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놀이
쉰 일곱 살이 된 ‘우리 도서관’은 꽤 많은 종류의 책들이 있다. 성경을 성독하고 이해하고 나누기에도 바빠 편독하다보니 거의 읽지는 못하지만, 도서관은 그저 바라보기만 지나다기만 해도 좋다.
담당자가 잘 관리하고 있지만 2열 종대로 막 꽂힌 코너는 누군가의 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나라고 생각했다.’ 오지랖 넓게 마음이 동해 담당의 허락을 받고 정리 정돈의 날로 잡았다. 기념 집, 개인 묵상집, 강론 집, 시집, 월간지, 잡지 등 보전 가치가 약하다고 판단되는 책들이 사정없이 걸러졌다. 그 일도 하루 종일 걸렸다. 힘도 들었다. 그래도 저녁 기도 전까지 마치면서 한결 정돈된 모습에 뿌듯하기도 했다. 뽑혀 나가는 허다한 책들의 저자들과 만들어진 과정들 종이부터 인쇄까지 제작 과정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동참할 수 없던 운명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뿔싸 나도 ‘엠마오 카페’에 수북하게 뭔가를 남기고 있다. ‘왜?’. 21세기 너도나도 남기고 또 남기는 ’쓰레기 행진?’. 잠시 성찰과 회의에 빠져본다. 에둘러 밝히자면 내 의도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놀이’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 성향에 맞춘 ‘의미 있는 놀이’이다. 덧붙이자면 그들의 표현과 기록이 탁월해도 모두 100% 공감이 되지 않기에.
다음 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같은 일에 해석이 사뭇 달라졌다. ‘쓰지 말고 남기지 말 쓰레기’라고 치부하는 것은 무지와 폭력의 소행이라고. 쓰고 기록하고 남기는 것은 당사자와 누군가에게 엄청난 의미와 가치 그리고 기쁨이었을 것이다. 다만 여기 우리 제한된 공간에서 같이 있을 자리가 빈약했을 뿐인 것을.
그리고 오늘 그런 생각에 고인이 되신 일본인 '시바타 도요' 할머니 시가 조금 더 의미의 빛을 밝혀준다. 뽑혀 나가 책들과 온라인 카페 엠마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