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 교육 평준화와 수준별 수업 ‘교육의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교육평준화제도가 우리 사회에 기여하는 면이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교육의 효율성’이라는 관점에서 평준화 제도는 자주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이 제도가 학교 평준화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지만 교실 평준화에는 그렇지 못하여, 그야말로 학력 면에서 천차만별의 학생들을 한 교실에서 같은 교사가 같은 방법으로 수업해야 하는 것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숙제를 제공한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e.news.go.kr%2Fmoe%2Fnewsimages%2F200404%2F20040419143857001_1.jpg)
교육 평등의 철학과 학습의 효율성, 이 양자를 균형 있게 조화시킬 수 있는 방안의 일환으로, 성심여고에서는 학교장의 제안에 의해 1994년부터 학생들의 학력 격차가 상대적으로 큰 영어와 수학의 수준별 분반 수업을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성심여고 수준별 수업의 발자취
94년 당시 한 학년이 8개 학급인 점과 학생들의 성적 분포를 고려하여 4개 학급을 단위로 4개 수준의 분반 편성이 결정되었으며, 그 후 수준을 더욱 세분화하여 5개 수준으로 편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반을 편성하여 수업하는 것만으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에 수반되는 많은 문제들이 검토되었다. 무엇보다 학부모나 학생들이 우열반 편성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수준별 수업의 취지를 이해하고 호응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여러 차례의 설명회를 통해 학력의 차이가 인격의 차이가 아니라는 인식, 수준별 수업이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갖도록 설득하였으며, 서로 다른 성취 수준의 학생들에게 각자의 수준에 맞는 최선의 수업방식과 자료가 제공될 것이라는 것을 약속하였다.
또한 담당교사의 배정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특정 수준의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였으며, 오히려 하위 수준의 학생들을 경험이 많은 교사가 담당하도록 배려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수준의 학생들에게 동일한 수업교재와 수업 방법을 적용한다면 수준별 수업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므로 수준별 교재의 개발 및 교수 방법의 개선, 새로운 평가방법 모색 등에 교사의 노력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교사들의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는 연구비를 출연하여 교재 개발을 도왔으며, 시행 초기 3년간은 영어, 수학 교사들이 수업 이외의 업무나 담임을 담당치 않도록 배려하기도 하였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e.news.go.kr%2Fmoe%2Fnewsimages%2F200404%2F20040419143857001_2.jpg)
2003년부터 영어과에서 수준별 분반수업을 보다 내실화하고 체계적인 분반수업을 하기 위해 영어과 홈페이지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영어과 홈페이지는 크게 수준별 분반 자료실, 공동자료실, 교사용 게시판의 3개영역으로 구성되어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의 운영에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는 평가의 문제일 것이다. 분반 수준에 따라 수업 교재와 수업 속도, 수업 방법, 학습량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평가문항이 적용될 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한다고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심여고는 분반별 형성평가, 과제 수행, 수업참여도 등의 수행평가를 통해 분반별 특성을 평가에 반영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평가계획을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공개하여 미리 대비하게 하고, 주1회 열리는 교과 협의회에서 담당교사들 간에 충분히 의견을 교환한 후 공동출제하며, 여러 차례의 검토 과정을 거쳐 문항을 확정함으로써 평가의 공 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의 정착을 위한 제언
(1) 학생에 대한 인식의 변화 서로 다른 능력의 학생들을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수업은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힘든 현실이다.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학생들의 특성이 무엇인지를 고려한다면 수준별 수업이 그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학력의 차이가 인격의 차이가 아니라는 인식, 수준별 수업이 학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 그리고 교육은 교사와 학생간의 깊은 관계맺음의 활동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2) 교사 역할의 변화 교사의 역할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설계하고, 학습활동을 격려해주며, 학생들을 안내하고, 학습활동을 도우며, 때로는 직접 학습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moe.news.go.kr%2Fmoe%2Fnewsimages%2F200404%2F20040419143857001_3.jpg) 교 사의 역할에 대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면, 수준별 수업에 따른 교수방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기가 힘들다. 하위 집단의 경우, 대부분 학습에 대한 실패 경험의 축적으로 수업활동에 대해서 부정적인 태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상위 집단의 경우, 상당히 동기화되어 있고, 자기주도 학습능력이 뛰어나다. 이렇게 서로 다른 집단의 경우, 학습자료뿐만 아니라, 교수방법 또한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준별 수업은 교수-학습 방법의 혁신을 전제할 수밖에 없었다. 수업을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이끌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 노력은 전문성 제고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개인적 성장의 차원에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인식, 학습자료 개발, 교수-학습방법의 개선 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3) 교육 여건의 성숙 교육의 효율성 추구라는 점에서도 수준별 수업에 대한 긍정적 검토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반화되지 못한 주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아마도 미흡한 교육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행정업무, 학생지도 등), 낙후된 교육 환경, 과밀학급, 교원의 사기 저하 등 교육여건을 호전시킬 만한 요인이 별로 없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심학교에서는 정착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학교장의 신념에 가까운 소신과 교육여건의 변화를 위한 자체 노력, 교육의 인프라 구축 때문일 것이다. 수준별 수업의 획일적 시행이 또 다른 교육 문제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제도가 요구된다.
(4) 평가의 유연성 허용 수준별 분반별로 학습한 내용을 자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유연함과 다양함이 가능해야 한다. 물론 공통과정(기본과정) 만을 평가 범위로 하는 것이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가장 무리 없는 방안이긴 하지만 학습자가 현재의 수준에서 일정 수준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며, 과정을 중시하는 교육적 배려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뿐만아니라 다양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동시에 기울어야할 것이다.
수준별 수업에 대한 평가 그동 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수정과 보완작업을 거쳐 온 성심여고 영어, 수학과에서는 수준별분반수업 11년을 맞아 학생들과 교사 간의 이견을 줄이고 바람직한 분반제도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이 제도에 대한 학생들(전학년 대상)의 의식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학생들은 수준별 수업이 자신의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매우 도움이 된다 - 11.8%, 도움이 된다 - 55.8%), 그 이유로는 분반 수준별로 각기 다른 교재와 수업내용(44.4%), 교사의 수업방식(21.6%), 심리적 경쟁심(19.2%)등을 들었다. 또한 분반 수업제도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었으며, 교사의 평가에 대한 공정성에도 아주 깊은 신뢰를 보여 주고 있다.
“수준별 분반 수업 운영 초기에는 기본적인 골격을 갖추는 데 많은 고충과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교사들이 수준별 분반 수업의 목표와 필요성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여 팀워크(team work)을 극대화한다면 수준별 분반 수업은 성공할 수 있다. 이것은 학생 수준 편차가 좁혀진 분반에서 보다 더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보다 더 양질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반 이름을 파파야, 오렌지, 레몬, 키위 등으로 지었다. 우열반이란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성심여고는 인터넷 게시판과 복도에 설치된 건의함을 통해 항상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개별 면담을 자주 하며 애로사항을 같이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학부모 장혜연씨(42, 여)는 “학교 측이 10년 동안 다양한 시도로 학생들에게 적합한 방식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심여고는 평가방법을 찾느라 고심했다. 다른 교재로 다른 수준의 수업을 한 학생들을 ‘한 바구니’에 넣어 평가하는 것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수년 간의 시행착오를 거쳐 필기시험과 수행평가를 7대 3의 비율로 합산하는 방식을 마련했다.
3학년 김승희 학생은 “실력을 쌓으면 다음 학기에 상급반으로 올라갈 수 있어 성취의욕이 생긴다”면서 “학교의 평가 방식에는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나오는 말 - 수준별 수업 성공적 정착과 확대 실시에 따른 교육적 효과
성심여고의 수 준별 수업은 학생, 학부모, 교사로부터 대체로 만족스러운 평가를 받고 있다. 학습의 효과나 결과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이러한 면에서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서 수준별 수업은 어느 정도 기여하는 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교육의 평등관에 입각한 교육평준화 정책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면서 학습자의 수준에 맞춘 내용과 방식으로 공교육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문의 서울성심여자고등학교 교감 노창일 02-702-5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