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잊기 전에 편하게 쓰기 위해 평서문으로 작성하는 것에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편하게 쓰므로 문단간의 두서가 없고 순서가 제멋대로입니다. 디테일 없고 개인의 경험과 감상이 주된 내용입니다.
처음에 가려고 했던 공연은 첫공, 막공, 불협 중 하나...의 세 개였는데.
변덕이 동한 나머지 둘째주 토요일의 나인화음 공연을 들르게 되어 총 네 번 방문하였고.
본디 첫공덕후이지만 첫날 티켓팅에선 막공을 노린 것이 이번 관람의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첫공은.
뢉따뚜바라 뚜바 따라두밥. 하면서 열리는 순간 눈에 처음 들어온 건 진환오빠의 냉장고 바지였다....
그런 바지는 어디서 구하시는 거죠 대체.........
그 와중에 무대는 나무로 세모세모하여 너무나도 예뻤고,
정체모를 팝송이 메들리로 이어지는 와중에 맨 마지막에 해피-해피-를 연발하는 노래가 인상적이었다.
그 팝송이 퍼렐 윌리엄즈의 "Happy"라는 걸 알게된 건 집에 와서 가사로 검색 돌려본 후의 이야기.
첫날은 진환오빠 마이크 소리가 상당히 크고 게다가 울려서 - 전반적으로 음에 이빨이 맞지 않았고
그런 경향은 거의 무대 마지막까지 이어짐.
그, 약간 덜 익어서 속이 핑크색인 미트볼같은 느낌이 내가 "첫공과 막공 중 선택하라면 첫공" 이 되어버리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뭐, 귀가 아팠다는 것은 사실이므로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호진오빠가 상당히 고무되어 있어서 - 콘덴서 마이크 파트에서 엄청난 지분을 차지하심.
공연이 지속되면서 그런 경향은 거의 사라졌지만...첫공 아카펠라 파트를 눈감고 들은 것은 안자랑.
Fix you. - 이것도 콜드플레이의 fix you라는 것은 노래가 끝나고 알았다.
푸른 빛이 넘실거리는 무대에서 이윽고 소리가 하나로 섞여서 소리마저 푸른 색으로 일렁이는 그 무대.
거기에서 바야흐로 첫공의 음악가들은 제자리를 찾은 느낌.
그 앞의 (거의) 두 시간동안 약간 들떠있었던 공기가 챡 가라앉으면서, 극장 전체에 에너지[氣]가 가득한.
이것이 화음.
이 음악가들이 추구하는 것이자 우리가 그토록 열광하는 것인가.
So cool.
사실 7회차의 표를 산 것은, 5회차 불협에서 쏘쿨이 선택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쏘쿨은 스윗소로우에서 좋아하는 노래를 세 곡 고르라면 꼭 들어가기 때문에.
나는 그 3분 남짓한 쏘쿨을 듣기 위해 팔만얼마를 대차게 지르는 부르주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엣헴.
애니웨이.
'방황'을 스윗소로우(곡), '위로'를 그대에게 하는 말 이 담당하고 있다면 쏘쿨은 역시 '다짐'의 포션.
거창하게 말하면 자아실현을 위한 첫걸음. 대충 말해도 자신감. 자존심. 자존감이라고 부를만한 그 모든 것.
나는 이 쏘쿨이 주는 끝없는 긍정, 끝없는 자기위로를 너무나도 사랑한다.
그러기에 전혀, "이 노래 들으려고 또 왔어요." 라고 말하는 것에 거리낌도, 일말의 쪼그라듬도 없다.
5회차(불협) 이야기를 안 할 수 없지.
아마도 공연계 사상 최초로 시도된 "뽑기로 세트리스트 짜기"를 눈앞에서 본 나는 첫공덕후임에 틀림없다.
첫 번째 족자 두루마리 ('두루말이' 아닙니다. 두루마리 입니다.) 를 뽑았는데
"절정의 클라이막스"를 본 관객은 환호 가수는 멘붕. 그러나 가수는 순식간에 페이스를 붙들고
관객에게 정말로 절정의 클라이막스를 선사해 주었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땀이 식을 새도 없이 두 번째 족자 두루마리가 우리게 선사한 것은 "2부 파트 2" 소위 끝장나는 발라드.
방금 클라이막스 세트에 "못 견디게 좋아" (불협 이벤트곡) 까지 붙여서 내달려놓고 다음 곡이 천사가 되겠어.
......
어쩌라고..날 구해줘 날 살려줘 꺼내달라고 제발 싶은 기분이었겠지만. 아티스트는 프로니까요.
이 프로들은 금방 발라드 모드로 전환해서 끝장나는 발라드 삼연타를 찍어주시고.
관객이 그 모드전환을 못따라가서 오히려 여기저기서 실소가 터지는 사태가 발생하여 버렸다.
하지만 가수들은 끝끝내 발라드를 완창한 뒤 의기양양하게 다음 족자를 뽑아들었다! (두두둥)
좀전에 뭐가 있었든 간에, 눈앞의 것에 매진한다. 그러니 내 눈앞의 아티스트들은 프로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직 아마추어. 물론 내가 천착하는 분야가 음악인 것은 아닙니다만 프로라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나는 사실 그것을 꽤 자주 잊어버리고, 이 오빠들은 그럴때마다 나에게 프로란 이런 것이다 라고 몸소 보여주신다.
그래서 결국 불협 5회차의 그런 부분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돌아갔다...
물론 나머지 공연도 매우 좋았습니다. 열심히 쓰긴 했지만 잘 기억나지 않아요.
아, LOST랑 애써 들었지. 라이브 첨봤는데 CD 돌린 것 같았어요.
언젠가 내 카카오스토리에 2집의 통속적인 발라드가 좋음. 이라고 쓴 적이 있는데 그 때 말한 통속적 발라드 세트.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 이상의 찬사가 생각나지 않는다.... 여튼 나는 운이 참 좋은 사람.
이쯤에서 또, 불후의 명곡 참가곡, 소위 불명곡 이야기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기실 젊은 태양서부터, 이벤트로 나오신 돌고 돌고 돌고에까지 총 15곡에 달하는 불후의명곡 참가곡들은
이미 그 완성도에서 흠잡을 데 없는 원곡들을 한곡한곡 잘 주무르고 만지고 다듬어서 재생산한 것.
완곡 완창 4분짜리 노래가 15곡이라니 요즘의 가요계 추세라면 미니앨범 두 개
아니면 스페셜 에디션의 리패키지 정규앨범 2CD정도의 규모인 것이다.
4집가수 - 그나마 4집은 아직 절반 - 라지만
실제 곡 보유량은 - 실전에서 안 부르는 OST 피처링 기타등등 제외하고 - 웬만한 5-6집에 필적하는 것이고.
그러니 이번 공연에서도 요소요소에 불명곡이 적절한 자리에 포진해 있는 것이고 우리 노래임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사랑하는 우리 - 불협과 막공에서 선보였다. (제목 생각 안날땐 그냥 사랑이야. 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 는
발라드 세션의 뒤에 붙어서 그야말로 천사가 되겠어 -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 - 사랑하는 우리. 의
파괴력 대마왕 트리플 악셀을 만들어버린 뒤 혼이 약간 빠진 상태로 홀 전체를 약간 띄우는 역할.
거짓말이야는, 공연 순서상 바로 앞에 뷰티풀과 매일선곡이 들어있어서 어떤 분위기를 만들었든지 간에
좌중을 무대로 한판 휘어잡아서 나만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흡인력을 보여주는 기능.
그리고 그 뒤에 뭉친 어깨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첫 데이트가 들어가서 공기는 다시 순식간에 말랑말랑해지고.
좋은 날 - 은 역시나, 나는요 오빠가 좋은걸 부터, 까주, 슬라이드 휘슬, 숟가락(...), 뿅망치, 폭죽까지.
오래된 프랑스 영화의 한 장면같은 귀여움.
햐안 손수건은, 위에서 썼다만, 컨덴서 마이크가 만드는 소리의 빛깔을 희게 만드는 그 마법까지.
그리고 우리 음악가들의 일상 - 그들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그 화음의 단면을 오롯이 내보여준 것.
개인적으로 불후의 명곡에 오빠들을 불러준 KBS 불후의명곡 피디님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피디님 당신의 안목 덕분에 우리에게도 대대로 후손에게 전해 줄 불후의 명곡이 많이 생겼어요.
그거 말고도 엄청나게 많은 노래들이 지나갔지.
첫날 안겨준 선샤인과 브라스가 빠진, 상당히 간지러운 간지럽게.
불협에서 캡틴에게 마흔을 안겨준 내 맘대로.
영우오빠가 의자 위로 뛰어오르게 만들었던 어느 날.
공연 첫날은 모니터가 꺼졌고, 음향도 미묘했지만 믿고 보는 내 가수님.
아난너의 벽에 비친 그림자가 너무 예뻐서 피아노 뒷벽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불협날은 인터미션을 가질 수 없었으면서도 공연이 끝나니 시간이 열한시 십오분.
공연의 한가운데서 엔딩멘트를 듣고, 엔딩곡을 거짓말이야로 깔끔하게 마무리한 마치 짠듯한 불협 세트리스트.
오롯이 목소리로만 홀을 채운 그대에게 하는 말.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비바! 를 외쳤던 7일차.
역시, 멀어져와 거짓말이야가 엄청난 화학반응을 일으킨 7일차.
매일매일 달라지는 화성학 교실 (화음교실) .... 송돼랑 선생님 어디에 넌 어디에.
뇌가 약간 빠질 정도로 뛰게 되는 달리는 노래 메들리.
그것은 마치 심포니카 (주:iOS에서 서비스되는 오케스트라 리듬게임. 영문만 지원. 재미있음.) 에서
콤보가 늘어날수록 오케스트라가 황금빛으로 빛나면서 팡팡 뛰는 그런 이미지와 같다.
거어부기라도 우리가 거르미 느린 거어부기 SAY!! 이런 하나하나까지.
기억나는 순간과 미처 기억나지 않는 모든 순간.
마지막의 마지막에 우리에게 안겨준 스윗소로우(곡).
스윗소로우의 근간이지만 스윗소로우의 곡이 쌓여가면 갈수록 다른 노래들과의 간극이 점점 벌어져
날이 갈수록 듣고 싶지만 - 해줬으면 하지만 - 안 불러주셔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마치 전설의 노래가 되어가고 있던 노래.
그 피아노의 첫 소절이 지나간 자리에 주저앉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순간.
이 대장정의 시작부터 가졌던 막연한 기대가 현실이 되는 순간 마음이 벅차고 눈물이 차올라서
그 이상의 감상을 뭘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그저 손을 모아쥐고 But I want to make a better tomorrow를 함께 되뇌이는 수밖에 없는 그 감정.
이미 이 노래는 하나의 chant로 기능하고 있는 것만 같다. 그 환희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즈음에 영우오빠가 이런 골자의 이야기를 하셨다.
뭔가, 관객 여러분의 삶의 일부를 받은 것 같아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내용이었는데.
이 모든 순간은 나라는 관객이 당신이라는 아티스트에게 저당잡힌 것도 아니거니와,
당신이라는 아티스트가 나라는 관객에게 빚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서로의 시간을 교환함으로써 혼자서는 만들 수 없는 커다란 행복을 만들고 나누어 가진 것입니다.
Clap along, if you feel like happiness is the truth.
훈훈하게 뜬구름잡는 마무리로 마무리.
첫댓글 저도..스윗교..♥♥
저는 Sunshine 못들은게, 한이 되네요ㅠㅠ
ㅎ소연님 후기 글에서도 웅장함과 공연이 생생히 상상가요ㅎ즐거우셨다니^^다행입니당♥
.....와 ' ㅡ')b 완전 내맘이다요, 소연님 감사해요, 너무 좋아요.
으아으아ㅠㅠㅠ불협 꼭 가고 싶었는데 일정이 안맞아 눈물을 머금고 지난 금요일에 불살라버리고 왔어요~~
불협을 가신것과 더불어 스윗소로우(곡)을 들으셨다는게 그저 그저 부럽럽~~ㅠㅠ
요번에 첫 콘서트 관람이었는데 다른 분들이 왜 여러번 가시는 지 이해가 되었어요
생생돋는 후기 감사해요~
글 너무 재밌고 잘쓰셔요 ,ㅠㅠㅠ후기 짱!!
일단 박수 세례를!!!
이렇게 재미있고 탄탄한 후기를 왜 이제야 발견한 걸까요...
덧붙이자면 저도 'So cool' 매니아, 거기에 '내맘대로'까지 가세하면 금상첨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