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단지에 있는 나물이나 좀 뜯어 말립시다!
2022년 5월 16일 월요일
음력 壬寅年 사월 열엿샛날
5월도 중순인데 날씨가 왜 이럴까?
어제보다는 조금 낫지만 거의 마찬가지다.
영하와 영상에 걸친 기온이다. 이른 아침 기온 0도!
검은색에 가까운 회색의 슁글 지붕에 서리가 내려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다. 서리가 멈출 때도 됐는데
왜 이렇게 아직 날씨가 심통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고추를 비롯한 채소 모종을 심어야 하는데...
"여보! 산에 올라갔다 올께!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산에는 왜? 이제 풀이 많이 우거져 힘들잖아?"
"끝물 두릅도 꺾고 고사리가 나왔는가 싶어서..."
"그냥 단지에 있는 나물이나 좀 뜯어 말립시다!"
"산이 많이 궁금한데... 그럼 다음에 가고 그러세!"
어제 아침나절 아내와 나눈 대화이다.
그렇게 하여 산에 올라가지 않고 단지에서 나물을
뜯기로 했다. 아내는 비닐봉지 몇 장을 들고 나왔다.
나물 종류별로 뜯어 담을 생각이었다. 곤드레, 참취,
잔대순은 아내가 뜯기로 하고, 촌부는 단지에 가장
많이 서식하고 있는 개미취를 뜯기로 했다. 우리는
산에 올라가지 않아도 단지 곳곳에 서식하고 있는
나물만 뜯어도 우리가 먹을 양은 충분하다.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아주 오래전 야생화라고 심었는데
씨앗이 떨어지거나 날아가 자라는 자연번식이 되어
곳곳이 나물밭이다. 멀리 산에 올라가 나물을 뜯어
오는 수고스러움을 덜어주는 결과가 되어서 좋다.
고사리 종근을 구해 심었지만 그것은 실패를 하여
하는 수 없이 산에 올라가서 군락지에서 꺾어온다.
또한 두릅나무도 단지에 꽤 많이 번식이 되었으나
그것으로는 아우들과 나눌 만큼의 양이 부족하여
산을 오르내리곤 하는 것이다.
아내가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잔대순을 꺾고 참취,
곤드레를 뜯는 동안에 촌부는 절개지에 들어가고
밭가 조팝나무 사이에 잔뜩 자라고 있는 개미취를
뜯었다. 지금이 나물뜯기에는 적기인 것이다. 조금
지나면 새순이 뻣세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맘때
나물을 뜯어 데쳐서 말려 묵나물을 만들어 놓는다.
이따금씩 촌부가 산에 올라가 군락지에서 뜯어오는
나물은 나눔을 하기도 하는데 아내가 산에 가는 걸
극구 말리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두어 시간동안
단지에서 뜯은 나물이 꽤 많았다. 그렇다고 단지에
있는 나물을 다 뜯은 것은 아니다. 아직 몇 차례는
더 뜯어도 될 만큼은 꽤 남아있다. 아내는 잔대순을
데쳐 채반에 담아 햇볕 잘 드는 데크에 말려놓았다.
얼마 안되는 곤드레와 참취는 우리가 먹기로 하고
양이 가장 많은 개미취는 나물을 좋아하는 막둥이
아우네 보내면 어떻겠냐고 하여 그러자고 했는데
일요일이라서 택배를 보낼 수 없어 오늘 보내려고
한다. 막내 아우네 보낼 것이었다면 오늘 뜯어도 될
텐데 우리가 데치고 말려 묵나물로 만들까 싶어서
뜯은 것인데 시들지는 않겠지? 이래저래 막내네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다며 딱히 보답할 것이
마땅찮으니까 산나물이라도 보내주면 어떻겠냐는
아내 생각에 따르기로 했다. 아내는 나물을 일일이
손질까지 하여 가지런하게 담아놓았다. 음식점을
하는 아우네가 바쁠거라며 나물 손질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좋겠다면서... 아내의 세심하고 배려
하는 마음은 너무 정이 넘치는 것 같아 보는 촌부의
마음도 흐뭇했다. 다른 아우들에겐 말린 묵나물과
이것저것 담가놓은 장아찌를 나누어 주지않을까
싶다. 아우들을 차별하는 아내의 성격이 아니니까.
오후에는 잠시 혼자 곤달비밭에 나가 어느새 온통
잡초밭이 되어버린 밭을 말끔하게 정리해 놓았다.
머잖아 곤달비도 뜯게 되면 이집저집 나눔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단지에서 나오는 모든 것은 우리가
먹는 것보다는 나눔을 하는 것이 더 많으니까...
첫댓글 나물이 풍성 합니다
오늘 평창 친구한테 갑니다.
전화 드릴께요
평창에 오셨나요?
봄나물이 아주 많군요.
오늘 근정님 평창에 가면
친구분들과 만날 수 있을 듯하군요.
늘 자연과 함께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월요일 만드세요.
근정님 연락이 없었는데...
평창에 오신다는 것을 지금 알았네요. 어제 아침 일기를 올리고 카페에 못들어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