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실무상 기왕증에 대한 보상
박은경
<목차>
I. 논의를 시작하며
Ⅱ. 기왕증의 기여도가 보험보상에서 가지는 의미
Ⅲ. 자동차보험 약관조항 분석
Ⅳ. 자동차보험 실무상 적용시 개선사항
Ⅴ. 나의 생각
1)
Ⅰ. 논의를 시작하며
자동차보험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의 소유, 사용 또는 관리하는 동안에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타인의 생명이나 신체 혹은 재물상 손해를 입혀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생긴 손해를 보상할 것(책임보험)과 피보험자 자신이 입은 상해 등에 대하여 보험자가 전보하여 줄 것을 약정한 보험계약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자동차사고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질병이나 기왕증 등의 소인이 사고와 경합하여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영향을 주었다는 다툼이 있는 경우에 가해자는 피해자가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해주어야 하는가를 둘러싸고 실무상 많은 분쟁이 있어왔다.
2004년 자동차보험약관상 명문으로 기왕증 상계조항을 신설하였고, 재판실무상 교통사고 피해자의 기왕증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연구에서는 자동차보험 실무상 기왕증에 관련한 대법원 판례의 분석을 행하고자 한다. 대법원의 판례는 일응 유사한 사안에 대한 예측가능성의 부여라는 측면과 동시에 보험회사의 보상지침에 대한 지도적 성격 또는 법리적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 판례의 태도에 대한 체계적 분석은 기왕증에 대한 현행 자동차보험약관상 기왕증 상계조항의 의미와 그 적용시 고려하여야 할 몇 가지 문제점을 검토함에 있어 필요한 단초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Ⅱ. 기왕증의 기여도가 보험보상에서 가지는 의미
1. 기왕증의 개념
“ ‘기왕증’이란 당해 사고 이전에 가지고 있던 병력으로 과거의 질환”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기왕증의 기여도 감액 혹은 상계의 근거
기왕증이 가해행위와 경합하여 그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그 기왕증을 고려하여 감액하거나 상계하여 지급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그 근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에 대하여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
(1) 부정설
피해자에게 기왕증이 있었다는 것은 그 결과의 발생에 미친 영향력을 평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피해자의 사고 전의 상태를 평가한다는 의미를 가질 뿐이므로, 손해배상액의 산정시에 기왕증의 기여도를 평가하여 일정비율에 따라 감액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다고 한다.
(2) 긍정설
어떤 손해의 발생에 복수의 원인이 경합한 경우 각 원인이 결과발생에 기여한 정도에 상응하여 배상액을 비율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견해로 우리나라의 통설이다.
이 견해는 다시 기왕증의 기여도를 인과관계의 단계에서부터 파악하여 기왕증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는 “부분적 인과관계론”과 기왕증의 기여도는 단지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참작사유로만 파악하여야 한다는 “기여도 감액설”로 나누어진다.
‘기여도 감액설’은 다시 그 감액의 근거를 공평의 원칙과 신의칙에서 찾는 “일반조항원용설”과 과실상계 규정의 유추적용에서 찾는 “과실상계 유추적용설”로 나누어진다. 기여도가 인정되는 피해자의 기왕증 등 소인도 고실상계의 피해자 과실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쪽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기여케 한 요인이라는 점, 과실상계는 사실인정의 문제로 구체적인 과실비율은 모든 증거와 변론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여 법관이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왕증의 기여도에 의한 비율적 인정도 궁극적으로는 법원의 재량에 의하여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과실상계 유추적용설”을 지지하는 견해가 있다.
(3) 판례의 태도
기왕증과 관련된 판례를 종합하여 보면, 결국 우리 대법원은 기왕증의 기여도 부분과 관련하여 사고와 상해 사이의 인과관계 자체를 수정하는 취지, 즉 비율적 인과관계를 규정한 취지가 아니라, 보험금 산정시 기왕증 기여도를 참작하여 책임범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시한 것임을 알 수 있다.
(4) 소결
자동차사고의 가해자(피보험자)는 피해자가 이번 교통사고로 입게 된 통상의 손해만 배상하면 되는 것이고, 피해자의 기왕의 장해나 병적 소인 등의 기왕증으로 인하여 발생 또는 확대된 손해에 대해서는 사고 당시 ‘피해자가 기왕증이 있어 손해가 확대될 지도 모른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그 부분에 대한 배상책임은 없다. 불법행위책임의 공평부담 이라는 측면에서도 가해자의 배상범위를 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피해자의 기왕증을 사고와의 인과관계의 문제로 파악하여 “부분적 인과관계=부분적 책임”으로 등식화시키는 태도에는 찬성할 수 없고, 대법원 판결례에서 정립된 바와 같이 기왕증이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경우라면, 그 부분을 책임액의 산정시에 참작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되어 '기여도 감액설'을 지지한다.
Ⅲ. 자동차보험 약관 조항 분석
1. 약관 규정의 의의
(1) 약관의 내용
2004년 8월 1일 개정된 ‘자동차보험 표준 약관’ 제27조 제4항에서는 “이 약관의 보험금지급기준에 의하여 대인배상Ⅰ, 대인배상Ⅱ, 자기신체사고,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사고에 대한 보험금 산출시, 당해 자동차 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증상에 대해서는 보상하지 아니함. 다만, 이미 가지고 있던 증상이라도 당해 사고로 인해 추가된 부분에 대해서는 보상함”을 규정하고 있다.
(2) 약관규정의 담보종목별 의미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이행으로 인한 손해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자동차대인배상책임보험에서는 특히 약관으로 기왕증을 보상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할지라도, 자배법에 규정이 없는 경우 민법에 따른다는 규정에 근거하여도 당연히 배상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 대인배상Ⅰ과 Ⅱ에 대한 약관 제27조 제4항에서 새로이 규정된 기왕증 상계조항은 주의적 또는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기신체사고담보와 무보험자동차상해담보, 즉 상해보험의 경우 비록 상해나 후유장해의 급별에 따른 보험보상을 차등적으로 함을 규정하고 있어 그 부분 손해보험적 성격이 있다 할지라도 이는 여전히 정액보험(엄격히는 준정액보험)의로서의 성격을 가진다. 그렇다면 정액보험인 상해보험에 있어 피보험자의 기왕증이 언제나 지급보험금의 산정에 참작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고, 이 점은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도 기왕증 기여도 감액약관이 있는 경우에 그 약관조항에 따른 감액을 인정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보험의 자기신체사고담보종목과 무보험자동차상해담보종목의 경우, 약관 제27조 제4항과 같은 기왕증의 기여도 부분 상계약관규정이 명문으로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피보험자에 대한 기왕증 감액이 유효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2. 기왕증 상계약관조항의 적용
(1) 기왕증 상계대상이 되는 손해
먼저 자동차보험자가 그 지급보험금을 산정하면서 피해자나 피보험자의 기왕증의 기여도를 상계함에 있어, 보험자가 보상하는 손해의 어느 범위까지 작용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이에 대하여는 피해자가 가진 기왕증이 손해의 확대 혹은 결과의 증대에 영향을 주었다면 피해자의 특정 상해에 대한 기여도가 아니라 전체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개별손해가 아니라 전 손해에 대하여 참작하여야 하고, 다만 피해자의 소인과 관련 없는 손해에 대해서는 참작할 필요가 없다고 해석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후유장해의 평가에 대해서는 기왕증 상계를 하더라도 사고로 인해 입원 치료를 받은 기간에 대한 휴업손해와 치료비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험사가 전부 부담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우리 대법원 판례에서 보면 원고의 입원치료기간 중의 치료비와 일실수입, 가정간호비, 후유장해, 향후치료비 등에 대한 기왕증의 기여도를 참작하여 배상책임액을 산정한 것이 합리적이라 판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자료 부분이 함께 청구된 사안에서 피해자의 전체 손해에 대한 기여도 감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면서 위자료 금액에 대하여는 감액을 하지 않은 판례가 있다.
이상을 종합하여 보건대, 기왕증의 상계가 적용되는 손해는 원칙적으로 피해자나 피보험자가 입은 전 손해를 그 대상으로 하지만, 사망보험금에 있어서 장례비(정액급여)와 위자료는 상계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2) 기왕증의 기여도 판정 기준의 미비
현행 ‘자동차보험 진료수가에 관한 기준’ 제5조 제2항 제2호는 “당해 자동차사고가 있기 전에 이미 가지고 있던 증상에 대한 진료비는 환자가 부담토록 하고, 다만 기왕증이라 하여도 당해 자동차사고로 인하여 악화된 경우에는 그 악화로 인하여 추가된 진료비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 인하여 교통사고 피해자와 보험사의 문제가 피해자, 보험사, 의료기관간의 문제로 확대되면서 기왕증 인정여부 및 인정비율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게 되었다. 이는 기왕증 인정비율 결정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비율이 각각 다를 수 있어, 분쟁이 다발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기왕증 여부 및 인정비율에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자배법 제11조 제5항에 위반되어 과태료처분을 받을 위험성도 존재한다. 법원은 “기왕증의 후유증 전체에 대한 기여도를 정함에 있어서는 반드시 의학적으로 정확히 판정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변론에 나타난 기왕증의 원인과 정도, 기왕증과 후유증과의 상관관계, 피해자의 연령과 직업, 건강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특히 과실상계시의 과실비율인정기준이나 상해와 장해의 판정기준과 같은 ‘기왕증 기여도 판정기준’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3) 기왕증 기여도 상계부분에 대한 치료비용의 처리
기왕증에 해당한다고 인정되어 자동차보험보상의 범위에서 제외된 부분의 기왕치료비용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피해자나 피보험자의 기왕증이 그 사고와 경합한 경우 교통사고가 기인하였다고 인정되는 정도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는 것이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취지에 부합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의견이고, 자동차보험 진료수가분쟁심의위원회가 심의·결정한 기왕증 인정비율에 대하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제17조제2항에 의거 30일 이내에 소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건강보험공단에 그 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도 자동차사고가 환자의 기왕증 악화에 기여한 정도를 판단하여. 순수한 기왕증 부분은 건강보험으로 청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따라서 기왕증 진료비도 결과적으로 사고와 관련이 없는 진료비용에 대하여는 건강보험법령에 근거하여 요양기관에서 심사평가원으로 청구한 후 심사를 거쳐 지급받는 법적 절차를 거쳐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자동차보험자가 자동차 보험료의 일부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납부하고 자동차 사고시 진료비 전액을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영국과 이탈리아에서 사용하는 방식 혹은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자동차보험가입자이면 가해자 피해자를 불문하고 자보에서 65%, 건강보험에서 35%를 부담하는 계약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Ⅳ. 자동차보험 실무상 적용시 개선사항
기왕증 관련 대법원의 판례분석을 통하여 기왕증의 기여도 감액 약관의 실제 적용시의 범위와 그 기준 등에 관하여 검토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현행 자보약관상 기왕증의 기여도 평가와 관련한 규정은 ‘과실상계 유추적용설’의 입장에서 규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과실상계는 본디 불법행위법상의 손해의 공평부담이란 측면에서 인정되는 것이어서 실손보상 원칙을 중시하는 손해보험에서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급별정액보상을 규정하고 있는 자기신체사고 및 무보험상해사고에 있어서도 그 적용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둘째, 기왕증 상계와 관련하여서는 예컨대 ‘기왕증 판단 및 인정비율에 관한 기준’같은 것이 없다. 객관적으로 수긍할만한 기준도 없이 보험약관에 편입된 결과 보험자의 자의적 해석으로 자동차사고 피해자가 완전한 치료나 손해전보에 있어서 불이익을 입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기왕증 관련세부기준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교통사고 피해자 측의 증명도를 완화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건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기왕증으로 치료를 받거나 수술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정을 증명하는 것으로 판례가 부담시키고 있는 기왕증이 후유장해에 미친 영향이 없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으로 충분하다고 볼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분쟁해결을 위해 기왕증 상계를 약관에 편입시킨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고, 지금처럼 기왕증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없이 보험자가 이 약관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더 많은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기왕증 분쟁이 다발하고, 어느 쪽의 불이익도 없도록 공평 합리적인 기왕증평가를 통해 교통사고 피해자가 기왕증약관조항의 피해자까지 되는 일은 예방하여야 한다는 대원칙을 전제로 한 논의와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Ⅴ. 나의 생각
기왕증과 관련된 자동차 보험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관련 사실 입증을 충족시켜야 하는 문제인 것 같다. 가해자는 피해자의 기왕증으로 확대된 손해에 대해서까지 배상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불만을 가지는 반면, 피해자는 사고가 없었다면 자신의 기왕증이 아예 발현하지도 않았거나 그처럼 중대한 결과로 나타나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자신이 입은 모든 손해를 배상받고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결론에서 말한 것과 같이 기왕증상계에 대한 판단기준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보험사에서 기왕증 사고 관련도와 장해여부를 자문하면 의사들은 환자를 직접 관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필름과 진료기록 등으로 관여도 등에 대한 ‘소견서’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어 기왕증 관여도가 과대평가되기도 하는 점은 기왕증 상계조항 적용의 최대 문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동차 사고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는 자동차 보험의 효용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