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하는 일 김매기 뿐이로다'
7월의 노랫말을 온몸으로 실감하는 여름날이다.
밭 전체를 한 번 다 돌지 못했는데
처음 맨 이랑은 언제 낫질 한 번 안해주었다는 듯이 시치미를 뚝 떼고 있다.
기세좋은 풀들을 원망하는 마음이 슬며시 찾아올때면
산과 밭에서 나는 열매들로 이것 저것 만들어보는 재미로 전환해가며 이 뜨거운 여름을 난다.
* 고야효소와 돌복숭아효소 담그기
올해는 고야가 제법 열렸다. 가지치기도 못해주고, 비료 한 번 못 준 것에 비하면.
학교 농생활시간에 초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땄다.
아직 익지 않은 풋풋한 고야는 가지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다.
나무에 올라가 흔들어도, 긴 막대로 쳐도 떨어지지 않는 고야는 새도 먹게 남겨두잔다.
미련이 남거나 힘들 수 있는 상황을 밝고 긍정적으로 전환해간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에 남았다.
5키로 조금 넘는 양이다.
요즘 효소 담기에 몰입해있는 윤희가 정성껏 담궈주었다.
함께 열매를 딴 친구들과 참으로 나눠 먹고,
터전에서 난 것으로 담근 효소로 홍천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검산밭에 있는 돌복숭아도 딸 수 있는 만큼 따서 효소를 담궜다.
3키로 조금 넘는 양이 적다 싶었는데
매실만한 열매에 두텁게 붙어 있는 털들을 박박 문질러 씼어 내다보니 꽤 많은 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요한 곳에 약으로 잘 쓰이면 좋겠다.
* 산딸기잼 만들기
작년 산딸기잼이 너무 맛있었던 탓에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산딸기산딸기 노래를 불렀다.
6월에 검산2리까지 원정(?) 채취까지 다녀왔건만 많이 만들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7월에 할머니밭 근처, 검산밭 가는 길 등지에서 틈나는대로 땄더니 제법 양이 되어서 또 한차례 잼으로 만들며 원을 풀었다.
* 오이지와 오이소박이
이웃마을 청량리에 있는 한살림 생산지에서 피클용오이를 많이 얻었다.
피클용오이라고 피클만 담그라는 법은 없다.
식초와 설탕 없이 소금과 물만 가지고도 담글 수 있는 오이지를 두항아리 가득 담궜다.
맛있는 물과 좋은 소금이 있으니 조금만 애쓰면 요긴한 밥반찬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처음엔 오이가 든 항아리에 팔팔 끓인 소금물을 붓고,
항아리 윗부분에 골마지가 하얗게 낄 때마다 오이를 담궈둔 소금물만 따라내 팔팔 끓여서 식혀 부으면 된다. 이론 상으로는.
그런데 항아리를 둔 곳이 서늘한 곳도 아닌데다 날씨까지 무더워서 그런지
골마지는 금새 끼고, 물러지는 오이도 조금씩 늘어난다.
일단 냉장고에 자리가 나는대로 넣어 두긴 했는데,
꼭 그래야 해? 이 상황을 못마땅해하는 마음이 쉬이 사그라들지 않는다.
옛날에는 어떻게 먹었는지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그러니까 엄청 짜게 해서 맛없게 먹었지" 이다.
도대체 옛날엔 얼마나 짜게 담궜길래!! 타임머신이라도 있다면 옛날 장독대며 광에 다녀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8월 달력을 넘기며 오이 짜게 절여두라는 노랫말을 보고서야
날씨가 좀 서늘해질 무렵, 끝물 오이로 오이지를 담궈서 집에서 제일 서늘한 광에 두었겠구나, 짐작해본다.
은새네에서 기른 오이로는 오이소박이도 담궜다.
30여개 정도의 오이로 담으니 시간을 적게 들이고도 더운 여름날 밥상에 앉은 사람들을 시원하게 해주는 기쁨이 크니
여름 밥상에 빠질 수 없는 반찬이렸다.
해가 이렇게 뜨거우니 한 차례 더 담그고 싶다.
* 콩잎된장장아찌와 깻잎김치
콩잎따서 장아찌 담궈야지, 마음을 먹고서도 김매느라 다른 일 하느라 쉬이 손이 가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게도 오늘만은 넘길 수 없다 싶어 열 일 제쳐두고 콩잎을 땄는데...
그 날 이후로 콩 꽃이 하나둘 씩 보이기 시작한다. 일종의 마감날이었던 셈이다.
다시마육수에 된장과 조청을 적당히 섞어 콩잎 한움큼 사이사이마다 펴발랐다.
수연언니가 보내주신 깻잎으로 김치도 담궜다.
액젓에 양파를 갈아 넣고 다진 마늘과 간장, 물엿대신 조청을 조금 넣은 양념장을
깻잎 두장 사이사이마다 켜켜이 펴발랐다.
꽃도 피워야 하고 열매도 맺어야 하니 많이 담글 수 없는 음식들이다.
가을날, 단풍든 콩잎과 깻잎을 따서 항아리 가득 소금물에 삭혀두는 그림을 그려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 토마토농축액
은새네에서 보내준 토마토로는 농축액을 만들어보았다.
토마토농축액이 들어간 요리를 반가워할 것 같은 친구들을 떠올리고 기다리며 만드는 기쁨이 있다.
1시간 남짓 졸였더니 토마토 4키로 한바구니가 작은 유리병 세 개 반에 쏙 들어갔다.
농축액을 소독한 유리병에 담고 뚜껑을 닫은 뒤 꺼꾸로 세워 끓는 물에 넣어 5분 정도 두면
냉장고에 넣어두지 않고도 장기보관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한 번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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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더운 7월을 부지런히 보내며 수확의 기쁨도 솔솔 누리는 군요. 콩잎, 깻잎, 항아리에 담긴 효소,,, 모두 가지런히 곱네요!
한여름, 추운 겨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덥기도 하고 밭 수확물들이 풍성한 때!
'뒷날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풍성함을 담아내고 있네~
다양한 제철먹거리가 더운 여름을 싹 잊게 하겠네요. 한 수 가르쳐주시죠~
도대체 얼마나 짜게 담궜길래!!!!! 크크큭큭 -_-/
찬바람 불어도 반찬걱정 좀 줄이겠네^^ 바지러한 손이 느껴진다.
타이머신이라... 상상이되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