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문창극작 입시생 모임 카페 회원 여러분.
저는 서울 경희고를 졸업, 몸이 안좋아서 3년 가량 치료와 수험공부를
병행하다가, 이번 2008 수능에서 본격적으로 문예창작과에 지원하게
된 이근형이라고 합니다. 주변에서 제가 글 쓰는 것에 자질이 있다고
많이들 칭찬해주셨고, 저 또한 언론사 두 곳에서 명예기자로 기사료
를 받으며 축구 기자로 활동했었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문예창
작학과에 세 곳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서울예대, 단국대 천안,
그리고 숭실대였습니다.
하지만 내심 기대했던 서울예대 1차 전형에서 탈락하자, 하늘이 무
너지는 것 같아서 지금까지도 밖에 못나가고 칩거하면서 살고 있습
니다. 친구들이 하도 제가 연락을 안받아서, 다들 정나미가 떨어진
다고 제 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4년동안 와
신상담하면서 대학의 꿈을 키웠는데, 첫 판부터 1패를 기록했으니
밖에 나가 놀 생각이 나겠습니까만은.
그래서 제가 서울예대 문창과 1차 작문 시험에서 썼던 주제를 여러
분들께 공개하고, 패인 이유를 나름대로 적어보겠습니다. 서울예대
의 문이 높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고, 쟁쟁한 분들이 접수하
시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할 것이다라는 것도 마음 한 켠에 꼭 담
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조바조바했지만, 제가 서울예대 작문 시
험을 봤을 때 컨디션이 굉장히 좋아서, 1차 예선을 통과할 줄 알고
너무 자만했었습니다. 그 자만한 결과를 여러분들께 공개합니다.
주제 : 그 (혹은 그녀) 가 떠나기 전 5분
최종 결정 : 재효가 떠나기 전 5분
등장인물 : 재효 (재수해서 S대 법대 재학 중, 사법고시 준비로 1~2년을 허탕
치다가, 공익근무요원 판정을 받아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를 마감하고 군 입대
를 준비함)
영석 (재효의 절친한 친구. 대한민국 해병대 출신으로, 매사 하는 일이 대쪽같
이 철저하고, 용맹무쌍함. 재효의 다른 친구들에 비해 냉철한 면이 많음)
아름 (재효의 절친한 친구. 영석보다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부분이 있음.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으로, 군대에 일찍 다녀온 경험으로 재효에게
많은 위안이 됨)
재효 어머니 (중산층 가정의 전형적인 어머니상. 명품 브랜드를 즐겨입고,
대학 동창 모임에 자주 나가 다과회 및 문화 생활을 즐김. 재효가 공익근무
요원 단기 훈련에 들어가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음)
하나 (재효의 여동생. 앞으로 고 3이 되기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 및 독서실에 있는 시간이 더 많음. 너무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때
문에 오빠 재효에게 훈련소 입대 잘 가라고 살갑게 대하진 못함)
재효 아버지 (글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굴지의 기업 간부. 간부들
과 함께 골프를 치러 나간다거나, 야유회 및 등산회를 즐기는 전형적인
기업 인사급 캐릭터)
강민지 (재효와 같은 S대 학생. 재효보다 두 살 많은 누나. 동아리를 통
해 재효와 알게 되었고, 민지는 재효의 선배인 진태와 사귀게 됨. 하지만
얼마 안있어 그 두 커플은 깨졌고, 훈련소 입대를 앞둔 재효에게 관심을
표함)
전체적인 줄거리 : 서울 마장동 족발거리의 어느 유명한 족발집. 세 친구
가 소주잔을 기울이며 술자리를 하고 있다. 왜냐면 절친한 친구 재효가
오랜 방황 (?) 끝에 결국 공익근무요원 훈련 입대를 하기 때문이다. 영석
과 아름은 재효에게 공익근무요원 훈련은 딱 2주만 하고, 그 후 곧바로
사회에 나가기 때문에 무슨 걱정이냐며 핀잔을 준다. 재효는 그래도 마
음이 석연찮고, 영석과 아름은 곧 있으면 재효가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훈련소 배웅을 하지 않기로 구두 합의한다.
재효는 군대에서 금, 은보다 희귀하다는 초코파이 한 박스를 사들고 집
에 들어간다. 들어가던 중, 다정다감한 친구 아름으로부터 응원 메시지
가 담긴 문자를 받는다. 재효는 집에 들어와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감
상한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병영 캠프 체험 코너가 한창 방영되고 있고,
연예인들이 레펠을 타고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펑펑 운다. 재효는 자기도
곧 그 훈련을 받을 것이기 때문에 빨리 다른 채널로 돌려버린다. 이때, 동
창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어머니가 "재효야, 어차피 2주 후면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엄마랑 아빠가 배웅 안해도 되지?" 라며 묻는다. 재효는
상관없다고 말하고, 그 말에 어머니는 반색을 하며 좋아한다.
재효가 방에 들어가 눕기 전, 그의 여동생 하나가 편지와 초콜릿 선물을
건네준다. 응원의 몇 마디를 전해준 후, 그리고 곧바로 독서실로 향한다.
올해 말 수능을 앞둔 하나로써는, 어쩔 수 없이 오빠와 많은 이야기를 나
눌 수 없다. 재효에게 지금까지 군 입대 기념으로 받았던 선물은 아름의
문자메시지, 그리고 하나의 선물 딱 두 가지일 뿐이다. 재효는 겉으로는
내색을 안하지만, 침대에 눕자 갑자기 눈에 눈물이 고인다. 그는 자기 전,
CD 플레이어에 김광석의 <다시 부르기> 앨범을 꽂고, 1번 트랙 <이등병
의 편지> 를 감상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재효가 간단한 트레이닝 수트 차림에 세면도구를 챙기고 집을 나설 즈음,
핸드폰을 확인하다가 깜짝 놀란다. S대학교 동아리에서 자주 친하게 지
냈던 민지 누나가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다. 부재자 통화 리스트에서 곧
바로 민지 누나에게 전화를 걸었고, 민지 누나는 반색하며 재효의 전화를
받는다. 민지는 재효가 곧 공익근무요원 입대를 앞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2주 후에 사회로 나오면 주말에 시간이 되니까 영화 한 편을 감
상하자고 제안한다. 재효는 민지가 자기와 같은 법과대학의 진태 선배와
사귀는 것을 알기에, 왜 나에게 이런 제의를 하냐며 묻는다. 민지는 진태
선배와 얼마전에 헤어졌다고 소식을 전했고, 이때 재효의 머릿속은 복잡
다묘해진다.
재효는 자신이 예전부터 흠모하고 좋아했던 민지 누나가 자기에게 데이
트 신청을 하자, 너무 기쁜 나머지 논산 훈련소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마치
한 걸음에 도착하듯, 날아가는 기분으로 훈련소에 들어간다. 논산 훈련소
앞. 헌병대가 입대자들에게 빨리 연병대로 들어오라고 재촉하고, 재효는
훈련소에 들어가기 5분 전, 아까 아침에 민지 누나와 통화했던 내용을 되
새기면서 아드레날린 분출을 몸소 경험한다. 2주만 훈련하고 사회로 나오
면 사랑하는 민지 누나와 영화를 볼 수 있다! 라는 쾌감을 5분동안 되새기
며 느낀다.
* 이 본문은 시험지의 원본이 아닌, 오로지 사람의 기억으로 간추려서
쓴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원본 내용이 아닙니다.
* 이 글은 연습장에 별다른 아웃라인 체계 없이 곧바로 원고지에 들어간
글입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감안, 별다른 조율이나 구성 정립을 하진
않았습니다.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 패인 이유를 제 나름대로 평가하자면, 먼저 서울예대가 공표했던 주제
인 '( ) 가 떠나기 전 5분' 에 부합하지 않았던 것으로 예상합니다. 떠나
기 전 5분, 그러니까 절정 부분이 너무 미흡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잡다한 이야기들을 빼버리고, 그 중요한 순간 5분을 놓친 것이 패인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 외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제 패인 요인을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
드리겠습니다. 저는 이번에 서울예대의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할 수 있
었고, 지금 4수 끝에 도전하는 것이라서 아직도 몸이 아프고 가슴이 아픕
니다. 하지만 아직 두 대학이 남았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
니다. 서울예대 1차에 합격하신 여러분들께 꼭 합격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댓글 저두 입시생이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짧은 분량에 많은 인물하고 많은 사건이 들어간게 문제인거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충분한 묘사나 설명이 적어서 교수님들이 읽기에는 이해도 잘 안될뿐더러 공감도 잘 안됫던거 같아요.
이 글은 단순히 인물들을 나열할뿐 하나의 사건을 향해 치닫는 느낌이 없고요, 가장 중요한건 결국 이 글을 통해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뭐죠? 꽁트에선 불필요할정도로 많은 등장인물을 내세웠지만 정작 글이 내포한 주제와 그 주제에 대한 작가 자신의 가치판단이 들어가있지 않네요 솔직히 그냥 읽고 지나치려다가 저 역시 번번히 실패끝에 처음 1차에 합격한지라 님께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싶어 꼬릿말 답니다 저처럼 실패해본 사람이야말로 왜 실패했는지 그 요인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 말 너무 기분나빠 하지마시구;그럼, 앞으로도 건필 하세요
안녕하세요. 김현정님. 지적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 글에서 가치 판단을 여기로 잡았습니다. 재효는 군 입대를 하지만, 사실상 공익근무요원 입대이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사회로 돌 아올 수 있습니다. 해서 그의 주변인들은 그가 입대하는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하지만 재효는 남들처럼 살가운 배웅을 원했었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실망을 한 것 입니다. 그렇게 우울하게 입대할려고 할때 즈음, 자신이 흠모하던 민지 누나가 연락을 취 했고, 간접적으로 다음에 사회에 나오면 데이트를 하자는 메시지를 받습니다. 우울함과 자괴감으로 점철된 재효의 입대 전 마지막 '5분' 은, 민지 누나의 데이트 신청에 기쁜 나 머
지 연병대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하늘을 날 기분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재효의 입대 전 5분 기분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바뀌는 것이죠. 여기서 제가 나타낼려고 했던 주제는,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공익근무요원 입대의 그 찰나에 작은 행복이 삽입, 입대 전 마지막 5분간 그 기쁨을 잠시나마 느끼는 것 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하면 말이 될까요. 어쨌거나 제 나름대로의 생각을 이러했습니다. 근데 솔직 히 저도 그 '마지막 5분' 에 대해 힘을 주지 않은 것 같고, 불필요하게 등장 인물을 다량화한 것이 패인이 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정님의 지적 정말 감사드립니다!
너무 설정을 크게 잡으신 거 같네요. 소설은 인상적인 장면을 부각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장면들을 내세우는 거 보다는 장면 하나, 예를 들어서 논산훈련소로 가는 기차안을 부각시킨 다던지, 그런 식으로 표현해서 소설의 분량을 줄이시면 좋겠어요. 근데 이 짧은 시간에 이만한 설정을 잡으시다니 역량이 대단하시네요. 열정이 있으시는 만큼 좋은 글을 쓰실거라고 생각합니다. 건필하세요*^^*
이렇게 1차 탈락에 대한 글을 남겼을 때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서 지나가려다가 덧글 답니다. 직접 설명해주신 찰나의 작은행복이라고 하기에는 공감이 가질 않네요. 무어랄까. 그걸 말하기 위해서라고 했다면 읽는 입장에서는 그냥 그렇구나 정도의 느낌, 의문이 생기거나 큰 감정변화가 생기질 않는 5분이랄까. 글을 쓸 때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텐데 읽는 제 입장에서는 미지근하고 김빠진 사이다를 마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캐릭터를 구성시는 걸 보니 글쓰는 것에 대한 노력과 열정은 많으신 분 같네요. 그 노력으로 건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등장인물이 없고 무엇은 전달하고자 쓴 글인지 전혀감이 안 잡혀요. 뭐 딱히 그 5분이 부각되는것도 아니고 그냥 너무나도 평범한 이야기를 보고있는 것 같습니다. 소재(사건)에 집중할 만한 것도 없구요. 뭐.. 민숭민숭한 것 같아요 ..
여러분들의 댓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도 할 말이 있습니다. 본문의 내용이 시험지에 고대로 적힌 것이 아니라, 저는 그당시 제가 어떻게 썼는지 기억을 되돌려서 적은 것 뿐입니다. 이대 로 시험지에 적진 않았습니다. 보다 더 상세한 (?) 묘사가 들어갔다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묘사가 많다고 좋은 글이라곤 할 수 없어요. 기본기가 제대로 깔려 있지 않은 묘사는 오히려 글의 흐름을 방해하죠. 줄거리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지만, 제가 보기에도 1시간 30분이라는 짧은 시간내에 님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에. 등장인물이며, 글 스케일이 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스토리 자체는 나쁘지 않다 보여지는데요. 아마 불필요한 가지치기를 잘 했다면 좋은 글이 나올 수도 있었다구 생각되네요. ^^
헐 네이버 블로그에서 본 글이네요. 깜짝 놀랐어요;; 답글달고 오는 중인데-_-ㅋ
잘 읽었습니다. 미니픽션은 아시다시피 분량이 A4 1장에서 2장입니다. 짧은 꽁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임팩트라고 배웠는데요, 말하자면 우리가 일기를 쓸 때 그 날 가장 인상깊었던 한 가지에 대해 쓰듯이 말이지요. 상당히 고심하신 면은 보이나 저 안에서는 너무 많은 장면과 시간들이 늘어져 있는 것 같네요. 그리고 등장인물이 너무 많습니다. 단편소설에서도 등장인물은 3명에서 5명을 넘지 않는 것이 기본인데 미니픽션에서 7명이나 되는 인물은 오히려 혼란을 주기 쉽습니다. 위에 남겨주신 것은 줄거리이지만, 줄거리를 읽었는데도 주제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것도 근형님께서 다음에 글을 쓰실 때 좀 더 고심하셔야 될 부분이 아닌
가 싶습니다. 저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문창과를 졸업한 분께 이론적으로 배운 부분들이기 때문에 말씀드립니다. 열정이 넘치시는 분 같네요 . 건필하셔서 다음 번에는 꼭 원하시는 학교 가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