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소설 『고주몽』 최근 고구려사를 자국의 역사에 포함하려는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국내의 학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고구려를 지키자는 운동에 많은 관심과 참여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은 고구려에 대한 저들의 역사적 주장을 순수한 학문적 논쟁이라고 말하지만, 중국 사회과학원이 이를 주관하고 있고 3조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을 유추해 볼 때 중국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한국외대 여호규 교수의 지적처럼 중국은 향후 한국과의 영토분쟁에 대한 보험을 들어놓으려는 속셈이 다분하다. 이러한 것은 2002년 북한이 평안도와 황해도에 있는 고구려 고분 63개를 묶어 세계문화유산 지정을 신청했으나 중국 내 고구려 유산과의 비교 필요성 등을 이유로 등재 보류 판정을 내렸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또 중국은 지난해 1월 고구려 수도였던 오녀산성, 국내성, 환도산성, 광개토왕비, 왕릉 13기, 귀족 무덤 26기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한 것을 보면 그들의 정책의도가 어디에 있는지는 자명해진다.
이에 지난해 12월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알려진 이후 국학원과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에서 전개한 서명운동에는 온라인 서명자 22만 명을 포함해 1백24만 여명이 참여했으며, 인터넷 포털 다음의 '고구려 지킴이 카페'는 개설된 지 한달 만에 '사이버 의병대'라 불리는 가입 회원수가 1천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중국 주장대로 고구려사가 중국역사라면, 한강 이북 지역은 모두 중국의 역사로 편입되고 우리에게 남은 것은 5천년의 역사가 아닌 일본 역사보다도 짧은 2천년의 역사를 지닌 나라, 지역도 한강 이남으로 축소된 역사와 전통이 없는 보잘 것 없는 민족으로 전락하고 만다'고 주장했다.
최항기 장편소설『고주몽』은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의도성을 가지고 집필된 소설은 아니다. 저자는 문학 전공자로서 역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일반 독자에게 “우리 역사를 쉽게 읽어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얼마 되지 않은 사료와 씨름하며 3년의 기획과 검증을 통해 이번 소설을 완성하게 되었다.
아직 국내에서 소설로 출간되지 않은 소설 ‘고주몽’은 우리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했으며, 강력한 힘을 발휘한 고구려의 창업과정을 역사적 사실에 최대한 충실히 반영하면서 한 인간의 역경 속에 제국을 일궈내는 진솔한 이야기를 엮어내고 있다. 또한 『‘고구려의 재발견』『고구려의 그 많던 수레는 다 어디로 갔을까』의 저자이면서 <역사스페셜> 등을 통해 고구려사를 올바르게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용만 소장의 감수를 통해 그 당시 우리 역사의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다.
이것이 우연의 일치라면 일치일까? 현재 중국의 터무니없는 고구려사 편입 주장에 대해 국내의 여러 단체와 학자들이 이에 대항하는 학문적 근거 제시와 함께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고, 우리 국민의 상당수가 분노하며 고구려 지킴이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고구려의 이미지는 을지문덕, 연개소문, 광개토대왕,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논란이 되었던 고분벽화 정도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중국인들은 고구려를 고구려의 입장에서 애정을 갖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역사를 이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고구려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 반면 우리가 고구려의 정당한 계승자라고 하는 것은 고구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고구려인의 눈으로 고구려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고구려사를 심도있게 연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고구려 역사가 소설, 영화 등 문화 컨텐츠로 활용되어 대중에게 널리 소개되는 것도 필요하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지난 일이 아니라, 앞으로 미래 문화산업의 핵심적 컨텐츠로 활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고구려와 같은 시대인 위, 오, 촉 삼국시대가 삼국지연의라는 소설로 인해 얼마나 널리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졌던가. 이에 고구려를 소재로 한 최항기의 장편소설 “고주몽”은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하겠다. 중국이 저렇게 정부 주도 하에 향후의 영토 분쟁을 고려하여 진작부터 준비하고 있을 때, 고구려 초기 창업을 무대로 한 소설 “고주몽”이 대중에게 읽혀지고, 그것이 드라마화 되고, 영화화하여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된다면, 우리 문화산업의 발전은 물론 우리 역사 연구의 활성화와 함께 우리 스스로 역사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