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모임에 가서 우연찮게 하모니카를 불어 봤다. 거의 20년만에 하모니카를 들고 불어보니 호흡도 제대로 안되고 음정도 맞지 않았다. 하모니카를 손에 드니 먼 옛날이 어제만 같았다. 처녀 시절에 시골 벽지에서 자취를 할 때, 어디서 났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하모니카가 있어서 저녁이면 혼자 삑삑대며 불곤 했었다, 주인 아저씨 내외도 논에 나가 없는 빈집에서 처녀 선생 혼자서 고향의 봄, 섬집아기, 바우고개, 석별의 정등을 악보도 없이 불어대다 보면 잠깐이나마 집 생각을 덜 수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여학생 시절에 우리 이웃에 서울에서 방학이면 대학생 오빠가 내려 왔는데 저녁 무렵이면 오수산나, 스와니강. 성불사의 밤등을 하모니카로 부는 소리가 들렸다. 병약한 어머니를 도와 내가 저녁 밥을 짓노라면 괜히 슬프고 외로웠다. 그런 시간이면 그 오빠가 불어 주는 하모니카 소리가 큰 위로가 되었다. 하모니카 연주를 즐겨 듣다보니 그 오빠가 안 보이는 날은 궁금했다. 그렇지만 길에서 만나면 고개도 들지 못하고 지나 다녔었다.
그리고 더 많은 세월이 흘러 초등학교 교사 시절 6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음악책에 하모니카 단원이 있었다. 잘 불지도 못하면서 애들과 함께 에델바이스를 연주하던 때가 있었다. 애들이랑 함께 합주를 하면 너무 즐거웠었다. 하모니카를 통해서 애들과의 교감이 이뤄지던 때였다. 그 시절에 가르쳤던 놈들이 이젠 장가가고 시집가서 애 돌이라며 초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