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숲으로 가서 광혜원 이월마을에서 칠현산 기슭에 이르기 전에 그만 나는 영문 모를 드넓은 자작나무 분지로 접어들었다. 누군가가 가라고 내 등을 떠밀었는지 나는 뒤돌아보았다 아무도 없다 다만 눈발에 익숙한 먼 산에 대해서 아무런 상관도 없게 자작나무숲의 벗은 몸들이 이 세상을 정직하게 한다 그렇구나 겨울 나무들만이 타락을 모른다 슬픔에는 거짓이 없다 어찌 삶으로 울지 않은 사람이 있겠느냐 오래 오래 우리나라 여자야말로 울음 스스로 달래어온 울음이었다 자작나무는 저희들끼리건만 찾아든 나까지 하나가 된다 누구나 다 여기 오지 못해도 여기에 온 것이나 다름없이 자작나무는 오지 못한 사람 하나하나와도 함께인 양 아름답다 나는 나무와 나뭇가지와 깊은 하늘 속의 우듬지의 떨림을 보며 나 자신에게도 세상에도 우쭐해서 나무짐 지게 무겁게 지고 싶었다 아니 이런 추운 곳의 적막으로 태어나는 눈엽이나 삼거리 술집의 삶은 고기처럼 순하고 싶었다 너무나 교조적인 삶이었으므로 미풍에 대해서도 사나웠으므로 얼마만이냐 이런 곳이야말로 우리에게 십여년 만에 강렬한 곳이다 강렬한 이 경건성! 이것은 나 한사람에게가 아니라 온 세상을 향해 말하는 것을 내 벅찬 가슴은 벌써 알고 있다 사람들도 자기가 모든 낱낱 중의 하나임을 깨달을 때가 온다 나는 어린 시절에 이미 늙어버렸다 여기 와서 나는 또 태어나야 한다 그래서 이제 나는 자작나무의 천부적인 겨울과 함께 깨물엉먹고 싶은 어여쁨에 들떠 남의 어린 외동으로 자라난다 나는 광혜원으로 내려가는 길을 등지고 삭풍의 칠현산 험한 길로 서슴없이 지향했다 고 은 속삭이는 자작나무 숲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을 갔다 경사가 제법 높은 산길을 올라가야한다 두번째 등성이를 돌자 후회가 되고 더 이상 못간다고 할뻔 했을때 한무리의 여자들이 내려온다 얼마나 더 가야 하나 물었더니 이제 반이란다 그러나 꼭 올라가라구 안보면 후회 한단구 한다 올라가며 사실 자작나무는 실컷 보아서 그리 대단한거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올라온게 아까워 다 올라갔다 발밑에 펼쳐진 자작무숲~ 그것은 그저 바라다만 보는 숲이 아니고 들어가 안겨야하는 숲이다 자작나무 숲에서 듣는 바람소리는 청량하다 안겨서 눈을감고 그 사이를 부는 바람소리를 들어야 한다 감동이 밀려온다 피아시라는 식당에서 민물 매운탕을 먹고 양구 박수근 미술관을 갔다 입구부터 소박하고 건물은 나즈막하며 작가가 추구하던 대단하지 않은 삶의 진실을 나타내는것 같다 이십대 피끓던 청춘의 3년을 양구에서 군생활을 하며 탈영을 꿈꿨던 유모씨의 추억여행으로 펀치볼이라는 거대한 구릉모양의 마을을 보았다. 펀치볼 시래기도 유명하다.황태 덕장 처럼 시래기 덕장을 만들어 놓았는데 거기는 무를 심어서 밑둥은 버리고 무청만 베어 시래기로 만든다는데 무척 보드랍고 맛있다. 을지 전망대를 올라가려했으나 3시30분까지 허가를 얻어야 들어갈수 있다하여 우리의 여행은 거기서 stop!!! 강원도의 청정한 기운으로 충전하고 왔다.(옮긴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