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14일
대구 팔공산
지난 9월에 강원도 고성 벌초하러가면서 설악공룡 종주를 하고 넘어간 적이 있어서,
이번 설악산 단풍은 다른 회원님들께 양보하고,
다른 곳에 조인해서 가기로 미리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들어 18기 운영진이 조직이 되고 있고,
어쩌다가 수석의 중한 책무를 맡게 되어 은근히 불참에 대한 신경이 쓰인다.
주중 총회와 뒷풀이를 거쳐 대한토의 끈끈한 정을 느끼고 난 다음날.
목요일 현회장님으로부터 우려의 전화를 받는다.
방송에서 주말에 우박을 동반한 비 예보를 좀 쎄게 한 탓인지,
(사실 그다지 심각한 수준은 아닐것으로 추정되는 날씨였건만)
신청댓글이 주루륵 내려와있다.
적은 인원수로도 되려 오붓하고 즐거운 산행이 될 수 있는 충분히 많은 경험이 있긴 하지만,
굳이, 날도 궂은데, 먼 설악산을 고집할 이유는 없겠다 싶었다.
주관대장님의 의견이 제일 중하니,
올인대장님의 의중을 살핀다. 당신도 흔쾌히 동의하셨다는 현회장님의 전갈이 온다.
O.K.,
일기예보를 먼저 살핀다.
너무나 뚜렷하게, 당일 북서권엔 비구름, 영남권에 날이 괜찮은 기상청 예보를 확인하고,
너무 아래쪽은 그렇고, 합천, 거창. 대구권 키워드를 회장님과 공유하고 있었다.
회장님: 팔공산?
나: 콜.
가야산은 최근에 다녀왔고....
숨은 명산도 있긴 한데... 지명도 있는 산으로 회원들의 눈길을 끌기 딱 좋은 곳.
마침 산 고도도 1200고지이니, 설악산에서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더라도,
막 들기 시작하는 울긋불긋 단풍형상은 기대해도 괜찮을 적격지로 공감을 하였다.
올인대장님의 승인도 다행히 받고나서, 수정산행을 진행하였다.
대체산행 신청인데도 마흔명이 넘는 숫자의 참여를 이끌었다.
18기 첫 산행으로서 다행히 순조로운 출발이 예고되었다.
당일이 밝았다.
가을에 가정사가 많아서, 대한토에 자주 못갔다.
이번에도 거의 한달만에 가는 셈인 듯.
다행히 18기 첫 산행에 같이 하게 되었다.
반가운 얼굴들을 뵌다.
다정함과 반가움의 다른 한 켠에 바빠지는 마음.....
그것은... 회원님들 모여계시는 기회를 이용해, 18기 산행을 리딩하실 분들을 모셔야 한다.
정규산대장님들을 모시긴 했으나, 수가 부족해서, 로드를 덜기위해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분들을 뵐때마다
"자..... 두번부터 말씀을 시작해 보실까요?"
"헉!!! 무슨 말??"
일일 산대장 역할 및 횟수를 여쭌다.
대한토는 참 명품산악회인 것이, 이런 어렵고 당황스러울수 있는 제안에,
모두들 십시일반으로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신다. 다행이다~~^^
금강휴게소에서 내려 첫 산행 기념으로 주어진 김밥을 들고, 식당으로 향하는데..
어?? 어디서 많이 본 사람???
아토산산악회 총무를 맡으며 그 산악회 운영을 도맡아 해온 수수꽃다리 님을 뵌다.
대한토에도 정회원이긴하다.
"어!!!!!! 음..... 오늘 아토 어디가나?"
"개별산행이에요. 아토는 격주라 안가자나요~"
"차기 어떻게... 회장 맡기로??"
"그렇게 되었어요. "
"크~~~ 수고하시겠네... 언제 갈께~"
도와주지 못하는 미안함을 안고, 언제 참여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헤어졌다.
그곳에도 궁금하고 보고싶은 분들이 많으니...
마침 이번에 후배인 모카크림님도 함께 참가했는데, 최근에 설악산 무박종주를 너끈히 해내는 등,
기량이 올라온 참에, 은근히 무전기를 가슴에 놓는다.
"진행하면서 상황 전파만 해주셔~~ 별거 아녀~~^^"
결과적으로 너무나도 훌륭하게 후미에서 일행들을 인솔해 내려왔다.
어려움에 있는 회원님들 신경까지 써가면서... 대박.
산대장으로 덕목이 차고 넘치는 것을 확인하고,
산행뒤의 산행평가까지 함께하면서, 덕담을 나누었다.
예정된 시간 10시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예보에서 예고된 날씨처럼, 하늘은 파란 구름. 선선한 기운.
최고의 기운을 온몸으로 흡수하면서, 길을 오른다.
주로, 동화사나 케이블카 근처에서 비로봉을 중심으로 한바퀴를 돌거나,
갓바위에서 비로봉을 경유해 내려오는 코스는 여러번 타 봤는데,
부안사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개인적으로는 처음 시작한다.
길이 낯설다 보니, 어째 개념도 상의 B로 진행하고 있음을 깨닫고,
GPS를 연다.
개인산행이었다면 크게 괘념치 않고, 되는대로 그냥 올라갈터인데,
지금 내 위치가 그렇지 않다. 일행들을 봐야 하니....
GPS상으로는 A코스와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을 확인하고, 안도를 하면서,
함께 진행하고 있는 일행들을 안심시키며 오른다.
어느덧 함께 진행했던 B조와 이별을 고하고, A코스에 합류를 하여, 천고지를 향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오른다.
아침을 안먹는 습관인데,
내용물을 특별히 알차게 담았다는 김밥을 뱃속에 두고 오르고 있어 그런지, 힘이 부친다.
수시로 2분30초 휴식을 유도하면서 차분히 고도를 높여간다.
GPS상에 악어바위가 있는데.... 어디보자...
지나가는 옆으로 보니, 입을 벌리고 있는 형상의 바위를 본다. ㅎ
역시 아는만큼 보이는 법.
마당재를 거쳐서 톱날바위를 향해 거침없이 오른다.
명칭에 걸맞게 서서히 암릉이 보이고 밧줄구간도 보이고..
하늘로 올라서자, 탁트인 조망이 우리를 반긴다. 이야~~~
아직은 설익은 단풍과 노란 잎사귀가 가을의 정취를 서서히 느끼게 한다.
강철체력 산수님과 못지않는 체력을 자랑하시는 귀뚤이님 버들님이 앞에 계시고,
이후 함께 톱날위를 건넌다.
가마바위봉이라고 한다.
1년동안 참 많이 고생하신 정들고문님이 명품조망터에서 모델놀이를 하고 계시네.
이쪽을 바라보게 한 후 한 컷.
B조와 만나서 점심을 함께 먹으려 했으나,
내 실력이 그렇게 날래질 못해서, 떨어져서 따로 먹어야 겠는데...
넓은 터가 없어, 함께 진행하는 A 중간 그룹도 나누어 앉아 점심을 먹기로...
그런대로 너덧명을 앉힐 수 있는 넓은 암반을 찾아서, 식사를 시작한다.
역시 고수들이라 내어주시는 음식들도 건강미가 넘친다.
성인음료를 2통 들고와 꺼내는데, 산행중이라 그런지 고사를 하셔서,
산수님과 나누고 있는데,
뒤이어 적송님 도착.
보아하니, 적송님도 산을 은근히 잘 타시는 듯 하여, 습관적으로 산대장 제안을 할 요량으로 말을 붙인다.
"와~~ 산을 잘 타시네요?"
"석달 쉬고 난 후 첫 산행이라 힘드네요"
"석달이나 쉬었는데, 대단하세요~~..............
........
혹시 일일산대장 함 해보실래요?"
회심의 일격을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ㅎ ㅠㅠ (웃푼상태)
그러자, 앞에서 쳐다보고 있던 산수님이 한심하신듯 혀를 차며...
"이러언~ 빌드업을 그렇게 하면 안되지~"
하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입에 문 막걸리를 뿜고야 말았다. ㅠㅠ
막걸리 방울이 밥상, 일행들을 향해 비산한다. ㅠㅠ
"안먹겠다니까 막걸리를 이렇게 주네~~?"
"으흐~~ 이러언~~!!!!"
"악..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식은 땀을 흘리며 식사를 시작한다. 관대하게 받아주시는 용서의 마음을 냉큼 받는다.
첫댓글 어제 코스를 돌이키면서 급작스레 검토없이 10년전 기억만 믿고 진행한 산행이 많은 산우님들을 희망고문과 불편함을 드렸네요.
어? 절대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저처럼 톱날바위능선 보신분도 계시고. 갓바위보신분도 계시고 다채롭게 선택해서 즐길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결과는 아주 좋았습니다. 수고정말 많으셨어요~^^
수석산대장의 무게가
느껴졌을 18기
첫 산행지 팔공산 산행.
결과적으론 모두 행복한 하루였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무게를 나누어 드릴라고 분주히 돌아다녔습니다. ㅎㅎ
다행히 선배님들이 잘 받아주시네요. 역시 명품산악회~~^^
후기와 함께
멋진 사진도 잘보고 갑니다
수석대장님
18기 첫산행 수고하셨습니다 ~~
1/52 가 지난건가요? ㅎㅎ
첫산행이 잘 마무리 되어 다행입니다.
산행 챙기시고 대장섭외하시고 열일하셨습니다~~
후기남기시고^^
일인 다역. 역시 준비된 회장님.
수고많으셨어요~^^
동그라미님 '배에 놓는다'에서 뜨끔합니다....
가슴이었나? 바꿀께요~^^
갑자기 산행지 바꾸는게 많은 부담이 될텐데 수고많으셨어요.
회장님과 올인대장님께서 워낙 노련하셔서 크게 어렵진 않았어요. 다행히 많은분들이 함께 하실수있어서 좋았습니다.
대장님 모시느라 맘 고생 많았겠네요.
첫 산행부터 산행지 변경에 애도 많이 쓰셨군요.
이래저래 고마울 따름입니다.
되려 청대장님의 따뜻한 마음이 더욱 감사하죠.
선임 수석대장님의 명성에 흠집이 가면 안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