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의 문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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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젯 방식의 프린터/복합기를 사용한 소비자의 불만은 점차 그 폭을 좁혀왔다. 초기에는 속도, 해상도, 화질 등 모든 부분에 걸쳐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질에서 레이저를 능가하기 시작했고, 이내 속도도 따라잡았다. 그러면서도 최초 구매가가 저렴하다는 장점은 상대우위를 견고히 지켜나가고 있다. 최근 레이저 프린터의 잇단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잉크젯 방식이 전체 판매율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십수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유지비다. 간과하기 쉬운 흑백 문서도 장당 100원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허다하며, 4×6 사진 인쇄는 잉크값만 수백원대, A4 풀 이미지라도 인쇄할려치면 몇천원 정도는 우습게 지출되기 십상이다. 알고는 못뽑는 것이 잉크젯을 통한 사진 인쇄다.
엡손이 바로 여기에 도전장을 던졌다. 정품잉크 최초로 1만원대 벽을 깨는가 싶더니, 6,900원이라는 메가톤급 카트리지를 선보였다. 색분리형인 점을 감안해도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던 정책이다. 최근 출시 이후 짠돌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CX2900 복합기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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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 CX-2900 | |
출력 해상도 |
5,760×1,440dpi |
최소잉크방울크기 |
3피코리터 |
인쇄속도 |
최대 23ppm(흑백 텍스트)/12ppm(컬러 텍스트) |
스캔 해상도 |
600×1,200dpi(광학) |
복사 속도 |
흑백텍스트 - 7초 컬러텍스트 - 14초 |
소모품 |
4색 분리형 / 각 6,900원 |
가격 |
9만원대(실 판매가) |
문의 |
엡손코리아(www.epson.co.kr) |
포장도 알뜰파 타깃 |
이러한 전략에 발맞춰 엡손 CX2900은 포장부터 남다르다. CMY와 흑백 카트리지, 총 4색의 카트리지와 아울러 흑백 카트리지 하나가 추가로 들어있다고 표기돼 있는 것. 잉크값이 본체값보다 비싸기도 한 현실에서 알뜰파들에겐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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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잉크 1개를 보너스로 제공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추후 잉크가 떨어질 때를 대비해 카트리지 10% 할인 쿠폰도 2장 붙어있다. 철저하게 저렴한 유지비를 내세운 엡손의 집요함이 느껴질 정도다. 단 쓰는 김에 색상 수에 4장을 제공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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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리지 할인쿠폰도 들었다.
포장을 풀면 본체와 사용설명서, 프로그램 CD, 빠른설치가이드, USB 케이블, 전원 케이블 등이 단촐하게 구성돼 있다.
마음에 드는 점은 어댑터가 본체 통합형이라는 것이다. 휴대성을 극대화해야하는 모바일 기기에서는 분리형 디자인이 용납되지만, 복합기에서 어댑터 통합형 구조는 반드시 갖춰야하는 미덕에 가깝다. 늘어나는 디지털 기기로 케이블 정리에 민감해진 기억이 있는 사용자라면 공감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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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X-2900의 구성물
본체 디자인은 실판매가 9만원선의 저가형 제품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하다. 하이그로시 코팅 느낌의 우윳빛 색상도 그렇거니와 각 관절부의 움직임과 마무리가 수준급이다. 최근의 미려한 데스크톱 및 LCD 디자인과 잘 어울릴 것으로 평가된다.
설치는 무난한 수준이다. 대다수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본체에 잉크를 장착한 뒤 PC에 드라이버를 인스톨하고 PC와 연결하면 설치가 완료된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다수의 프로그램의 함께 설치하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것. 그래서인지 소프트웨어 인스톨 시간은 제법 걸리는 편이다. 시작표시줄에만 4개 항목에 총 10개의 프로그램/설명서 등이 설치된다. 관련 유틸리티를 보유하지 않은 소비자를 배려한 것이겠지만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다. 다행히 설치 전에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한꺼번에 제거하는 유틸리티도 포함돼 있어 소비자를 번거롭게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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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유틸리티가 함께 설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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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물체의 스캔할 수 있도록 힌지가 설계됐다.
급지부의 먼지방지용 덮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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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지부와 배지부를 접어 부피축소와 방진을 노릴 수 있다.
동급 최강의 화질, 속도는 무난 |
프린터를 연결하고 스캔 속도와 출력 속도, 소음 등 기본적인 테스트를 진행해봤다. 참고로 엡손 CX-2900과 사실상 동급의 제품들은 최근 벤치마크한 기사(http://www.betanews.net/article/347809)가 있기 때문에 이와 비교해 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결과부터 말하면 속도는 다소 아쉬운 수준인 반면, 전통적인 화질의 명가 엡손의 제품답게 이미지 출력질은 최상급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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엡손 CX-2900의 전용지 출력물.
벤치마크에 사용된 것과 동일한 44쪽의 PDF 컬러 문서를 표준 화질로 출력한 결과, CX-2900은 가장 느렸던 삼성 SCX-1430보다 조금 빠른 수준인 37분 5초를 기록했다.
A4 크기 최상급 화질 설정으로 풀 이미지 출력은 12분 56초(776초)가 걸려 가장 느린 수준에 해당됐다. 4×6인치 크기 이미지 인쇄도 362초나 걸렸다.
흑백 텍스트 출력은 오히려 반대였다. PPM으로 환산할 경우 7PPM이라는 비교적 빠른 속도를 보여줬다. 이는 가장 빨랐던 HP 제품보다도 오히려 빠른 속도다. 반면 표준 모드로 출력하는 경우에는 2PPM에도 미치지 못하는 속도를 기록했다.
정리하면 이미지 출력 속도는 동급 대비 두 배 가까이 느린 반면, 텍스트 인쇄는 고속 인쇄의 경우 동급보다 오히려 빠르며, 표준 인쇄는 동급 대미 다소 느린 수준으로 요약할 수 있다.
화질은 최상급이다. 지난번 벤치마크 최대 5,760dpi의 해상도 덕분인지 같은 이미지를 출력했을 때 각 도트가 보이는 망점 현상이 동급 제품에 비해 월등히 우수했다. 느렸던 이미지 출력 속도를 보완해주는 부분이다.
색감도 원본 이미지보다 색상이 진하고 약간 붉은 기운이 도는 경향이 있었지만 이는 엡손의 색 개성으로 보아야 한다. 이런 경우 피부색은 오히려 생생하게 표현되곤 한다. 용지만 포토전용지를 사용한다면 간이 사진 출력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라 결론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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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이미지(좌)와 스캔 이미지(우)를 동일한 크기로 맞춰 캡처했다. 붉은 색 기운이 두드러지는 한편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스캔 속도는 A4 크기의 잡지를 300dpi 설정에서 43초만 스캔했다. 보급형 제품으로는 무난한 수준이다. 미리보기 속도는 11.3초였다.
소음은 양호한 수준이다. 일단 작동하는 본체에 측정기를 올려놓고 관찰한 결과, 헤드가 느리게 움직이는 이미지 출력에서는 40dB 이하의 최상급 정숙성을 보였다. 일반 텍스트 출력 시에도 47dB로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그러나 고속 모드에서는 급지 소음이 만만치 않은 편이었다.
짠돌이도 만족시킬 유지비 |
CX-2900은 A4 고품질 이미지 출력 2매, A4 표준품질 이미지 컬러 출력 2매, 4×6인치 고품질 이미지 출력 2매, 흑백 표준 텍스트 문서 12매, 고속 텍스트 문서 10매, A4 컬러 이미지+텍스트 문서 44매를 출력하자 흑백 잉크가 소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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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잉크의 교체가 번거로울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컬러 카트리지는 모두 절반 이상의 잔량을 표기하고 있었다. 잔량표기대로라면 흑백 잉크만 추가할 경우 다시 이 만큼의 문서를 더 출력할 수 있는 셈이다.
절대적인 비교가 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그 어떤 제품보다도 저렴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또 색 분리형 카트리지를 채용했기 때문에 소진된 색상만 보충하면 된다는 점에서 더욱 알뜰하다.
그러나 출력 상당수가 흑백 문서인 점을 감안할 때, 흑백 잉크 용량이 조금 더 컸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카트리지 가격은 차지하고 일일이 구입하기 번거롭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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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제조됐다.
◆ CX-2900은 그간 초저가형 복합기 제품의 부재로 시장을 상당 부분 빼앗겼던 엡손의 절치부심이 드러나는 제품이다.
저렴한 제품에도 불구하고 수준급 디자인과 마무리, 포토 출력용으로 손색없는 화질은 절대적으로나 상대적으로 불만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더욱이 경제적인 색 분리형 카트리지 구조를 채택한 것도 부족해 6,900원이라는 공격적인 카트리지 가격을 내세운 점은 소비자를 유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다소 일찍 떨어진다 싶은 흑백 잉크 카트리지는 자칫 소비자의 불편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저렴한 유지비와 우수한 화질, 부담 없는 구입가까지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역작으로 평가하기에 충분하지만 추후 대용량 흑백 잉크도 소개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