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많은 옷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쇼핑몰을 시작하려는 분은 보통 동대문을 단순하게 옷을 도매로 구매하는 공간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십여 년간 동대문에서 부대끼며 단물과 쓴물을 모두 맛보며 느낀 것은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동대문이라는 공간의 속성이다.
동대문이 어떤 곳이고, 왜 동대문에 옷이 많은지, 그리고 그 옷은 어떤 경로를 통해 동대문시장까지 왔는지 말이다. 경험상, 시장의 속성을 파악하는 일은 쇼핑몰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동대문은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십 년 전의 동대문과 올해의 동대문은 많이 다르다. 아마도 내년의 동대문은 올해와 또 다를 것이다. 그러나 모든 변화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동대문 역시 나름대로의 필요에 의한 이유 있는 변신을 계속하고 있다.
쇼핑몰 사업을 막 시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상품의 구매와 판매가 동시에 일어나는 동대문시장의 속성에 대한 이런 정보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동대문 상인들을 이해하는데 그리고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옷을 보면서 그 옷의 유통 경로를 머릿속에 그려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앞으로 시장에 깔릴 동대문 옷에 대한 지식일 수도 있겠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동대문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통해 동대문시장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IMF가 동대문을 키웠다?
1997년 11월 21일, 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다는 헤드라인이 조간신문 1면을 기세 좋게 차지했다. 우리 경제를 오랫동안 긴 터널로 몰아넣은 IMF 사태의 시작이었다. 물가는 치솟기 시작했으며, 기업들은 연쇄부도를 일으키면서 쓰러졌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하루아침에 실업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기업으로 치면 유동성 위기로 부도 직전의 상태라 할 수 있는 외환위기는 그렇게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지게 했다.
그런데 온 나라가 절망에 빠져 있던 외환위기 상황에서 동대문은 유독 활기를 더했다. 필자가 동대문에서 사업을 시작한 지 2년쯤 된 초창기 시절, 동대문은 이전보다 더욱 활기를 띠었다. 가장 큰 이유는 환율 때문이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일본을 비롯한 바이어들은 이전보다 싼 가격으로 동대문에서 원단과 의류를 구매할 수 있었다. 동대문에서 물건을 구매해간 일본 상인들이 큰 이익을 보자,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의 수많은 바이어들과 보따리 상인들이 동대문으로 몰려들었다. 공장은 IMF 이전보다 오더가 더 많아졌고, 매출이 오르자 상인들도 신이 났다.
명예퇴직자들도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들고 동대문으로 몰려들었고, 각지에서 뭉쳐 있던 돈들도 동대문으로 몰려들었다. 소매를 주로 하는 쇼핑몰이라 할 수 있는 밀리오레가 들어선 것도 그 즈음이었다. 밀리오레의 성공으로 여기저기 대형 쇼핑몰들이 동대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라이벌 관계였던 남대문은 동대문에 주도권을 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동대문은 떴다. IMF 이전의 동대문과 이후의 동대문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달라졌다. 온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그 해에 동대문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출처 : http://cafe.daum.net/dongdeamoon?t__nil_cafemy=item 세종대왕님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