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코올 의존증의 진단, 치료 및 예방
우리나라에는 술꾼이 많다. 그 만큼 알코올의존자들이 많다.
지나가다 길을 막고, 연구를 하기 위해 ‘알코올의존자를 찾습니다!’라고 소리를 쳐 보라. 상당수의 남성들은 자신 있게 손을 든다. 때로는 매우 자랑스러워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알코올의존증 전문치료병원이 광주지역에 생긴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그 때 그 병원의 원장은 ‘환자분들 중 일부는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표현을 하여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술로 인한 실수에 너그럽고, 알코올의존증에 대해 둔감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 문제에 너그러운 대가는 너무나 크다. 그야말로 알코올의존증은 매우 비참하다. 알코올 의존증은 계속 진행되는 병이다. 그래서 한번 의존상태에 들어서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다. 병원 치료 후 술을 마시지 않는 분들을 ‘회복 중인 알코올의존자(Recovering Alcoholics)’라고 치한다. 더욱이 다른 병처럼 병원의 성과를 측정할 때 ‘완치율’이 아니라 ‘재발율’을 측정한다.
알코올 의존자의 진단
자신이 ‘알코올의존증에 이환되었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별하는가?’는 술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을 만났을 때 자주 당하는 질문이다. 그 때 다음의 4가지 질문을 먼저 해볼 필요가 있다. 독자들은 ‘다음 중 몇 문항이 자신에게 해당하는가?’를 자문해 보면 된다.
‘① 술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② 다른 사람이 자신이 술 마시는 것에 대하여 잔소리를 하거나 간섭하면 짜증이 나십니까?
③ 자신이 술 마시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
④ 술마신 다음 날 숙취를 없애려고, 해장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까?’
어떤가? 4문항 중 2개이상에 ‘예!’하고 우렁차게 답변한 분들은 사실 힘차게 병원 문을 두드려야 한다.
요즈음 ‘그 때 그 때 달라요!’라는 유행어가 있다. 그런데 알코올의존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심각한 술 문제가 보이면 당장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알코올의존증 전문치료병원들은 정신병원과는 아주 다르다. 사람들은 사실 알코올의존증의 치료 상황에 대해 많은 오해와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할 때에 필요한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거리의 부랑자들만이 알코올의존자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력이 약해서 술을 못 끊는 것이 아니다. 질병에 걸린 것이고 그러므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가족들도 알코올 의존증에 대해 잘 몰라서나 차마 불쌍해서, 알려지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치료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만큼 더 큰 손해를 본다. 환자에게는 단호한 결단과 냉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혼자 스스로 알아서 술을 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알코올 의존증의 치료
간단히 병원이 무서워 병원에 못가는 분들이나 그 가족들을 위해 병원의 입원과 퇴원장면을 소개하기로 한다. 물론 어떤 한 병원의 사례이지만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이 정신병원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자신 환자라는 생각이 들 때 자발적으로 혼자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가장 좋다. 술이 취했을 때 가족이 강제로 모실 경우도 물론 있을 것이다. 술에서 깨어났을 때 그곳이 알코올 의존증 전문병원이라는 말을 들게 되면 안심해도 좋다. 그냥, ‘아! 나는 이제 편히 쉬게 되는구나!’하고.
환자가 병원을 방문하면 대체로 정신과 의사의 진료를 받게 된다. 정신과 의사는 술에 시달린 신체와 정신, 심리상태를 종합적으로 진단한다. 또한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간호사도 만나게 된다. 각 전공에 필요한 평가를 받는 것이다. 신체상의 질환이 특히 의심이 되면 내과의사가 등장한다. 내과의사는 신체적 손상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내과적 치료를 우선 권한다. 신체부위가 치료되면 해독병동에 일단 입원된다. 해독병동에서는 몸에서 술독을 빼는 치료가 진행된다. 소위 ‘몸 만들기’이다. 해독병동에서는 대체로 1주일 내외에 치료가 완성된다.
해독병동에서 몸을 치료한 환우는 다음단계를 선택하게 된다. 주로 개방병동에서 금주를 해야 하는 마음가짐을 학습하는 곳이 된다. 운동치료, 명상치료, 술에 대한 강의, 붓글씨 강좌, 음악치료, 집단치료 등이 진행된다. 그 기간은 병원마다 다른데 대체로 4주에서 12주가 된다. 상태가 다른 사람마다 치료기간이 다른 것이다. 어떤 치료가 나에게 맞는가를 따져서 환자가 치료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곳도 있다. 학교에서 필요한 선택과목을 듣듯이.
알코올의존증은 치료시기 보다 퇴원 후가 더 중요하다.
퇴원 후에는 통상 1주일에 1번은 병원의 외래를 방문하여 단주의 의지를 다져야 한다. 오랜 기간 걸쳐 생활습관이 나빠 걸린 질병이기 때문에 혼자 간단히 고치기 어렵다.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질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그 의지를 확실히 다지는 회복중인 환자들의 모임에도 나가면 단주효과가 만점이다.
그 곳이 바로 ‘익명의 알코올중독자 모임(Alcoholic Anonymous)’이다. 우리나라에도 여러 군데 있으니 집에서 가까운 곳을 소개받으면 된다. 한 동안 잘 견디었는데도 한 순간 무너져 술의 유혹이 빠져들기가 너무나 쉽다. 병원에서는 그래서 퇴원이 임박한 환자의 퇴원준비에 신경을 쓴다. 퇴원 후 살 곳을 사전 답사하여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생활환경은 아닌가를 잘 살피고 환자들과 방안을 강구한다. 돌아갈 집이 없는 환자분들을 위해 알코올의존자전문 사회복귀시설도 있다. 아직 많지 않지만 도심에 생활의 불편이 없도록 환자분들이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알코올 의존증의 원인과 예방
‘왜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까?’ 누구나 궁금한 질문이다. ‘술을 오랫동안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이다.’라고 말하면 다 웃을 수밖에 없다. 남들도 다 아는 그 이유말고, 다른 정답은 없을까? 현대의 모든 질병은 그 원인을 크게 ‘유전인가? 생활습관인가?’로 나누어 찾게 된다. 알코올 의존증이 100% 유전이라면, 부모가 알코올 의존자인 경우, 매우 비극적이다.
연구결과 부모가 알코올 의존증 유전자를 가졌을 경우 의존자가 될 확률은 40-60%라고 한다. 상당히 높은 비율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절망이 앞서지만 희망도 있게 된다. 유전학의 연구가 너무 빨리 발전하고 있어서 그 치료제가 곧 발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를 믿으며 술을 계속 많이 마시는 바보는 없을 것으로 믿는다.
알코올의존증의 확실한 원인은 어릴 적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여 계속 마시는 경우와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특성을 가진 경우이다. 그래서 주변환경이 중요하다. 부모, 교사, 또래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 얼코올의존증에 이환될 확률이 높다. 형제의 영향도 크다. ‘알코올 의존자인 부모’와 ‘음주습관이 나쁜 형제’ 중 누가 더 위험할 것인가? 정답은 ‘형제!’다. 그 답은 유전자도 알코올의존증의 위험인자이지만 생활습관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근거가 된다. 환경은 우리들의 뇌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의 뉴런은 다시 우리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 알코올의존증은 유전과 환경의 복합적 산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자신이 문제음주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알코올의존자가 되지 않으려면 다음 몇 가지를 꼭 지켜야 한다. 집에 술을 절대로 두지 말아야 한다. 마시지 않아야 할 상황에서 누가 술을 권하면, ‘안 마신다!’고 분명히 외쳐라. 술 마시는 데에 쓰던 시간과 돈을 가족들과 재미있게 보내는 데에 투자하라. 맛있는 것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고, 스포츠도 즐겨라. 술은 혼자 끊거나 줄이기 어렵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과감하게 자신의 문제를 말하고 도움을 청하라. 술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술에 대해 잘 알수록 문제가 발전되는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 우리의 뇌는 그만한 역량을 가졌다. 결코 포기하지 마라. 세상일 치고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 변화란 어렵다. 술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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