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창>은 베토벤 자신이 "비창적 대 소나타(Grade Sonata Pathetique)"라고 명명한 작품입니다. 처음 듣는 순간부터 곡이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귀를 뗄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 <8번 소나타>의 작곡 양식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8번 소나타>는 베토벤의 모든 작품들 중에서 어떻게 보면 가장 단조로운 곡입니다. 단선율 위주의 화성이 진행되는데, 선율은 명쾌하지만 왼손의 반주도 극히 단순하고 두터운 화음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곡의 구성이 매우 드라마틱하고 맹렬한 분위기와 감미로운 노래, 연주하는데 필요로 하는 기교를 훨씬 상회하는 압도적인 연주효과로 인해 극히 산뜻한 효과를 얻었고, 나아가 대중적 인기까지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8번 소나타>가 파격적이라고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작곡양식의 변화가 아니고 1악장의 제시부 앞에 커다란 서주가 붙어 있기 때문입니다.
1악장의 명칭은 "Grave - Allegro di molto e con brio"인데, 가장 느린 속도를 지시하는 "Grave"라는 악상기호와 곡을 개시하는 c단조의 으뜸화음은 그야말로 충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의 제목인 <비창>이라는 말은 이 서주의 분위기에 의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주는 점차 고조되어 오른손의 레치타티보, 빠르게 하강하는 선율로 변화하면서 Allegro di molto e con brio의 소나타형식 제시부로 본격 돌입하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서주의 재료가 소나타 형식의 발전부와 코다에 다시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왼손의 맹렬한 트레몰로를 타고 등장하는 1주제는 그 예가 없을 정도로 공격적이며 이 주제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더욱 극적입니다.
2악장은 전형적인 가요 형식의 악장으로 <피아노 소나타 14번> 1악장에 비견될 만큼 슬프지만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악장입니다. A-B-A의 전형적인 세도막 형식으로 나른하고 아름다운 멜로디가 인상적입니다. 음악에 대해서 문외한이라고 해도 이 멜로디 한 번만 들으면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유명한 멜로디가 전개되죠. Louise Tucker라는 가수가 2악장의 주요 멜로디를 차용하여 "Midnight Blue"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대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