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이여따
티비 잘 안보는데 어디 방송인가 예비신랑신부가 나와서
혼수품을 인형 찝어 내는 기계같은 모양에 신랑이 매달려서
직접 들어 내는 오락프로그램을 보았다
한 가지라도 더 들어 내려는 예비신랑의 모습이 얼마나 우끼던지
아이들과 같이 파안대소를 하였다
솔직히 웃는 것도 그렇다
사람마다 다 개성이 있지 않는가?
나는 좀 크게 웃는 편이다
목젖을 있는데로 곤두세워 꺄르륵 넘어가게 크게 웃는 것이다
그렇게 집안이 떠나가도록 우리가 웃고 있는데
문제의 스방놈이 저녁을 묵으러 쓰윽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는 것이다
이왕 벌려서 웃은 입이 스방 온다고 갑재기 다물어 지나?
웃음은 엔돌핀과 직접 연관이 있어서 신나게 웃는 판국에 김가, 이가, 스방, 가리게 됐냐 말야
그리고 화면 속에 그 예비신랑이 마지막까지 한 가지 물건이라도 더 건질려고, 장인이 가져 왔으면 좋겠다는 막걸리 주전자를 찾아서는 막 집어 던지는 것이다.
울 스방은 우찌된 심판인지, 집에 들어오면 밥상을 코앞에 디밀어야한다
차리는 시간도 있지만..여튼 얼른 밥그럭에 밥 한 그릇부터 먼저 퍼 놓으면 반찬은 나중에 나와도 된다
근데, 뭣이 잘못 꼬여서 그런가 나는 또 방침이 달라서 밥보다 반찬이 먼저 상우에 놓여야 하는 것이다
오라, 니 고집있나? 나도 고집있다 카믄서 절대로 밥을 먼저 퍼 놓지 않는다..그래서 가끔 쿠사리 묵는다
밥을 차리면서도 내가 그걸 흘끔 보면서 또 막 웃으니 이 스방눔이 나를 홱 꼬라보더니 고함을 꽥 지르는 거이다
아니, 웃는 것도 죄가?
그라고 언제 지가 날 이렇게 함 우끼게 한 적이 있나
그래도 하도 무섭게 꼬라보면서 고함을 지르길레, 아이고 이럴 땐, <수구리>하는기 최고여.
입을 댓발 나오게 해, 따뱅이을 몇개 걸어도 될만큼 쏙 뽑아 물고는 상을 차렸다
촌철살인 이라꼬
"밥 무요!"
딱 이 말한마디 하고는 방에 들어와 분을 삭힌다고 혼자 씩씩 거렸다
그랬더니 밥을 다 묵고는 방문을 홱 열더니, 니는 안 묵나 하는 거시다
속으로,
"지금 이 목구멍으로 밥 너머 가게 생깃나 이놈아, c펄"
역시 칼날같이 한 마디 날린다
"묵기 싫어요"(이룬이룬...요는 또 뭐야 "묵기싫어" 하고 말일이지...)
묵어라 말어라 소리도 없이 자기는 티비보면서 희희 웃는다 내참,
밤 10시쯤 되어 퇴근하여 대문 잠그고 들어오는데 삐꿈 아이들 방에 갔다 오는 척하고 얼굴 내 밀고는 모르는척 방에 횅하니 들어와서 책을 봤다
어따, 승질나니 나도 컴 안하고 책 읽어서 좋구마이..ㅎㅎㅎ
사람이 분노로 얼굴이 시퍼리둥둥하면 일 하는데 속도가 붙는다
화 날때 빨래를 하면 빨래에 힘이 가해서 더욱 빨래를 힘있게 치대는 것이다 이건 해 본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미적거리던 <혼불>3권을 단숨에 다 읽었다
흐이고, 이 책을 보면 그냥 가심이 애려...
분노의 원더풀 하이타이는 애린 가심 숟가락으로 살모시 걷어내지고 있다
그냥 나는 나대로 자고, 스방놈은 테레비 다 보고 혼자 들어와서 잤나보다
평상시 팔베게를 꼭 해 주는데 내가 독오른 독사처럼 엥도라져 있으니 팔도 못 내밀고 만세를 하고 잤나보다
사건 2.
흐미, 문제는 새벽이여
더듬더듬...이 뭐이가?
잡아 땡기는 데로 돌아 누워 안고 보니 스방아녀?
이런, 한 일주일 말 안해야지 하고 자기전에 그렇게 각오를 다졌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