, 죽지 말라고, 말하라고, 절규하는 홍석의 모습에서! 스틸!
타이틀 오른다. “아버지 제 1회”
씬4. 암전
자막 : 3개월 전.
아이들(소리) :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씬5. 패밀리 레스토랑 2층 (낮)
수정의 앞에 놓인 생일 케익, 친구들, 손뼉을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이들 : 사랑하는 우리 수정이, 생일 축하합니다~
홍석(소리) : 한번 더!
아이들 : (웃으며) 생일 축하합니다~
탁자 옆에 서 있는 홍석, 두 팔을 흔들며 흥을 돋우고 있다.
홍석 : 더 크게!
아이들 : (또오? 하는 얼굴로) 생일 축하합니다~
홍석 : 힘차게!
아이들 : (살짝 어안이 벙벙해져서) 생일.. 축하.. 합니다아...
홍석 : 마지(막! 하려다가) 아!! (고개 숙여 발등을 잡는다. 아프다)
홍석의 발등을 누르고 있는 소녀의 발. 수정이다.
수정, 친구들 바라보며 미소로 손뼉 치라는 시늉.
아이들 : (생일 축하 + 노래 더 안 불러도 돼서, 신나게 손뼉치는) 와아!!!
수정, 일어나서 열 일곱 살 생일케익의 촛불을 끈다.
홍석 : (발등이 조금 아픈지 툭툭 털면서, 너스레 떠는) 아이고 우리딸, 허리만 심하게 넓은 줄 알았는데,
대인관계도 무지 넓어요. 시험기간인데도 친구들이 인파야, 인파.
홍석, 구석에 앉은 한 남1(재중)을 힐끗 본다. 심하게 잘생겼다.
수정을 본다. 평범하게 생긴 우리 딸.
홍석 : (커팅칼을 수정에게 주며, 낮게) 좀 무리라고 본다.
수정 : (케익을 자르며, 낮게) 아빠도 엄마랑 결혼했잖아.
홍석 : ... (맞는 말이다. 할 말이 없다) 그럼 계산도 했고, 노래방도 예약했으니까, 아빠는 이만 갈....
아이들 : (불편했는데 잘 됐다. 기대로 보는데)
홍석 : (대사 이어지는)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하며 수정의 옆에 앉는)
아이들 : (살짝 표정 안 좋아지는. 헐!)
홍석 : (너스레 떠는) 군대 가면 국경일날 대통령 하사품이 나오거든. 마찬가지! 오늘은 수정이 생일이니까,
(주머니에서 봉투 꺼내며) 자. 받아라! 아버지 하사품이다!!!
아이들, 자기들끼리 재잘거리며, 홍석에게 반응보이지 않고 케익 먹는데...
홍석 : (봉투 안에서 콘서트 티켓 꺼내며) 니들 PK준이라고 아냐?
놀란 아이들, 여기저기서 난리다. 짱 좋아요! 대세야! 등등.
홍석 : (티켓 흔들며) PK준 콘서트 티켓이 몇 장 있는데, 니들이 좋아할란가 모르겠네.
아이들 : (난리났다. 대박! 완전!)
홍석 : 가만있자. 니들도 여덟 명. 표도 여덟 장. 담주 일요일날 다 같이 가면 되겠네.
아이들 : (흥분의 도가니다. 너무나 좋다)
아이1 : 우리 아빠는 매진됐다고 한 장도 못 구했는데.
홍석 : (거들먹거리며) 어허.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아빠가 있지...
(티켓 보며) 근데 S석이 여섯 장이구, R석이 두 장이네. (능청) R이 좋은 거냐?
아이1 : 완전! 대박! 짱 좋아요. R석에서는 PK준 얼굴에 땀도 보인대요.
홍석 : 그래애? 좋은 건 우리 딸이 가야지. 한 장은 우리 수정이. 그럼 한 장은 누가 가려나? (아이들 둘러보면)
남1 : (손 번쩍 들며) 제가 갈게요. 수정아. 나하고 가자. 제발. 부탁이야. 어?
수정 : (새침하게) 글쎄... 생각 좀 해 보구.
탁자 아래로 홍석과 수정이 하이파이브 하는데서..
씬6. 패밀리 레스토랑 앞 (낮)
레스토랑 앞에 서 있는 홍석과 수정.
수정 : 고마워. 아빠.
홍석 : 당연히 고마워야지. 한달 용돈 다 날렸어. 임마. 너 암표상한테 원가로 표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아냐? (하는데)
수정이 홍석의 볼에 쪽! 뽀뽀를 한다.
수정 : 아빠, 난 이담에 아빠같은 남자한테 시집갈거다.
홍석 : (좋으면서) 아유, 우리딸 꿈도 크지. ...근데 국내에 아빠같은 남자가 또 있을라나?
수정 : (이그. 못말려. 웃고 마는)
홍석 : (미소) 올라가. 잡은 물고기 관리해야지.
수정 : 아빠 먼저 가.
홍석 : (수정의 옷매무새 만져주며) 아빠는 딸한테 뒷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손짓으로 올라가라는)
수정 : (미소로 인사하고 올라가는)
홍석 : (그 딸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네, 미아동 현장 잠복근무중인 백홍석입니다.
(표정 확 변하는. 화났다. 그러나 목소리는 밝게) 아, 그렇게 됐어요?
(다급하게 도로로 달려가며) 할 수 없죠. 누군가 해야 될 일이라면, 뭐, 또 내가 해야죠.
홍석, 다급하게 택시를 잡는데서...
씬7. 택시 안 (낮)
홍석 : 그렇게 하기 싫다고 했는데, 뭐, 반장님도 어쩔 수 없었겠죠. 네네. 오늘은 잠복근무 땜에 서에 못 들어갑니다.
(신분증 꺼내 기사에게 강북경찰서 가르키며 입모양으로. ‘빨리’ 하는) 참. 반장님, 식사는 하셨어요? ...짜장면요?
... 아유. 단무지는 꼭꼭 씹어 드세요. (하며 기사에게 ‘빨리! 더 빨리!’ 입모양으로 강요하는데서)
씬8. 강북 경찰서 앞 (낮)
택시가 도착한다.
다급하게 내리는 홍석, 경찰서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씬9. 강북 경찰서 안 복도 (낮)
다급하게 달려가는 홍석.
저만치서 홍석을 발견하곤 달려와서, 나란히 달리는 조형사.
조형사 : (봉투 하나 건네며) 선배님. 저 시집갑니다!
홍석 : (놀란, 달리며) 또오?
조형사 : (함께 달리며) 축하해주십쇼.
홍석 : 야. 뭔놈의 결혼을 올림픽 할 때마다 하냐?
조형사 : 이번엔 잘 살겠습니다. (옆으로 빠져 다른 형사에게 달려가며) 과장님, 저 시집갑니다.
홍석,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달려간다. 강력계 문을 확! 열어젖힌다.
씬10. 강력계 안 (낮)
형사들과 피의자들로 북적이는 시장판같은 강력계 안.
들어선 홍석, 저만치에 앉아 짜장면을 먹는 황반장을 보곤, 큰 소리로 외친다.
홍석 : 강형사, 사표 한 장 주라.
놀란 황반장, 자장면 먹다가 얹혔다. 캑캑 사래가 걸렸다.
황반장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는 홍석,
서류 정리를 하던 강형사가 서랍에서 꺼내서 홍석을 쳐다보지도 않고 기계적으로 척! 건네주는 사표를 받아선,
황반장의 책상에 탁! 올리곤, 이름칸을 쭉쭉 지우고, 백홍석이라고 쓴다.
홍석 : 이건 사표구요. (수첩 꺼내주며) 이건 경찰 수첩, (권총 꺼내주며) 이건 권총, (수갑 꺼내주며) 이건 수갑,
그리고 이건 (황반장을 향해, 힘차게 감자 바위 해보이며) 내 마음입니다.
황반장 : (캑캑. 아직도 사래 중!) 캑캑. 홍석아. 캑캑.. 마음만 받으면 안되것나?
홍석 : (흥분을 가라앉히고 한숨을 한번 쉬고) 나요. 왼쪽 무릎 관절염에 오른쪽 허벅지는 하지정맥입니다.
계단도 내려올 땐 옆으로 (흉내 내며) 요렇게 내려옵니다.
황반장 : (물 마시며 사래를 진정시키고 있다)
홍석 : 13년 전에 신창원이 잡다가 다친 허리는 디스크가 4급이구요. 7년 전에 배 차장파 단속 때,
그래. 그날이네. 반장님 당직 내가 대신 서던 날. 아, 자다가 출동해서 잠도 안 깼는데 칼 두 방 맞고, 제때 치료 못해서요.
요새도 앉았다 일어나면 방구가 실실 샙니다.
황반장 : (후후.. 진정되어 가고 있다) 나가자. 나가서 담배나 한 대 빨고 쪼매 진정 하고 얘기하자. (일어나려는데)
홍석 : (툭 밀어서 앉히곤) 아, 담배 끊었습니다. 돈이 있어야 담배를 피지. 나요. 1년에 파스값이 백만원입니다.
담배 끊고요, 그 돈으로 파스 사서요. 무릎, 허리, 어깨, 등에 덕지덕지 붙이구요.
파스힘으로 형사질 하는 놈입니다. 내가요!!!
황반장 : 다 안다. 내가 와 모르것노.
홍석 : 아는 놈이 그러시면 안 되죠. 내가 경호를 받아야 될 몸이라구요. 근데! 뭐, 대선경호팀 차출?
황반장 : 우야겠노? 우리팀이 다 그리 됐는데. 인사명령 아이가.
홍석 : 아. 한 개 서에 한 팀만 차출되는데, 왜 하필 우리냐 이겁니다.
황반장 : 좋게 생각하자. 홍석아. 대통령 후보 경호하는 거, 영광 아이가?
홍석 : 아, 대한민국 경찰 경호받는데 지들이 영광이지, 내가 무슨 영광입니까?
황반장 : (열 받아서) 야, 사람이 없는데 우짜겠노? 우리가 해얄거 아이가!!!
홍석 : (열 받아서 강력계 안을 확 둘러보며) 사람 많네. 강력 2팀, 3팀, 4팀.
형사 1팀, 2팀, 3팀. 몽땅 다 사람인데 뭐가 없다구 (하다가 보면)
황반장 : (자리에 없다)
강형사 : (서류 정리하며 기계적으로) 화장실 갔습니다.
홍석 : (짜증나서, 머리 헝클이는)
씬11. 화장실 안 (낮)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홍석.
홍석 : 정말 사람 다양하게 무시하시네. 아, 사람이 말을 하는데 똥을 누러가나.
황반장(소리) : (변기칸 안에서, 진지하게) 홍석아 ....휴지 없나?
홍석 : 대충 말리고 나오세요. 나와서!! 나하고 손잡고 서장님 찾아갑시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옆 변기칸에서 두루마리 휴지 꺼내는)
황반장(소리) : 홍석아.
홍석 : 서장님 앉혀놓고, 딱부러지게 말합시다. 우리팀 경호 못 선다고. (두루마리 휴지를 변기칸 아래로 넣어주려 하는데)
황반장(소리) : 이번 대선 경호 ....내가 자원했다.
홍석 : (멈칫. 더 열 받았다. 두루마리 휴지를 열린 창문 밖으로 확 집어던지며)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황반장(소리) : 진급 함 해볼라꼬, 내가 자원한기다.
홍석 : 진짜!!! 아, 자기 진급을 자기 힘으로 해야지 왜 후배들을 굴립니까?
황반장(소리) : 관악서 김반장 알제? 내 10년 후배 아이가? 금마가 요번에 우리 강력계장으로 온단다.
홍석 : 아! 실력이 있으니까 오겠지.
황반장(소리) : 이번 한 번만 봐 도고.
홍석 : (후우...) 반장님. 나부터 삽시다. 내가 죽겠습니다. 내 몸이 골병 들어서 내가 죽겠다구요.
내 얘기 끝났으니까 그렇게 아시고! (나가려다가 돌아와선 안주머니에서 청첩장 꺼내 안으로 넣어주며)
이걸로 똥이나 닦으세요.
홍석, 문 꽝 닫고 나가버리는.
황반장 : (휴 한숨소리 들리고, 종이 구기는 소리 들리다가, 놀란) 조형사 이거 또 시집가나?
씬12. 강동윤의 집무실 (저녁)
책상 위,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리고 있다. 발신자명 ‘장인어른’이다.
세련된 수트차림의 강동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여유있는 표정으로 신문을 읽고 있다.
그 옆에 서 있는 혜라와 비서1, 초조한 얼굴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다.
몇 번 울리던 핸드폰이 끊긴다. 동시에.
동윤 : (신문 보는 그 상태로, 단호한) 기자회견 준비해.
혜라 : (만류하듯) .... 의원님.
동윤 : (신문 접으며, 여유있게) 걱정 마. 시간은 우리편이야.
동윤, 접은 신문을 책상위에 올린다.
그 기사 제목! ‘강동윤 의원 지지율61%, 압도적 1위’
씬13. 복도 (저녁)
동윤을 필두로 혜라와 비서1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기자회견장 문을 열어젖히는 동윤에서.
씬14. 기자회견장 (저녁)
동상처럼, 미동도 없이, 그대로, 서있는 동윤. 그의 시선으로 보이는 실내. 단 한명의 기자도 없다.
연단 위 “강동윤 의원 대선출마 기자회견” 플랜카드만이 휑하게 붙어있다.
혜라 : (당황한) 착오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알아보겠 (하는데)
동윤 : (한 손을 들어 말을 끊는다. 이미 상황을 파악한 것)
기자회견장 일각에 있던 허름한 점퍼차림의 두 남자, 다가온다.
수사관1 : 대검중수부 수사계장. 최철한입니다. 2008년 당대표 선거 당시 돈봉투 살포 혐의로 내사중입니다.
재무 책임자 김지석씨를 체포합니다.
수사관1,2 비서1의 양팔을 끌고 가려하면.
혜라 : (그 앞을 막아서며) 정식 소환절차를 밟으세요.
수사관1 : 소환에 두 번 불응하신 걸로 압니다. 참, (하며 꺼내는 서류) 이건 체포영장입니다.
혜라 : (어쩔 수 없다)
수사관1,2, 비서1을 끌고 나간다.
혜라 : 십년 넘게 모셨습니다. 코어는 건드리지 않을 겁니다.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진동. 보면 발신자 ‘장인어른’이다.
동윤 : (한참을 본다. 보다가.... 핸드폰을 받는다)
서회장(F) : 아이고, 우리 사우. 밥은 묵고 댕기나? 마이 바쁘나? 목소리 함 듣는기 와 이리 에럽노?
동윤 : 죄송합니다.
서회장(F) : 나가 드이 (나이가 드니), 궁금한 기 있으믄, 잠이 안 온다. 내가.
동윤 : 말씀 하십시오.
서회장(F) : 동윤아. ...아직도 시간이 니 편이라고 생각하나?
둥!!! 동윤, 저만치 끌려가는 비서1을 본다.
혜라, 동윤의 눈빛을 느끼고 절망적이 된다.
서회장(F) : 안성댁이 추어탕을 낄있는데, 묵을만 하드라. 우짤래? 와서 한 숟가락 할래?
동윤 : 지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끊는)
동윤, 휑한 실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혜라(소리) : 아무도 없습니다.
동윤 : (무슨 말인가 보면)
혜라 : 소리를 질러도 되고, 눈물을 보이셔도 됩니다.
동윤 : (재밌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낮은 웃음을 웃는데)
혜라 : 나가드릴까요?
동윤 : (그 웃음의 끝자락에 낮게 고개를 끄덕이는)
혜라 : (뒤돌아 나간다)
씬15. 기자회견장 앞 (저녁)
나와서 문을 닫은 혜라가 문 앞을 지키듯, 뒤로 문고리를 잡고 서 있다.
안에서 들리는 동윤의 고함소리. 연단을 차는 듯한 소리. 의자를 뒤집는 듯한 소리.
그리고 끝내 들리는... 분노가 섞인 울음소리...
혜라, 입술을 깨물고 아픈 맘으로 문 앞을 지키고 서있다. 오랫동안...
씬16. 고깃집 (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는 돼지 껍데기.
홍석과 조형사, 소주를 마시고 있다.
홍석, 돼지껍데기를 열심히 뒤집고 있다.
조형사 : (휴지 뜯으며) 사랑으로 한 결혼, 그 놈이 딴 년 사랑하는 바람에 끝났구요.
(코 팽 풀곤) 믿음으로 한 결혼, 시원하게 사기 결혼 당했습니다. (코푼 휴지를 탁자 위에 탁하고 올리면)
홍석 : (입바람으로 그 휴지를 후 불어서 바닥으로 떨어뜨리곤) 그래서?
조형사 : 이번 결혼은요. 철저하게 계산으로 합니다. (소주 한 잔 마시곤, 목소리 높아지는) 연봉이 얼마냐, 형제는 몇이며
유산은 얼마냐!
홍석 : 그래도 사람이 어떤지는 알아봐야지. 보름 전에 선 보고 두 번 만나고 날을 잡냐?
조형사 : 선배님. 전요. 사람을 모르겠습니다. 7년 사귄 놈이 결혼 한 달 만에 바람 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괴로운 듯 머리 헝클이며) 어차피 속을 거면 모르는 놈한테 속을랍니다.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벨. 수정이다.
홍석 : (받는)
수정(F) : (아빠가 받자마자 바로, 들뜬) 아빠, 재중이가 나 머리핀 사줬다. 그리고 나한테 (쑥스러운 듯) 이뿌다고 했다.
홍석 : (장난스레, 놀란) 수정아. 너 그놈 꼭 잡아라. 잘 생긴 놈이 여자 보는 눈이 없네. 우리 딸 땡잡았다.
씬17. 거리 (밤)
수정 : (샐쭉해서 삐친 듯한, 장난스런) 아빠!
홍석(F) : 우리 딸, 같이 들어가까?
씬18. 고깃집 (밤)
조형사 : 아. 씨. 후배가 인생상담 하는데 어딜 갑니까?
홍석 : (신경도 안 쓰고) 아빠차 엔진오일 갈았는데 시승식 해야지. 어디야? 우리 딸... 오케이, 10분 안에 아빠가 (하는데)
황반장(소리) : 요기 등심 세 개 퍼뜩 주이소. (다가와 앉는)
홍석 : (등심!, 잠시 갈등하는)
황반장 : (주방 쪽보고) 꽃등심 좋은 놈으로 주이소.
홍석 : (결정한) 아이고. 어떡하냐. 갑자기 회의가 잡혔네. (수화기 막곤 주방 향해서 외치는) 한우! 1등급!
(수화기 막은 손 떼곤) 그래. 먼저 들어가고. 엄마 한텐 아빠 보고 싶어도 참으라고 그래.
(끊는, 돼지 껍데기를 다 쓸어 황반장 앞에 놓고, 아줌마가 가져온 꽃등심 굽기 시작하는, 야유하듯)
아유, 늘그막에 벼슬욕심난 우리 반장님, 껍데기 꼭꼭 씹어 드시고 꼭꼭 승진하세요오.
황반장 : 미안하다이. 홍석아.
홍석 : 갑호비상령, 연말특별경계령, 때마다 나서서 자원을 해요. 그럼 뭐하나. 20년째 반장인데.
황반장 : (한숨) 우리 딸래미가 초등학교 3학년 반장되던 날에, 나두 반장 달았다이가. 근데 가가 벌써 서른 살 아이가.
근데 내는 아직도 반장이고. (소주 마시는)
홍석 : (짜증나면서도 짠한) 아, 승진을 할라면 로비를 해야지. 왜 일을 합니까?
황반장 : 합천 촌놈이 줄이 있나, 빽이 있나. (소주 한 잔 마시곤, 크윽 트림하는) 계장 책상에는 앉아보고 퇴직을 해야,
어데 딴 자리라도 알아볼낀데. 아들래미는 대학 다니제. 딸래미는 백수제. 마누라는 아프제.
(돼지 껍데기 집으며) 내 인생이 딱 요 껍데기 같다. (하며 껍데기를 먹으려는데)
홍석 : (젓가락으로 툭 쳐서 돼지껍데기 떨어뜨리곤, 등심 하나 집어 황반장 입에 갖다대며) 대선 경호 끝날 때까지 파스값은
반장님이 책임지는 겁니다.
황반장 : ... 고맙다 홍석아. (등심 받아먹곤) 허허. (느물거리며 웃는)
홍석 : (어이구... 어쩔 수 없이 따라 웃고 마는)
그 순박한 홍석의 얼굴 위로 선행되는 ...급브레이크 소리!!!!
씬19. 한적한 도로 (밤)
타이어의 굉음 소리. 스키드마크를 내며 급정거하는 자동차.
그러나!!! 쿵!!! 뭔가에 부딪힌다.
날아가는 물체, 멈추는 자동차.
정적... 인적 없는 조용한 도로.
씬20. 자동차 안 (밤)
운전대를 잡고 있는 서지수. 뜻밖의 사고에 벌벌 떨고 있다.
지수 : ... 사람이지?
그녀의 시선으로... 저만치 보이는... 도로에 쓰러진 소녀.
지수 : ... 죽... 죽었을까? ... 어떡하지? (하다가)
지수, 내리려하면 그 팔을 잡는 손. 조수석의 PK준이다.
PK준 : (주변을 둘러본다. 아무도 없다. 저만치 소녀를 본다. 움직이지 않는다. 결심한 듯 단호하게) 갑시다. 그냥 가요. 우리.
(지수가 망설이자) 엑셀 밟아요. 어서!!!
지수 : (뿌리치며) 사람이 다쳤잖아. (하며 내리는)
PK준, 짜증나는 듯 입바람으로 머리를 휙 불어 올리곤 어쩔 수 없이 따라 내린다.
도로에 쓰러진 소녀, 수정이다.
지수, 떨리는 손으로 수정을 살짝 흔들어본다. 움직이지 않는다.
지수의 눈에서 쏟아지는 눈물.
지수 : (울음 터지는) 어떡해, 죽었나봐.
하는데, 지수를 확 일으키는 손. PK준이다.
지수 : ... 어떡하지? ... 준아.
PK준 : (단호하게) 어리광부리지 말아요. 얜 죽었고 아무도 본 사람 없어요.
그니까... 우리.. 아무 일 없었던 거예요. 가요. (하는데)
멈칫하는 PK준, 아래를 내려다본다.
소녀가 가늘게 눈을 뜨고 PK준의 바지자락을 잡고 있다.
놀라는 지수, 놀라는 PK준.
수정 : (가녀린 소리로) 살 ...살려주세요.
그런데 수정의 앞에 떨어져 있는 PK준의 콘서트티켓. 그 티켓에 새겨진 얼굴. PK준이다.
티켓과 수정을 번갈아 보는 PK준, 결심한 듯 지수의 팔을 잡고는, 차로 끌고 간다.
지수 : 이거 놔. 애 살려야지. 병원에 가야지.
PK준, 지수를 거칠게 조수석에 태우곤, 자기가 운전석에 앉는다.
지수, 핸드폰 꺼내서 119 누르려 하면 PK준, 그 핸드폰 빼앗아 뒷자리로 던져버린다.
지수 : 준아.
준 : (버럭) 내가!!!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논현동 뒷골목 호빠에서, 티 씨 7만원 받던 놈이,
어떻게! 여기까지! 기어 올라왔는데!!!
지수 : ... 너 설마...
준 : (절규하듯) 나요. 다시는 호빠에서 노래 부르기 싫다구!!
하며, 풀악셀링하는.
지수 : 안돼!!! (하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키려는 소녀와 부딪히기 직전 눈을 찔끔 감는다.
암전. 그 위로 들리는 소리. 쿵!!!
씬21. 고깃집 (밤)
황반장 : (등심 오물거리며) 조형사야 니 또 시집간다매?
조형사 : (완전히 취한) 가위바위보도 삼세판. 결혼도 삼세판. 이번엔 제대롭니다.
홍석 : (소주 마시곤) 이번엔 부조없다.
조형사 : 아, 열장만 넣읍시다. 수정이 결혼할 때 크게 쏘겠습니다.
홍석 : (잔에 소주 따르며 무슨 생각이 났는지 혼자 크크거리며 웃다가) 아까요, 우리 수정이가
나같은 남자랑 결혼하겠다고 그러더라구요.
조형사 : (취했지만, 깜짝 놀란) 왜요? 아니, 나이 마흔둘에 월급 이백이십 받는 남자랑 왜???
어린애가 벌써 인생을 포기할라구 그러냐. (하는데 그 입에 쑥 들어가는 오이)
홍석 : (오이 하나 더 조형사 입에 밀어 넣곤) 우리 딸래미가 집에 잘 갔을라나. (하며 핸드폰 거는)
씬22. 한적한 도로 (밤)
후진해서 달려오는 차, 덜컹. 물체를 넘는다.
차 안의 지수, 눈을 찔끔 감고 눈물만 흘리고 있다.
PK준, 단호하다.
다시 앞으로 달려가는 차.
도로. 쓰러져 있는 수정. 서서히 눈이 감기고 있다.
그 눈에 보이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핸드폰. 수신음이 들린다. 발신자, ‘우리아빠’다.
힘겹게 핸드폰을 잡으려는 순간 다시 한 번 덜컹.
수정의 몸이 들썩인다. 손이 툭 떨어진다. 수정의 눈이 감긴다.
저만치 사라지는 자동차.
밤..... 도로...... 홍석이가 건 핸드폰 벨소리가, 정적 속에 울리고 있다.
씬23. 서회장 저택 앞 (밤)
거대한 저택 전경. 강동윤의 차가 들어가고 있다.
씬24. 서회장 서재 (밤)
큰 책상, 소파, 그리고 일각에 긴 탁자가 있다.
그 탁자의 양 끝에 앉은 서회장과 동윤.
동윤의 앞에만 김이 나는 추어탕이 한 그릇 놓여있다.
동윤 : 약속드리겠습니다.
서회장 : (OL, 인자하게) 묵으라.
동윤, 인자하지만 단호한 서회장의 표정에 어쩔 수 없이 추어탕 한 숟갈을 뜨기 시작하는.
서회장 : 동윤아 니 농사 지봤나? 지주가 그 많은 소작을 우째 다 관리하겠노? 그래서 마름이라는 걸 둔다이가.
지주 대신에 소작도 주고 소작료도 거두고. 근데 사람이 참 얄궂제.. 몇 년 지나며는 소작인들이 지주는 안 무서버하고
마름을 무서버한다이가. 그때부터 마름 지가 지준줄 안다아이가. (재밌는 농담을 했다는 듯 낮게 웃는)
동윤 : 전 한 번도 회장님 자리를 (하는데)
서회장 : (OL 인자하게) 식는다. 퍼떡 묵으라.
동윤 : (... 어쩔 수 없다. 다시 먹기 시작하는)
서회장 : (멀리서 그 동윤을 바라보며, 혀 몇 번 껄껄차곤) 조용히 국회의원이나 하면서, 우리 지수하고 바람이나 쐬러 다닜으면
얼마나 좋았겠노. (옆에 둔 서류 봉투를 동윤쪽으로 밀며) 표시 해 논데다가 도장만 찍으라.
동윤 : (추어탕을 한 숟갈씩 꾸준히 비워가고 있다)
서회장 : 이혼서류다. 지수하고는 얘기 끝냈다. 참. 그 안에 비행기 표도 하나 넣었다. 내일 아침 아홉시 미국 어데라는데.
거 가는기다. 참 불출마 선언같은 거 하고 가야 되나. 그거는 니가 모냥새 좋게 알아서 하고. (하는데)
동윤 : (다 비우고 숟가락을 내린다)
서회장 : 다 묵었으면 나가봐라.
동윤, 어깨를 바로 하고, 서회장을 똑바로 바라본다.
서회장, 인자하게 표정변화 없이, 그런 동윤을 바라보고 있다.
동윤 : 재벌 출자총액 제한제, 금융산업 구조개선법 처리, 대기업의 은행 지분소유 완화, 다 제가 했습니다.
장인어른이 말씀하시면 저는, 항상, 그대로, 했습니다.
서회장 : 계속 그라지 와 그랬노. (은단 몇 알 입에 털어 넣고는) 동윤아, 이 집이 맘에 안 들더나.
청와대는 머한다고 드갈라꼬 그라노?
동윤 : 지지율이 60%를 넘었습니다.
서회장 : 그 지지율, 내가 만들어준 거 아이가.
동윤 : 약속드리겠습니다. 대선에서 이기면 장인어른이 추진 중인 러시아 원유 개발사업, 정부차원에서 지원하겠습니다.
서회장 : 애완견 키았다가 주인이 물리면 우얄라고.
동윤 : 약속드리겠습니다. 처남한테 그룹 승계하는 문제도 제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서회장 : 마름이 똑똑하면, 모자란 지주 아들 잡아묵는 법인데.
동윤 : 약속드리겠습니다. 퇴임 후에도 그룹 내 사업에는 일체 개입하지 않겠습니다.
서회장, 몸을 당겨, 손으로 턱을 괴고 동윤을 바라본다. 보다가...
서회장 : 진짜가?
동윤 : (일말의 기대로) 네.
서회장 : 진짜로 약속할 수 있겠나?
동윤 : 네. 약속드리겠습니다. 장인어른!
서회장 : (보는)
동윤 : (보는)
서회장 : (다정하게) 동윤아 내가 우째 이 자리까지 왔는지 아나?
동윤 : .... (보는)
서회장 : 내 약속은 남이 믿고로 하고, 남의 약속은 내가 안 믿었기 때무이다.
동윤 : ... (절망적이지만 마지막 기대로) 꼭 지키겠습니다, 약속.
서회장 : (귀여운 듯 너털웃음 웃으며) 니가 지키고 안지키고는 아무 상과이 없다. (핸드폰 걸며) 내가 안 믿는다 안카나.
(통화하는) 아 김총장. 우리 사우 조사하는 거 우째 돼 가노? ...내일 아침 아홉시에 긴급체포 하러 온다꼬?.
동윤 : (무기력함과 절망으로 그런 장인을 보고 있다)
서회장 : 그라믄 부탁 쪼매 하자. 그 체포시간은 열 시로 미라주고, 그 뭐꼬 출국 금지, 그런 건 하지 말거래이.
그래. 그래. 욕봐라. (끊는)
동윤 : ... 장인어른
서회장 : (의자에 깊숙이 기대며, 눈을 감으며) 나가 드이 초저녁 잠이 많아지네. 잘란다.
동윤, 그런 장인을 본다. 무기력하다. 그 무엇도 할 수가 없다.
동윤, 서류 봉투를 들고 나가는데....
문이 열리며 다급하게 들어오는 지수.
지수 : (다급하게) 아빠 (하며 들어오다가, 동윤을 보곤 멈칫)
동윤, 걸어 나가던 그 속도로 지수를 힐끗 훑는다. 헝클어진 머리, 눈물로 번진 화장.
동윤, 문 밖으로 나간다.
지수 : (서회장에게 다급하게 다가가) 아빠! 사고가 났어. 나 어떡해.
서회장, 흘깃 보면 문이 조금 열려있다.
잠시 후, 천천히 닫히는 문.
씬25. 서회장 서재 앞 (밤)
문을 닫은 동윤, 생각에 잠긴다. 그 앞에는 럭셔리한 거실이 보인다.
동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씬26. 동윤의 서재 (밤)
동윤, 생각에 잠겨 서재로 들어오고 있다.
혜라, 책상 앞에 서서 통화중이다.
혜라 : (열 받은) 지검장님. 그 정도도 못 막아줍니까? 전직 중수부장이 그 정도도 (하다가 후우 한숨 쉬는)
그럼, 총장님하고 면담이라도 잡아주세요. 우리가 다치면 지검장님도 (하는데, 끊긴 것 같은) 여보세요. 여보세요.
(열 받아하며 끊는데)
책상 앞, 의자에 앉는 동윤.
혜라 : (망설이다가) .... 아침 아홉시에 긴급체포 영장 신청한답니다. 영장 담당판사하고도 얘기 끝난 모양이구요.
당에서도 외면하는 분위깁니다. 믿을 건 여론 뿐이에요. 언론 쪽을 찔러서 정치보복이란 이미지를 만들어보겠습 (하는데)
동윤 : (차분하게, OL) 우리 집사람 말이야.
혜라 : (보는)
동윤 : 요즘도 그 영화배우 만나나?
혜라 : (의도를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헤어진 걸로 압니다.
동윤 : 작년인가, 홍콩에 같이 여행갔다는 모델은?
혜라 : 요즘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것 같습니다.
동윤 : ......
혜라 : PK준이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평 별장에서 만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동윤, 서랍을 열어 서회장에게 받은 서류를 넣고 서랍을 닫아버린다.
동윤 : (두 손 모아 턱을 괴곤) 알아 봐.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인생의 벼랑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찾아낸 동윤의 결연한 표정에서.
씬27. 고깃집 (밤)
다들 잔뜩 취한 분위기.
조형사 : 커피는 (딸꾹) 리필이 되는데 왜 혼수는 리필이 안되냐구요. (딸꾹)
결혼할 때마다 새걸로 사는 거, 국가적 낭비 아닙니까?
홍석 : (황반장에게) 난요. 우리 수정이가 미울 때마다 조형사 생각합니다. 그럼 그렇게 착해 보일 수가 없어요.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어 전화 왔네. 착한 딸. (받는) 어. 아빠 회의 끝나가 (멈칫)
홍석의 얼굴이 점점 심각해지는데서.
씬28. 소형병원 전경 (밤)
3층 정도, 소규모 동네 병원의 전경. 그 위로
의사(소리) : 이러시면 안 됩니다!
씬29. 소형병원 복도 (밤)
홍석, 수정의 병상을 밀고 가고 있다.
그 앞을 막아서는 의사.
홍석 : 비켜!!!
의사 : 혼수상탭니다. 딴 병원으로 옮겨봤자 D.O.A가 될겁니다. (자막 : D.O.A - 병원 도착 전 사망상태)
여기서 임종을 (하는데)
홍석 : (OL) 개소리 하지마. 심장 뛰잖아. 숨 쉬잖아. 아직 살아 있잖아.
의사 : 폐손상이 심합니다. 곧 자발호흡이 정지될 겁 (하는데)
홍석, 의사의 멱살을 잡아 벽에 쾅 밀어붙인다.
홍석과 의사의 얼굴, 솜털이 닿을 듯하다.
홍석 : 내 딸이야! 내가 살려!
홍석, 헉헉 거친 숨을 쉰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
홍석, 병상을 밀고 복도를 달려간다.
씬30. 앰블란스 안 (밤)
홍석, 수정의 바이오그래프를 연신 돌아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핸드폰 통화중이다.
홍석 : 창민아... 우리 수정이.. 돌잔치 때 실 잡았잖아. 너도 봤지. 너 알지? 실 잡으면 오래 산다고.
(하는데 다급하게 움직이는 바이오그래프. 다급하게 조치를 하는 응급요원들. 홍석, 더욱 다급해진다)
창민아. 우리 수정이, 살려 주라. 살려주라. 우리 수정이.
씬31. 종합병원 앞 (밤)
앰블란스에서 병상이 내려지고 있다.
의사가운의 창민이 주변 의사들과 응급요원에게 다급하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다.
앰블란스에서 내리는 홍석이 그 창민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다.
씬32. 종합병원 복도 (밤)
병상을 밀고 달려가는 의사들. 다급하다.
창민 : 멘탈은?
의사1 : 코마 상탭니다.
창민 : 마취과에 연락해서 수술방 잡고, 폐손상도 심하니까, 흉부외과에 연락해. 어서!!
홍석, 그 병상을 다급하게 따르고 있다.
씬33. 종합병원 수술실 앞 (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는 병상.
들어가려다 멈추는 홍석. 창민이 홍석을 가로 막은 것.
홍석 : (보다가) 창민아... 난... 난... 뭐하까?
창민 : 홍석아. 의사로서 말할게. 쉽지 않을거야.
홍석 : ... 창민아.
창민 : 친구로서 약속할게. 니 딸 반드시 살린다.
창민, 어찌할 줄 모르는 짐승처럼 떨고 있는 홍석을 잠시 껴안아 준다.
창민, 수술실로 들어가고 닫히는 수술방문.
홀로 선 홍석,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근처 의자에 넝마처럼 털썩 주저앉는다.
.....텅 빈 복도
.....홍석 ......마치 진공상태같다.
홍석, 뒤늦게 생각난 듯,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건다.
홍석 : (상대가 받은) 여보... 수정이가 ... 우리 수정이가... 좀 다쳤어. 지금 병원인데
(터지려는 울음을 참으며) ... 수술 들어갔어. 우리 수정이.
카메라 멀어지면 텅 빈 수술실 앞 복도.
40대의 남자가 터지는 울음을 참으며, 덩그러니 혼자 앉아, 핸드폰 통화 중이다.
씬34. PK준의 방 (밤)
벽면을 가득 채운 PK준의 콘서트 사진. 그 아래 헝클어진 침대.
침대 옆. 헝클어진 잠옷 차림의 PK준이 몇 대 얻어맞은 듯한 얼굴로 무릎 꿇고 앉아 있다.
그 앞. 한 남자가 서서,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배상무다.
씬35. 강동윤의 서재 (밤)
일각, 혜라가 누군가와 통화중이다.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곤 핸드폰을 끊곤 책상 앞의 동윤에게 와서 뭔가를 보고한다.
그 모습이 보여지다가, 음악이 끝나는 순간.
동윤 : 운전은?
혜라 : 사모님이 하셨답니다.
동윤 : 피해자는?
혜라 : 소생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동윤, 그제야 의미를 알 수 없는 긴 한숨을 쉬곤, 자세를 바로 하고, 컴퓨터의 한글파일을 연다.
동윤 : 혜라야. 넌 신을 믿냐?
혜라 : 필요할 때만요. 의원님은 신을 믿으세요?
동윤 : (천천히 끄덕인다) 지금부터.
동윤, 한글파일에 타이핑을 시작한다. 모니터 화면에 또각또각 새겨지는 글자. ‘불출마선언문’에서.
씬36. 병원복도 (밤)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자세로, 의자에 앉아 있는 홍석.
그 위로 들리는 소리.
미연(소리) : 여보.
홍석, 보면 아내다. 집에서 다급하게 나온 듯 대충 걸친 옷차림에 지갑 하나 들고 있다.
미연 : .... 노래방이라고 나랑 통화도 했는데. 두 시간도 안됐는데...
홍석 : (안심시키는) 괜찮을거야. 잘될거야. (하며 아내의 손을 잡고 앉히려 하는데)
미연 : (손 뿌리치는)
홍석 : (보는)
미연 : 같이... 왔어야지. 생일이라고 데리고 나갔으면 같이 들어와야지.
홍석 : ... 내가... 내가... 회의가 있어서
미연 : 술 마셨구나 당신.
홍석 : 그... 그게 .. 같이 올라고 했는데 (울컥하는)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심호흡 한번 하고 진정하곤) 괜찮을거야. 창민이가 그랬어. 수술 잘될거라고. (하는데)
다급하게 수술실에서 나오는 의사1, 다가가는 홍석과 미연.
홍석 : 어떻게 (하는데)
의사1 : (달려가며) 위독합니다. 힘들 것 같습니다.
순간 미연, 털썩 쓰러져 혼절한다.
씬37. 병실 (밤)
링거를 맞고 있는 미연,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 앞을 지키는 홍석, 주머니에서 경찰수첩을 꺼낸다.
수첩의 앞. 끼워둔 사진. 어린 수정과 홍석이 찍은.
그 사진에서 플래시되는.
씬38. 유치원 재롱잔치 (낮)
여섯 살의 수정, 잔뜩 긴장한 채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다.
피아노 반주가 지나가지만 긴장해서 노래를 시작하지 못한다.
멈추는 피아노 반주.
관객들, 귀여운 듯 웃는다. 그 바람에 수정이 울음을 터뜨린다.
앞쪽에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으려던 홍석, 카메라는 아내에게 맡기고 무대 위로 올라간다.
수정의 옆에 나란히 서는 홍석. 피아노 선생에게 시작하라는 고개짓을 한다.
반주가 시작된다. 클레멘타인이다.
홍석, 힘차게 부르기 시작한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있네.”
아빠에게 용기를 얻은 수정이 주춤주춤 눈치를 보며, 낮게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점점 자신감을 얻어가는 어린 수정.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홍석 힘차게 외친다. “한번 더!!!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그제야 웃는 수정이 아버지와 함께 힘차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미소로 둘을 보던 미연, 사진을 찍는다. 찰칵!!! 스틸!!!
씬39. 병원 복도 (밤)
그 사진을 들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홍석.
씬40. 수술실 앞 (밤)
홍석, 수술실 앞에 선다. 부르기 시작한다. 클레멘타인을. 오래 전 딸에게 용기를 주던 그때처럼.
씬41. 수술실 안 (밤)
창민, 수술을 집도하던 손이 멈춘다. 바이오그래프를 본다. 심전도를 본다. 절망적이다.
다른 의사들을 본다. 모두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창민, 눈을 질끈 감는다. 어쩔 수 없다.
창민, 고개를 끄덕인다. 포기하겠다는 뜻.
창민, 돌아서는데, 순간!!! 기적처럼 다시 팍 튀어 오르는 바이오그래프. 뜻밖의 상황이다.
창민과 의사들, 다급하게 다시 수술을 시작한다.
씬42. 수술실 밖 (밤)
홍석, 처연하게, 그러나 힘차게, 클레멘타인을 부르고 있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텅 빈 복도, 홍석의 노래가 울려 펴지고 있다.
씬43. 서회장 서재 앞 (밤)
2층에서 내려온 동윤, 서회장의 서재 앞에 선다. 옷차림새를 단정히 하곤, 똑똑똑 노크를 한다.
씬44. 서회장 서재 (밤)
동윤이 들어가면 저만치 의자에 앉은 지수의 어깨에 손을 대고 서서, 뭔가를 얘기를 하던 서회장, 딸에게서 떨어진다.
서회장 : 이따가 온나.
동윤 : (개의치 않고 다가가가며) 불출마선언문입니다. 검토해 주십시오. (책상 위에 올리는)
서회장 : 놔나라. 난중에 보꾸마.
동윤 : (OL) 지금 검토해 주십시오.
서회장 : (보면)
동윤 :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장인어른의 검토가 끝나지 않은 일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수 : (신경질적인) 아빠가 말했잖아. 나중에
동윤 : (OL, 불출마선언문 집어 들고) 읽어드리겠습니다.
지수 : 당신 정말 (하고, 일어나려는데)
서회장이 어깨 누르며 가볍게 제지하는.
동윤 : (불출마선언문 읽는) 제18대 국회의원이자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인, 저 강동윤은
2012년 5월 29일 부로, 대선후보에서 사퇴하고자 합니다.
씬45. 강동윤의 서재 (밤)
벽면을 채운 십 여장의 사진들, 혜라가 걸어가며 한 장 씩 천천히 바라본다.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환호하는 사진,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시장통을 둘러보는 사진,
장애인 노점상을 포옹하며 눈물 흘리는 사진,
단식 농성을 하는 사진, 외국정상과의 만남 등등,
지난 십 년의 강동윤의 정치행보가 보여지는 사진들이다. 그 위로
동윤(소리) : 지난 십 년 동안 국민여러분의 과분한 기대와 사랑을 받았습니다. 60%가 넘는 국민적 지지는
저 개인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여망이었습니다.
이런 국민들의 뜻을 저버리고 대선 출마를 포기하는 이유는
씬46. 서회장 서재 (밤)
동윤 : 저 강동윤이 이제는... 국민 여러분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서회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 지난 밤 제 아내가 교통사고를 냈습니다.
지수 : (놀란) 여보! (하며 일어나 동윤에게 달려가는)
동윤 : 당황한 나머지 소녀를 응급구호하지 않고 달아났습니다.
지수 : (달려와 동윤이 들고 있던 불출마 선언문을 빼앗는)
동윤 : (그러나, 서회장을 똑바로 바라보며 계속 말하는) 소녀는 사망했습니다.
지수, 동윤의 뺨을 때린다. 철썩!
하지만 동윤, 한치의 흔들림없이 서회장을 보고 계속 말한다.
동윤 : (대사 이어지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죄를 지었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합당한 벌을 받아야합니다.
제 아내는 법적인 처벌을 받을 것이며, 저는 도덕적 책임을 질 것입니다.
서회장 :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로, 동윤을 보고 있다)
지수 : (발악하듯) 개자식! 나 당신 아내야. 아내를 팔아서 그 더러운 (하며 다시 동윤의 뺨을 때리려는데)
동윤 : (지수의 손을 잡는다. 그 자세 그대로, 서회장 똑바로 보는 채로) 당신은!!!!
(숨을 고른다. 진정하곤 차분하게) 한번도 내 아내였던 적이 없어. 언제나 장인어른의 딸이었지.
서회장 : 지수야. (손짓으로 앉으라고 하는)
지수, 동윤을 노려보며, 잡힌 손을 뿌리치곤, 신경질적으로 소파에 앉는다.
서회장 : (차분한) 원하는 기 뭐고?
동윤 : (차분한) 부탁은 장인어른이 하셔야죠.
서회장 : ......
동윤 : 장인어른이 원하시는 건 뭡니까.
서회장 : (소파에 앉은 딸을 본다. 낮은 한숨)
동윤 : (보는)
서회장 : (결정했다) 이래하자. 날 밝으면 내가 (하는데)
동윤 : (OL) 지금 바로 처리해주십시오.
서회장 : (은단 몇 알 집어 입에 털어 넣곤) 야야 지금 시간이 몇 시고?
동윤 : (본다. 그런 서회장을 보다가, 핸드폰 꺼내 전화하는, 상대가 받은) 팩스보내. 그래. 지금 당장.
방송국 중앙지 지방주요언론에 불출마선언문 바로 보내. (핸드폰 그대로 들고 있는)
서회장 : (보는)
동윤 : (팽팽하게 보고 있다)
서회장 : (어쩔 수 없다. 전화 거는, 상대가 받은) 김총장. 자다 일났나? 잠은 내일 자고 지금 쫌 해야 될끼 있다. 그래.
우리 사우, 무슨 착오가 있었는갑다. 다시 함 검토해봐라. .... 그래. 욕봐라. (끊는)
동윤 : (핸드폰에 대고) 중단해. 팩스. (끊는)
지수 : (증오로 동윤을 바라보고 있다)
서회장 :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담담함으로 동윤을 바라보고 있다)
동윤 : 이번 대선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동윤, 서회장에게 90도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데서.
씬47. 강동윤의 서재 (밤)
동윤, 들어온다. 책상 쪽으로 가며...
동윤 : 대선캠프 예정대로 오픈해. 출정식 일정 잡고, 여성, 청년쪽 언더조직 다시 꾸려. 자문교수단은 알아서
(하다가 멈칫, 아무 대답 없는 혜라를 본다)
혜라 : (뭔가 심각하다. 망설이다가) ...수술이 ....성공했답니다.
동윤 : (털썩 무너지는 기분. 두 손으로 책상을 잡고 돌아서 있다)
혜라 : 며칠 내로 깨어날 것 같습니다.
동윤 : (돌아선 채로, OL) 안돼.
혜라 :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보면)
동윤, 오래도록 책상을 잡고 돌아서 있다. 그러다가 천천히 돌아서며
동윤 : .... 깨어나면 ... 안돼.
결연한 동윤의 얼굴에서....
씬48. 회복실 (밤)
링거병, 라인을 타고 떨어지는 수액, 가녀린 팔에 꽂혀있는 주사바늘. 수정이다.
산소마스크, 심전도 등 각종 전자장비가 몸에 부착되어 있다.
그 앞에 위생가운을 입고 서있는 홍석, 고맙고 벅찬 마음이다.
떨리는 손으로, 딸의 손을, 잘못 만지면 부서질 듯, 조심스럽게 잡아본다.
홍석 : (눈물 그렁해서) 고맙다. 수정아. 살아줘서... 정말 고마워.
홍석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
아버지의 눈물이 가녀린 딸의 손에 떨어지는데서 F.O
씬49. 떡볶이 가게 안 (낮)
홍석 :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것저것 지시하는) 만두 잘라서 국물 듬뿍 묻혀 주시고. 더더.
거 아줌마, 국물 심하게 아끼시네. 국물 더요. 더. 오케이! 참. 계란 넣었습니까?
주인 : (떡볶이 포장 내밀며) 네네. 떡볶이 엄청 좋아하시나봐요.
홍석 : (미소로) 싫어하는데요. (포장을 받는데서)
씬50. 수정의 병실안 (낮)
홍석이 병상 옆 협탁에, 떡볶이 포장을 내려놓고 있다.
미연 : 정말 냄새나게. (다가가며) 치워. 쫌! 무슨 떡볶이를 하루에 세 번씩 사온 담?
홍석 : (다가오는 미연을 몸으로 장난스레 막으며) 당신 질투할까봐 말 안했는데 수정이가 그랬어.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게 나고, 두 번째가 떡볶이라고.
미연 : (손가락으로 홍석의 콧잔등 툭 치며) 어이구, 나한테 내가 제일 좋다고 했네요.
홍석 : (손가락으로 미연의 콧잔등 두 번 치며) 히히. 내가 그러라고 시켰어. 당신 삐질까봐.
미연 : 제발 좀 떡볶이 그만 사오자. 여보. 떡볶이 냄새 땜에 내 코가 (하다가, 표정 굳어지는) ....당신 또 방구꼈지?
홍석 : ... 어떻게 알았어?
미연, 코를 막곤 정말 못말려 하는 표정으로 저만치 가서, 물티슈로 가습기를 닦는다.
홍석 : (떡볶이 포장을 풀며) 우리 딸은 자다가도 떡볶이 냄새만 맡으면 벌떡 일어나지요.
미연 : (가습기 닦으며 투덜대는) 그래. 앉은뱅이도 벌떡 일어나겠다. 방구냄새에 떡볶이 냄새에!
애가 아직 후각도 안 돌아왔는데. 백홍석씨.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루에 한 번만 하세요.
홍석 : (손으로 떡볶이 냄새를 수정쪽으로 보내며) 미연아 너 짜장면 먹을 때 왜 단무지가 나오는지 아냐?
미연 : (또 시작이다 싶다. 건성으로) 몰라.
홍석 : 축구 전반전이 왜 45분인지는 아냐?
미연 : 아, 몰라요.
홍석 : 그래. 세상일 몰라요. 그냥 최선을 다해보는 (하다가 멈칫) .... 미.. 연아. 미연아....
미연, 가습기 닦다가 무슨 일인지 보면 멀뚱멀뚱해진 눈으로 홍석이 가르키는 곳.
병상 위, 수정의 손가락이 미약하게 움직이고 있다.
씬51. 병원 복도 (낮)
홍석, 창민을 끌고 오고 있다. 들뜬 얼굴이다.
씬52. 수정의 병실 (낮)
창민, 라이트로 수정의 눈을 비춰보고 간단한 진찰을 한다.
그 옆. 홍석과 미연이 손을 잡고 초조하게 서있다.
창민 : (체온계 확인하곤) 1도나 떨어졌네. (홍석보고) 열이 떨어졌다는 건, 뇌압이 떨어졌다는 뜻이야.
홍석 : (뭔 말인가 싶어서 창민을 보고 있는)
창민 : (차트 확인하곤) CT 촬영 결과도 아주 좋아. 우측 뇌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어.
홍석 : 창민아.. 그.. 그럼..
창민 : 며칠 내로 의식 돌아올거야. 축하한다.
홍석 : 창민아 고 (하는데)
창민 : 고맙다는 말은 몰았다가 퇴원할 때 한 번에 듣자. (나가려다가 돌아서서) 홍석아 친구로서 부탁인데,
아무리 급해도 화장실에 있는 사람 끌고 오지는 말자. 앞으로.
홍석 : (헤벌쭉 웃는)
창민 : (미소. 장난스레 홍석의 가슴을 툭 치곤 나가는)
홍석, 너무 기분이 좋다. 주먹으로 빠샤! 하며 미연에게 떡볶이를 가르킨다.
그 얼굴 의기양양하다. 내 말이 맞지? 하는 표정이다.
미연, 그런 홍석을 보다가 다가가서 홍석을 안는다.
홍석 : (기분좋은, 장난스레) 넌 내가 그렇게 좋냐?
미연 : 고마워. 당신이 있어줘서... 당신이 웃어줘서.. 내가 버틸 수 있었어.
홍석 : (그런 아내를 보다가 꼬옥 껴안는다. 아내의 머리에 얼굴을 갖다 댄다. 그리고 속삭인다) 미연아. 우리 행복하자.
...수정이하고 같이 ....우리 가족 행복하자.
창밖으로 비추는 햇살이, 그 가족을 비추고 있다.
씬53. 서회장 저택 정원 (낮)
일각. 나무에 걸려있는 그네. 그 위에 올라탄 민성(10세).
평상복 차림의 동윤이, 아들이 탄 그네를 가볍게 밀어주고 있다.
까르르 웃는 민성.
신혜라가 그 옆에서 일정을 보고하고 있다.
혜라 : 한 시간 뒤에 출발하셔야 됩니다. 열 한 시 현충원 참배. 열 두 시 중소기업연합 회장단 오찬.
2시. 일본 대사 면담. 4시에 장애인 학교 방문. 7시에 대선 출정식이 있습니다. (하는데)
민성 : (그네에서 내려와) 아빠. 오늘도 늦게 들어와?
동윤 : (귀여운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우리 민성이 잠들기 전에 들어와야지.
민성 : 그럼 아빠. 오늘은 동화책 꼭 읽어 줘야 돼.
동윤 : (미소로 끄덕이곤) 엄마한테 가서 준비하라고 해.
민성 : (동윤의 볼에 뽀뽀하곤, 집안으로 달려가는)
동윤 : (그런 아들의 뒷모습을 귀여운 듯 보는데)
혜라(소리) : 30억. 어제 집행했습니다.
동윤 : (혜라를 보는)
혜라 : 몇 년 전에 개업했다가 의료사고로 폐업했습니다. 그때 10억대의 부채가 생겼구요.
씬54. 어느 밀실 (밤)
일식집의 밀실같은 분위기.
배상무가 앉아 있고, 그 앞. 식탁 위에 세 개의 007가방이 열려진 채 놓여 있다.
그 안. 가득한 5만원권 돈더미! 30억이다!
돈더미... 아름답고 압도적이다. 그 위로.
혜라(소리) : 도박빚도 있습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구요. 하지만 두 사람은 제일 친한 (하는데)
동윤(소리) : 할거야.
카메라, 식탁 맞은 편에 앉은 남자를 비춰간다.
탁자 위에 올려진 손. 가슴. 목.... 그 위로
동윤(소리) : 세상에서 제일 약한 게 뭔지 아나?
이윽고 보이는 남자의 얼굴!!! 창민이다!!!
동윤(소리) : 유혹 받아 본 적이 없는 우정이야.
인생의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돈더미 앞에,
입술이 떨리고 눈가가 떨리며... 갈등하는 창민의 얼굴에서...
씬55. 현충원 앞 (낮)
동윤의 차가 도착한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씬56. 동윤의 차 안 (낮)
조수석에 혜라. 뒷좌석엔 동윤과 지수가 앉아 있다.
동윤, 내리려다 보면 지수의 얼굴이 잔뜩 굳어있다.
동윤 : 웃어.
지수 : (냉랭하다)
동윤 : (아이를 달래듯 지수의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하기 싫은 일을, 웃으면서 할 수 있을 때, 어른이 되는거야.
지수 : (그 손을 냉랭하게 뿌리치는데서)
씬57. 현충원 앞 (낮)
차에서 내리는 동윤과 지수.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
동윤이 손을 내밀면 지수가 다정한 얼굴로 그 손을 잡는다.
함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동윤과 지수 부부. 그 위로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들.
씬58. 몽타주 (낮)
// 깃발을 들고 도열한 의장대 사이로 왼쪽 가슴에 손을 대고 (국기에 대한 경례 하듯이) 걸어가는 동윤과 지수.
그 뒤를 따르는 보좌진들.
// 병실 안. 문이 열린다. 누군가 들어선다. 창민이다.
병실은 비어 있다. 수정은 홀로 있다.
창민, 갈등한다. 입술을 깨물며 돌아서려다가.... 다시.. 병상 쪽으로 돌아선다.
// 의장대 두 명이 조화를 들고 앞장선다.
그 뒤를 따르는 동윤 일행. 분향탑 앞에 선다.
// 병실 안. 창민이 주사액이 가득 든 주사기를 들고 있다. 망설인다.
입모양으로 수정을 향해 ‘미안하다’고 말해 보인다.
떨리는 손. ...이윽고 링거줄에 주사기를 꽂는다. 링거줄 안으로 주사되는 노란 액체.
// 동윤, 분향재를 화로에 넣는다.
// 병실 안. 수정의 숨이 가빠온다. 바이오그래프가 요동친다. 비상벨이 울린다.
// 분향탑 앞. 동윤과 지수 일행. 묵념한다. 동시에 시작되는 군악대의 조곡 연주.
// 병원 복도. 홍석과 미연, 물품을 사오는 듯 비닐봉지를 들고 오다가 다급하게 달려가는 의사들을 본다.
불길하다. 홍석과 미연, 그 뒤를 따라서 뛰어간다.
// 묵념이 계속 되고 있다. 군악대의 조곡 연주도 계속 되고 있다.
// 의사들, 다급하게 응급조치를 한다. 그러나 상태는 악화되는 듯하다.
오열하는 미연, 홍석 그런 아내를 꼬옥 안아준다.
거친 숨을 쉬며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딸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홍석은 수정의 얼굴을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다.
// 조곡은 계속되고 있다. 묵념도 계속 되고 있다. 그러던 어느 순간!!!
// 병실 안. 수정의 호흡이 멈춘다. 바이오그래프가 플랫해진다.
미연, 무너지며 절규한다.
홍석, 차마 믿을 수 없다는 듯 눈만 끔뻑 거리며 뭐라 말을 하려하지만 말은 나오지 않고, 아래턱만 덜덜 떨리고 있다.
// 현충문 근처. 혜라가 핸드폰을 받고 있다. 방명록을 쓰려던 동윤과 눈이 마주친다.
고개를 끄덕이는 혜라. 성공했다는 뜻.
동윤, 잠시 눈을 감는다. 낮은 한숨.
이내 눈을 뜨곤, 주변의 기자들에게 미소 한 번 지어 보이곤, 방명록에 쓴다.
또박또박. ‘대한민국 제 18대 대통령 후보 강동윤’
// 수정의 얼굴 위로 흰 시트가 덮여진다. 화면 화이트된다.
씬59. 장례식장 로비 (밤)
화면 가득 보이는 안내판. ‘빈소3 고인 백수정. 상주 백홍석 송미연’.
그 앞. 검은 상복차림의 홍석이 양손에 향통을 든 채, 멍하니 안내판을 보고 있다.
실감이 나지 않는 얼굴이다. 멍하게 보는데... 그 위로
조형사(소리) : (울먹이며) 선배
홍석, 그 소리에 돌아보면 황반장과 조형사가 와 있다.
조형사 : (울먹이는) 뭐예요? 갑자기.
황반장 : (조형사 어깨 두드려주며) 수정이 봐야지.
홍석, 어색한 미소로 그들을 보며 앞장서서 간다.
씬60. 빈소 앞 (밤)
홍석과 황반장 조형사가 들어가는 빈소.
두 개의 조화만이 초라하게 놓여있다. ‘강북경찰 서장’ ‘동진상고 동문회’
씬61. 빈소 안 (밤)
수정의 영정이 환하게 웃고 있다.
조문을 마친 황반장과 조형사, 홍석과 맞절을 마치고 나가는데,
울먹이며 들어서는 교복차림의 중학생들. 그 가운데 남학생, 씬5의 남1(재중)이다.
열을 맞춰 수정의 영정에 조문을 한다.
홍석, 황량한 얼굴로 재중을 본다. 그리고 딸의 영정을 본다.
그 딸의 영정 위로 플래시 되는
// 씬5
홍석 : 좀 무리라고 본다.
수정 : 아빠도 엄마랑 결혼했잖아.
// 씬16
수정 : 아빠 나 재중이가 머리핀 사줬다. 그리고 나한테 이뿌다고 했다.
딸의 영정은 웃고 있다. 하지만 이제... 딸은 없다.
홍석 견딜 수가 없다.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씬62. 장례식장 앞 (밤)
홍석, 나온다. 눈물을 참으려는 듯 훅훅 숨을 쉰다.
보면 저만치 앉아있는 상복의 미연.
홍석, 다가가 옆에 앉는다.
미연 : (건조하게) 밥은 먹었어?
홍석 : ..... 당신은?
미연 : ... 할 일이 참 많네. 사망진단서는 뗐어?
홍석 : 어.
미연 : 발인은 정했어?
홍석 : 모레 아침 여섯 시. 화장장에 여덟시까지 도착하면 된대.
미연 : 참, 관은 누가 들지? 수정이 친구들은 어려서.
홍석 : 강력계 형사들이 들기로 했어.
미연 : 잘됐네. 걱정했는데. .....참. 국하고 밥 모자르지 않나. 더 시켜야 되나.
홍석 : 100인분 더 시키고 왔어 내가.
미연 : (홍석을 본다. 보다가 눈가에 조금씩 차오르며) 오늘 수정이 반 친구들 다 왔더라.
홍석 : ... 어.
미연 : (말하는데 입술이 조금씩 떨려오며) 수정이 생일날 반 친구들 다 부르고 싶댔거든...
근데.. 내가.. 돈 없다고.. 몇 명만 부르랬다.
홍석 : (그런 아내의 손을 잡아준다)
미연 : .... 근데 수정이 죽고 나서야 친구들 다 밥 먹이네. (울음 터지기 시작하는) 이럴 줄 알았으면... 생일날 다 부르라고 할걸.
홍석 : 당신 잘못 아냐.
미연 : .. 스마트폰도... 바꿔줄걸.
홍석 : 여보.
미연 : ... 그림 배우고 싶댔는데. 미술학원 비싸다고 내가 관두라고 했다.
홍석 : ... 미연아.
미연 : (주체할 수 없이 울음 터지며) .. 수정아.. 미안해... 정말 미안해. 엄마가 미안해... 계속 같이 있을 줄 알았어.
지금은 못해줘도 나중엔 다 해줄거라구 생각했는데... 해달라는 거 다 해줄걸. 미안해.
아무 것도 못해 주고. 엄마가... 미안해. 수정아.
주체할 수 없이 울음이 터진 미연을 홍석이 꼭 안아준다.
홍석도 울고 있다. 자신의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깨를 들썩이며 우는 아내를 더 꼭 안아준다.
밤. 달. 별. 홍석과 미연이... 그렇게 오래 울고 있다.
씬63. 장례식장 전경 (아침)
씬64. 염습실 (아침)
수정이 수의를 입은 채 염습대에 누워 있다. 그 아래에는 관이 놓여 있다.
염습사 : (사무적으로) 부모님 들어오세요.
유리로 보이는 외부. 그 밖에서 들어오는 홍석과 미연.
염습사 : (사무적이다) 저희가 고인을 깨끗하게 씻기고 삼베수의를 입혀드렸습니다. 자 아버님. 고인 이마 한번 만져 주세요.
홍석,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 멍한 얼굴로, 수정의 이마에 손을 댄다.
염습사 : (홍석에게) 이승에서 고생 많았다고 손 한번 주물러 주세요.
홍석 : (판단 정지의 표정이다. 수의로 감싼 딸의 손을 주무른다)
염습사 : 어머니, 고인 저승길 잘 가라고 다리 한번 주물러 주세요.
미연 : (차마 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염습사 : (사무적으로) 그럼 아버님이 주무르세요.
홍석 : (딸의 다리를 주무른다)
씬65. 염습실 참관석 (아침)
염습실 안이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참관석. 삼베로 저승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미연, 바닥에 주저앉아 차마 그 모습을 못 보고 있다.
홍석, 멍한 얼굴로,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보고 있다.
그 뒤 황반장과 조형사가 서 있다.
황반장 : (낮게) 진짜가?
조형사 : (낮게) 아침에 교통계에서 들었습니다.
황반장 : (낮게) 시상에 저 어린 거를 차로 두 번이나 왔다갔다 하믄서, 밟고 갔다 말이가? 인간도 아이다.
홍석 : (쥐고 있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조형사 : (울먹이며) 얼마나 겁났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마지막 삼베가 수정의 얼굴을 덮는 순간!!! 홍석, 달려 나간다.
씬66. 장례식장 복도 (아침)
달려가는 홍석. 저만치 빈소 근처. 차마 들어오지 못하고 벽에 기대 있는 창민을 본다.
홍석, 달려가 창민을 바로 세우고 그 눈을 바로 본다.
창민 : ...... 홍.. 홍석아.. (홍석의 눈을 바로 볼 수가 없다)
홍석 : (창민의 얼굴을 두 손으로 바로 세워, 자신의 눈과 마주치며) 창민아! 너 내 친구지?
창민 : .....
홍석 : 니가 상주해라.
창민 : ... 홍.. 홍석아...
홍석 : 난 잡아야 될 놈이 있다.
창민 : ... 난.. 난...
홍석 : 부탁이다. 창민아. 니가 상주 해 주라.
창민 : .....
홍석 : 우리 수정이! 발인하기 전에! 잡아야겠다구! 그놈!!!
홍석, 달려나가는데서.
씬67. 장례식장 로비 (아침)
로비 일각에 설치된 대형 티비. 문상객 몇몇이 앉아서 보고 있다.
// 기자가 뉴스 멘트를 하고 있다.
기자 : 어제 저녁,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강동윤 후보의 대선캠프 출정식이 있었습니다.
복도 저 끝에서 달려오는 홍석.
// 티비 화면. 동윤의 대선출정식 장면이다.
동윤, 연단 위에 서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동윤 : (격정적으로) 서민의 친구가 되겠습니다. 힘없는 사람들의 희망이 되겠습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대한민국을,
저 강동윤이 여러분과 함께 만들겠습니다!!!
분노의 홍석이 장례식장 밖으로 달려나간다.
열변을 토하는 TV 속의 강동윤과 분노로 달려나가는 홍석의 모습이 한 화면에 잡히면서 스틸!!! 1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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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재밌게 본 드라마인데 너무 너무 잘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해용~!!
잘볼게요~ 감사합니다 ^^
잘볼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