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우리는 과연 '봉사'라는 것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과연 '봉사'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진에 있는 수많은 사회단체들 중 대부분이 내걸고 있는 목표에는 이 '봉사'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그리고 봉사만을 위해 생겨난 곳도 있다.
그러나 당진에는 드러나게 '봉사'하기보다 성경의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라는 구절처럼 남을 돕는 사람들이 더 많다.
스스로 내세울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신문에 나갈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고 일제히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 때로는 설득으로, 때로는 억지로 우겨서 찾아가고, 절대 신문에 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면서 간신히 말문을
열고... 이들 중에는 당진군민을 위해 활동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주변을 돌보는 사람도 있었으며, 복지시설을 정기적으로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봉사'란 자신이 가진 것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함께 나누는 것. 여기에는 물질적인 도움도 단지 찾아가서
말동무만 되어주는 것도 모두 포함된다. 남을 돕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이들의 모든 활동은 "아직도 우리 사회는 따뜻한, 살만한 사회"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이 글에 실린 사람들 외에도 남모르게 도움의 손길을 베푸는 수많은 이들이 있다. 비록 이 글에 실리지
않았지만 그들이야말로 "보이지 않게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힘"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못가진 사람 많아 안타까워"
순성면 봉소2리 부녀회 박윤자
회장
"주변에서 욕심꾸러기라고 불러요. 하지만 저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한
것뿐인데..."
1998년 농협에서 열렸던 주부대학을 다녀온 이후 "사람이 달라졌다"는 박윤자씨는 "그전에는 그저 집안일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다"며 집밖으로 나간 일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당진에 평안마을과 같은 복지시설이 있는지도 몰랐다는
박씨는 1998년 이후 180도로 바뀌었다고.
"우선 '나보다 못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부족하지 않은 생활 덕에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박씨는 바뀌었다.
박씨는 요즘 '없는'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동안 자신의 삶이 얼마나 고마운 삶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이 때문에 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그전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지만 어려워진 가정형편이 박씨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명절 때마다 각 사회단체에서 위문품을 주지만 대부분 물품만 주고 가는
것이 안타깝다는 박씨는 "쌀보다는 밑반찬과 같은 생활필수품이 더 필요하다"며 "최소한의 관심만 갖고 있으면 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텐데 그것마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남을 돕는다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나선다"
정미면 하성리 새마을부녀회 박영애 회장
송산 무수리가 고향인 박영애(49)씨는 사성리
부녀회장만 3년째 맡아온 새마을 일꾼 중의 하나다. 40여가구밖에 되지 않는 사성리 부녀회를 이끌어오며 힘든 일도 많았지만 매년 경로잔치를
준비해 노인들을 대접했다.
또한 부녀회원들과 함께 소망의 집 등 당진의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해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과 함께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되겠지"라는 생각도 든다는 박씨. 때론 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남을 돕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기꺼이 나선다.
"힘닿는 데까지 하고 싶다"
생활개선회
신평면회 이영자 회장
생활개선회 신평면회장인 이영자씨는 신평 상오리 새마을부녀회장이면서 신평면 농가주부모임
회장이기도 한 바쁘신 몸.
10년 전 생활개선회원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씨는 신평면내 무의탁 노인들을 찾아 봉사해왔다.
무의탁 노인들이 이제는 오히려 찾아가는 자신을 반기고 기다리기도 해 뿌듯함을 느끼는 이씨는 앞으로도 힘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밖에 나가서 일하는게 너무 좋네요. 그것이 다른 사람들은 돕는 일아면 더욱 좋고..."
"도움주며 배우기도 하지요"
소소봉사회
김영태씨
전직 새마을 부녀회장들의 모임인 소소봉사회원인 김영태(48)씨. 김씨는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꿋꿋한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점이 많았다"고 말한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지만 도와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김씨. 친구를
돕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냐고 말한다.
"소소봉사회원 대부분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지만 아직은 스스로의 힘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이웃들에 대한 관심부터"
기지시감리교회 지역봉사대 이석향
권사
이석향(47)씨는 기지시감리교회(담임목사 강유형) 권사라는 직함 외에 "지역봉사대원 이석향"으로
불리기도 한다.
지역봉사대는 기지시감리교회가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조직됐다.
지역봉사대에서 4년째 활동하고 있는 이석향씨가 말하는 봉사활동은 단순하다.
'주변에 대한 관심'이씨는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그들의 어려움을 알게 된다"고 말했다.
"제 주변에 한 이웃이 있는데 자녀들도 성장해서
분가시키고 집도 새로 지어 어려움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이 집에는 전신불수에 가까운 할머니 혼자서 사시더라구요. 주변에 돌봐주는 사람이
없어서 쌀이나 반찬이 쌓여있어도 먹지 못하고 화장실도 혼자 못 가셨죠."
지역봉사대원들과 같이 그 집에 갈 때 회원들은 모두들
이상하게 여겼지만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이내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고.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부터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석향씨의 모습은 점점 무관심의 가면을 쓰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치료약'이기도 하다.
"진실한 마음 가져야만'참봉사'"
적십자 신평면회 전명자 회장
적십자 당진지구협의회가
생긴지 이제 13년째다. 지난 1996년 적십사 회원이 된 이래 주변에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펼쳐온 전명자씨는 "진실한 마음으로 남을 돕는 것이
'참봉사'라고 말했다.
봉사하려는 마음이 있어야만 봉사에 나서는 의미가 있다는 전씨는 "무의탁 할머니들의 생신을 챙겨드리는
행사에서 할머니들이 보인 눈물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또 봉사를 하면서 무언가가 변했다고 말했다.
커다란 변화는 아니더라도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 변화가 결코 전씨에게만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종이접기로 봉사활동을..."
종이접기
봉사단 임재경 단장
"제가 하고 있는 일이 봉사활동이라고 불릴만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종이사랑
봉사단장인 임재경(31)씨. 종이접기가 너무 재밌어 시작한 일이 어느새 없어서는 안될 취미생활이 되어버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게 돼 뿌듯하다고 한다.
한달에 몇 번씩 평안마을을 방문해 노인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치고 있는 임씨는
"처음에는 종이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노인분들이 이제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활동하면 흐뭇하죠"
사랑의 가위손 봉사단 최은주 단장
지난 6월 발족한
'사랑의 가위손' 봉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최은주(51)씨는 한달에 두 번씩 평안마을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랑의
가위손 봉사단은 말 그대로 이.미용 봉사단이다.
당진에서 미용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씨에게 당진자원봉사센터에서는 단장을
맡아달라고 의뢰했고 최씨는 흔쾌히 수락했다.
최씨는 "힘든 것은 없고 저 스스로 마음이 편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어느새
단정해진 노인분들의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고 말했다.
"봉사에 대한 나만의 규칙 '최선을 다하자'"
면천면 생활개선회 오정순 회장
면천면 생활개선회장을 5년째 맡고 있는 오정순(46)씨는
농사를 지으며 마을일을 이끌어온 '지휘자' 중 한명이다.
매년 면천 진달래축제가 열릴 때면 당진의 공예가 오수하씨로부터 배운
대나무 공예 솜씨를 발휘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오씨의 봉사신조는 간단하다. '항상 최선을 다하자' 평범한 말이지만 이는
오씨가 10여년 이상 지켜온 봉사에 대한 '마음'이기도 하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서 당연히 나가야죠"
당진감리교회 봉사단 신순옥 단원
당진감리교회에서 봉사단원으로 활동중인 신순옥(47)씨의 생활신조는 "주어지는
일에 항상 최선을 다한다" 신씨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시점은 4년 전. 그동안 당진온로타리회장을 맡기도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해왔다.
신씨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는데 '당연히' 그들을 도와줘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봉사할 수 있는 힘이있다는 것에 감사"
석문면 삼봉1리 부녀회 박병순 회장
삼봉1리의 새마을부녀회장만 4년째
맡아온 박병순(54)씨. 농사꾼 아내로 살아오며 주변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박씨는 자녀들을 출가시킨 후에야 주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마을 사랑운동을 펼치며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복지원 등을 방문했던 박씨는 항상 "봉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다.
"즐거운 마음으로하는 봉사"
적십자 석문면회
원복희 회장
"이장님이 권유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만족하지요" 적십자사 석문면회장으로 각종 적십자 사업은
물론 사회봉사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원복희(48)씨는 봉사자들이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동안 해온
봉사활동이 만족스럽다는 원씨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회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나선다.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봉사하고 싶어"
당진감리교회
이동목욕봉사단 오영국씨
당진감리교회 이동목욕봉사단원인 오영국(50)씨. 이동목욕봉사단은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들이나
고령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서 돕는 모임이다.
처음 조직됐을 때부터 활동해온 오씨는 "아직도 젊은 나이에, 한창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에 사고를 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주변에 대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이때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오씨였다.
"당연히 제가 해야 하는 일인데요"
당진감리교회
문미라씨
당진감리교회의 이동목욕봉사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미라(39)씨.
생업에 신경쓰면서 요즘에는
조금 뜸해졌지만 그전에는 교회에서 단체로 실시하는 활동이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작은 관심이라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꼈다는 문씨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아이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인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봉사도 때가 되어야 할 수 있다"
당진감리교회
이동목욕봉사단 이양숙씨
남편을 잃고 홀로 6남매를 키우며 살아온 이양숙(58)씨는 "아이들을 키우느라 주위
돌아볼 새가 없는 세월을 보냈지만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지금은 그동안 받은 도움을 갚는 시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목욕봉사를 갔었는데 도움을 드린 분이 그동안 어려웠던 시절 제 가게에 자주 와서 도움을 주신 분이었던
거예요" 이씨에게 잊지 못할 도움을 준 사람을 돕게 된 이씨의 느낌은 남달랐다. 그동안 자신의 어려웠던 삶에서 드러나지 않게 도움을
준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다.
그때 이후 망설임없이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이씨다.
"봉사활동을 나이든 사람들이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게 아닐까요? 저도 6남매를 키우며 어렵게
살아왔죠. 아이들이 성장해 출가하자 여유가 생겼으니까요. 젊은 여성들은 육아와 가사, 직장에 떠밀려 활동을 하고 싶어도 못할
거예요."
또한 그동안 도움을 받은 만큼 봉사활동을 하기 마련이라는 이씨는 그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도움과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아직 내가 건강해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게 고맙지요."
"아직 봉사가 뭔지 잘
모르지만..."
당진사랑나눔회 양미자씨
이제 봉사활동을 막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인터뷰를 부담스러워하는 양미자(40)씨. 당진사랑나눔회라는 봉사단체에 소속된 양씨는
3년 전에 당진사랑나눔회에 가입했다.
허리디스크로 오랫동안 힘들어했던 양씨인지라 힘든 일은 하지 못하지만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는 양씨는 "봉사활동도 즐겁게, 신나게 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봉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합덕대건노인대학 봉사단 안영자씨
15년 전 합덕성당 옆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부터 안영자(62)씨의 봉사를 위한 발걸음은 합덕대건노인대학까지
이어졌다.
안씨 역시 환갑을 넘긴 나이이건만 아직도 젊어 보이는 이유는 노인대학에서의 활기찬 몸짓 때문이
아닐까?
노인대학에서의 봉사활동시간에 맞추기 위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시간에 맞춰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가끔 힘들 때도 있다고
말하는 안씨는 "만약 혼자서 했다면 못했겠지만 주변의 지인들과 친구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인들의 변화가 행복했어요"
합덕대건노인대학 봉사단 김영애씨
안영자씨와 함께 대건노인대학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애씨는 자신의 활동으로 노인학생분들이 바뀌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대건노인대학의 수업이 있는 날이면 앞에서 흥겨운 장단을 유도하는 김씨는 안영자씨와 함께 대건노인대학의 단짝 봉사원으로 불리고
있다.
안영자씨와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만 처음 시작을 같이 했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힘 닿는데까지 열심히
즐겁게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