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지해수욕장에서...

[스와니]

어제 늦은 오후에 곽지해수욕장으로 달려갔답니다.

요즘 연일 계속되고 있는 타들어가는 듯한 뜨거움에 오랜만에 해질녘의 바닷가를 찾았더니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싶더군요. ㅎㅎ

해거름 때의 시들어가는 여름햇살 아래에서 바닷바람을 마주하고 있으니

이대로 시간이 멈추어도 참 좋겠다 싶을 만큼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가만히 눈 감고 이 모든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내 기억의 창고 속에

저장해 두고 싶었습니다.

음...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소리... ㅎㅎ

역시 이런 곳에서는 아이들이 제일 예뻐 보입니다.

특히, 서너 살 가량되는 꼬맹이들의 수영복 위로 볼록 튀어나온 올챙이 배는

너무너무 예뻐서 마구마구 안아주고 싶은 그런 욕구가 샘솟기도 하지요.

아고~ 예쁜 것들... ㅎㅎㅎ

사실, 곽지해수욕장은 어제가 처음이었답니다.

늘 핫한 동쪽의 바닷가나 협재해수욕장 쪽으로만 다녔기 때문에 곽지해수욕장은 항상 그냥 지나쳐 다니기만 하였는데,

그런데 어제 곽지해수욕장에 완전 반해버렸답니다.

언제나 서일주도로 위를 달리며 애월읍을 지날 때마다 어쩌면 바닷빛이 저리도 아름다울까 하고 감탄은 하면서도

막상 그쪽으로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그저 휙휙 지나갈 뿐이었는데, 어제는 곽지해수욕장에서 약속이 있었던지라

일부러 그곳을 찾게 되었는데 이외의 큰 소득(?)이었다고 할까요... ㅎㅎ

곽지해수욕장은 다른 곳에 비해 모래밭도 무지하게 넓은 데다 사람들도 거의 없고

파도 높이도 적당해서 심심치 않게 파도타기도 재미나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곳 곽지해수욕장은 스케일이 좀 큰 것 같아요. ㅎㅎ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맛은 없지만 그 덕분에 탁 트인 시야 아래에서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이

아, 살 것 같다... 뭐, 이런 기분...??? ㅎㅎ

흠흠... 곽지... 너는 이제 나에게 찍혔어...!! ㅎㅎㅎ

지옥의 불길처럼 사납게 타들어가던 태양이 이제 서서히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수면 위로 길게 늘어진 붉은빛과 군데군데 서 있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어느 영화의 한 장면 같아서

파라솔 아래에서 급히 뛰어나와 똑딱이를 똑딱이고 있습니다.

카메라 렌즈로 바라보는 또다른 세상...

내가 담고 싶은 부분만 내 카메라의 프레임 속으로 끌어들이며 아, 정말 아름다운 세상이구나 하고

절로 감탄사를 쏟아냅니다.

음... 세상일이라는 것도 이 사진처럼 내가 간직하고 싶은 부분만 내 프레임 속으로 집어 넣으며

그렇게 살아갈 수는 없는 걸까...?

그저 내가 추구하고 내가 바라보고 싶은 것만 오려내서 그것만 취하며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내 인생의 연출자는 나 자신인데 왜 나는 정녕코 내 삶을 제대로 연출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왜... 왜... 왜...?

ㅎㅎ, 왜냐구...?

ㅎㅎ, 넌 밥탱이니까...!! ㅎㅎㅎ

하루 종일 열을 내느라 뜨겁고 힘들었을 붉은 태양이 열을 식히러 바닷속으로 잠겨드는 것을 목격(?)하고 난 후에야

파라솔 아래에서 주섬주섬 일어나 맛있는 저녁식사를 위해 주차장으로 슬렁슬렁 걸어가다 발견한 이 자유분방함이여...

무지무지하게 부럽당... ㅎㅎ

나는 어릴 때도 저러고 놀아본 적이 없는데...

아, 나는 어릴 때조차도 왜 그리 심각한 아이였는지... 바붕... ㅠㅠ

*

늘 바다로 달려가고 싶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바닷가를 마주하고 커다란 창이 있는 집에서 매일매일 노을을 볼 수 있으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듯했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사방이 바다로 둘러쌓인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밤이든 낮이든 내가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바다로 달려갈 수 있는 곳에서 지금 나는 살고 있습니다.

생각하고 열망하면 언젠가는 꼭 이루어진다고 하더니 정말 내 열망대로 나는 항상 바다와 함께 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지금 나는 사춘기시절에 그리도 열망했었던 일들을 눈 앞에 두고 진실로 행복해 하는 것일까 하고

나 자신을 현미경 아래에 놓고 분석해 봅니다.

사춘기시절의 열망과 지금의 내 현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나타나는 너무나 당연한 괴리감...

당연한 것을...

사춘기시절의 열망은 현실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야말로 그냥 <꿈>이었을 뿐....

그리고 지금의 내 현실은 글자 그대로 <현실>인 것을...

그래도 <꿈>이 <현실>로 이루어졌으니 이 정도의 괴리감 정도는 그저 못 본 척 지나쳐야 하는 건가...???

어쨌든 나는 매일매일 바다를 바라보고 호흡할 수 있으니 <행복하다> 라고 정의해야 하는 건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더 살아보면 알아지려나...

아님, 더 살아보아도 영원히 모르려나...

그냥, 그러게 그냥... 모르면 모르는 채로 그냥저냥 살면 안 되는 걸까...???

< 2013/08/11  바다와 나, 그리고 꿈과 현실 사이에서... >

*

나하고는 전혀 다른 <감성>을 추구하는 남편이기에 나는 남편이 찍어대는 사진들을 거의 <삭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정말 발로 찍는 듯한 남편의 감성 때문에 나는 항상 남편의 사진들을 <발사진>이라고 부르는데

이번에는 남편이 진짜 자신의 <발>을 모델로 열심히 똑딱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내 블로그에 그 사진을 올려줄까봐..." 라고 말은 하였지만

남편의 새까만 발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이 잔잔하게 흔들려 옵니다.

원래 뽀얗고 예쁜 피부의 남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만큼 새까맣던 적은 없었는데...

이 까만 두 발을 보고 있으니 그동안의 남편의 수고로움이 새삼 물밀 듯 밀려옵니다.

발이 이 정도이니 얼굴이며 팔은 말할 것도 없이 새까만 이 남자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원하던 삶을 추구하고 있는 이 남자는 진실로 이곳 제주도에서 행복해 하는 것일까 하고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봅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제주도행이었을까...?

이 남자의 꿈은 제주도에서 서서히 이루어져가고 있는 것일까...?

남편의 까만 발을 보면서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나는 남편의 쌔까만 두 발이 어쩌면 우리의 <삶>을 말하여 주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봅니다.

이 까맣게 타버린 두 발...

긍정적인 의미로도, 부정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이 까만 발...

과연 우리의 삶은 어느 쪽으로 흘러가게 될까...?

역시, 이 또한 연출자의 마음대로이겠지요.

그리고 우리 삶의 연출자는 당연히 우리 자신일 테고......

내가 연출하는 대로만 흘러가 준다면... 그렇게만 된다면 인생이란 게 훨씬 수월해지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그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그러니까 열심히 살면서 그냥 기다려보는 수밖에, 그럴 수밖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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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 waiting for something that I want............

[좋은동행]

백조님은 휼륭한 연출자이십니다..
그리고 희망하시는 모든걸 이루실거구요.
저도 그렇게 되시길 바랍니다.
행복하고 좋은 추억 마이마이 담으시길 바랍니다.

시원한 북한산 계곡바람 보내드립니다..^^

[스와니]

제가 훌륭한 연출자가 될 수 있을까요...? ^^

북한산 계곡, 무지하게 그립네요.
불과 몇 년 전이건만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지는 북한산에서의 추억을
마음으로 그려봅니다... ^^

[운주]

곽지 해수욕장 처음들어보는 이름이네요 어디에 있나요?

[스와니]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해수욕장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