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선 약수(上善若水)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한 인물은 불 같은 성격의 진시황이었지만 그 통일기간은 15년을 넘기지 못한다.
오래도록 황제의 자리에 머물고 싶어 불로초까지 찾아 오게 했지만 그는 오십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다.
진시황 사후 천하를 겨룬 인물은 項羽와 劉邦이다.
불 같은 성격의 항우는 동네 이장 정도에 불과했던 유방에게 천하를 내주고 만다.
불같이 급한 성격의 궁예는 자신의 부하였던 王建에게 후삼국통일의 위업을 넘겨준다.
세조 때 ‘이시애 난’을 평정하고 27세에 병조판서가 된 南怡(남이) 장군은 그 불같은 성격으로 인해
예종의 눈에 나게 되고 결국은 역모의 혐의를 받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34세에 대사헌이 되어 개혁정치를 시도하던 趙光祖는 불같이 조급하고 과격한 성정으로 인해 중종으로 하여금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게 했고 결국 반대파의 덫에 걸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약을 받는다.
일본의 중세 전국통일의 기초를 닦았던 불같은 성격의 오다 노부나가는 믿었던 부하의 손에 죽임을 당하고
천하는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거쳐 ‘기다림의 대가’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넘어간다.
老子는 ‘道德經’에서 지극히 선한 것은 물과 같다(上善若水)’며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 물을
이 세상에서 善의 표본으로 삼는다.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낮은 곳에 머물기에 가장 道에 가깝다’란 뜻이다.
불길은 강력하여 아무리 큰 나무도 사나운 들짐승도 적수가 될 수 없다.
그처럼 대단했던 불길 다음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은 한 줌의 재만 남을 뿐이다.
강렬한 불의 힘은 모든 것들을 파괴하고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채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반면 강물은 처음에는 조용하게 흐르지만 점점 넓어지고 깊어져서 그 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가 된다.
그러면서 모든 자연의 만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준다. 물은 시작은 미미하지만
때로는 유유히 흐르기도 하고 때로는 휘몰아치는 급류도 있다.
강물은 항상 아래로 흘러가면서 땅의 모든 틈새를 메워주고 감싸준다.
겸손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모든 것을 포용하는 것이 물의 본성이다. 물은 흐르다가 웅덩이를 만나면 아무리 급하고
웅덩이가 클지라도 반드시 채우고 앞으로 나간다. 孟子는 제자들에게 물에서 德을 배우라고 이른다.
老子는 천지 만물 중에 가장 두렵고 힘이 센 것은 물과 대나무라고 한다. 물은 갈라 놓았다 합치면 흔적도 없이
하나가 되고, 대나무는 휘었다 놓으면 곧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중국의 마지막 통일왕조이자 정복왕조인 淸은 1636년 국호를 後金에서 淸으로 바꾼다.
음양오행설에 따라 불(火)을 상징하는 明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물 수(水)변이 들어가는 나라 이름이 필요했다.
金은 火克金(화극금-불은 쇠를 이긴다)으로 明에 제압당하고, 淸은 水克火(수극화-물은 불을 이긴다)로
明을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淸은 1636년 병자호란으로 조선의 항복을 받아 후환을 제거하고 1644년 북경에 입성하여
중국 역사상 최대강역을 통치하는 위업을 달성한다.
불과 같은 삶은 강력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집단지성의 시대에서는 시작은 미약하지만 모든 것을 포용하며
바다라는 목적지를 향해 유연하고 겸손하게 흘러가는 강물과 같은 리더십과 삶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 水滴穿石(수적천석)
2021. 6. 19. 한국교육컨설팅 경영학박사 손원일
<박종구 님이 주신 카톡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