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의 사전적 정의는 ‘일반 역과는 달리 역무원이 없고 정차만 하는 역’이다. 역장은 없지만 역무원이 상주하는 역은 배치간이역,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역은 무배치간이역이라 일컫는다. 우리나라 간이역은 800곳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은 200여 곳 남짓이다. 열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은 세월에 묻혀 방치되거나 가정집, 창고 등으로 변해 옛 모습을 떠올리기가 힘든 곳도 있다. 이와는 반대로 정선, 문경, 곡성 등지에는 폐간된 역을 활용한 ‘기차마을’이 생겨 색다른 철도체험의 추억을 제공한다. 간이역은 역사적 가치가 인정돼 23곳이 문화재로 등록됐다. 충청남도 보령의 청소역도 그 중 한 곳이다.
설레는 기차 여행의 시작, 간이역
서울 용산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올랐다. 천안을 거쳐 장항에 들렀다 다시 서대전까지 가는 열차다. 목적지는 하루에 8번 기차가 서는 충청남도 보령의 청소역이다. 매표소에서 표를 살 때부터 의아해 하는 역무원을 만났다. 청소행 표를 끊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장항선 여객전무 김명균씨는 “장항선 무궁화호는 정차하는 역이 많기 때문에 이용객이 많은 편이지만 청소역은 열차가 서지 않을 때가 많아 이용객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용산역을 빠져나간 열차는 빠르게 지나가는 KTX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속도를 유지한다. 열차 밖 창문으로 높은 빌딩부터 나지막한 집, 푸릇푸릇 논이 스쳐간다. 진짜 여행이 시작됐다는 설렘이 열차에 함께 실린다. 충남 보령의 청소역까지는 3시간 남짓. 들르는 역이 많아 승객도 자주 바뀐다. 열차 중간에는 카페칸이 마련돼 있다. 삼삼오오 모여앉아 요기를 해결하고 노래방, 컴퓨터, 안마의자까지 이용할 수 있다. 충청도를 거쳐 전라도까지 내려가는 여정이다 보니 열차 안에서는 지역을 넘나드는 즉석만남과 대화가 이뤄진다.
장항선에 있는 가장 오래된 간이역
아담하고 평화로운 역에 기차가 멈췄다. 바로 이전 역은 젓갈로 유명한 광천이고 청소역을 지나면 해수욕장으로 유명한 대천이다.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작은 역에는 모두 다섯 명의 승객이 하차했다. 플랫폼과 역사가 거의 붙어있을 정도로 작은 역은 몇 안 되는 승객이 빠져나가자 다시 고요를 되찾는다. 요즘 대도시의 기차역들은 공항을 방불케 할 만큼 시설이 좋아지고 있지만, 청소역은 1961년 신축된 건물 그대로를 사용하고 있다.
청소역은 1929년 진죽역으로 시작해 1958년 9월 보통역으로 승격됐다. 역사는 녹색 지붕과 흰색 외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항선 중에는 가장 오래된 역사로 근대 간이역사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988년에는 진죽역에서 청소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5년에는 화물취급을 중지했다. 작은 역이 그러하듯 청소역도 열차가 서지 않는 위기에 처할 뻔했다. 통일호에서 무궁화호로 교체되는 시기에 청소역을 없앤다는 계획이 발표됐었다. 충청남도 보령시 청소면 김종환면장은 “10여 년 전 열차가 서지 않게 됐을 때 주민들이 모두 나서서 청소역을 살려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청소역은2006년 12월 4일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지정됐다.청소역 열차운용원 이정로씨는 “하루에 타고 내리는 승객이 20명 안팎이죠. 청소역이 곧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리고요”라며 청소역의 현재를 말한다. 사진을 찍기 위해 청소역 기찻길에 올랐다. 열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경보가 울리자 청소역을 지키고 있는 검둥이 개가 위험하다며 짖어댄다. 한 살이 채 안된 검둥이는 잡종견이지만 기찻길 바로 옆에서 역을 지키는 ‘열차운용견’이나 다름없다.
1950년대부터 이 모습 그대로, 청소면 진죽리
청소역이 있는 마을은 보령시 청소면 진죽리이다. 작은 기차역을 중심으로 길이 나 있고 양옆으로 상점이 들어섰다. 청소역 뒤편으로는 논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나비가 춤을 추고 황로가 논 위를 날아다닌다. 저 멀리 보이는 오서산에는 365일 등산객이 끊이지 않는다.진죽리 주민들은 논농사를 주로 짓는다. 주민이 약 3400명에 이르는 청소면에서는 복분자, 방울토마토 등이 유명하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 진죽리의 집과 상점들은 단층짜리 나지막한 형태를 띠고 있다. 오래된 간판은 마을 역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광국이용원 허광국(69)사장은 “열일곱 살 때 서울에서 이발을 배워 1979년부터는 여기서 장사를 했지. 그때는 이발소도 여럿 있었는데, 이제는 이거 하나 남았어”라며 마을 옛 모습을 떠올린다. “여기서 나서 자랐는데 집들은 하나도 변한 게 없어. 그때 그대로지. 마을길은 새마을운동 때 조금 넓힌 거야. 그 뒤로는 정말 변한 게 없다니까”라고 말한다.
진죽리 주민 박동수(63)씨는 “여기가 예전에는 상점도 많고 그랬지. 버스도 자주 다니고, 기차도 다니고, 교통이 아주 좋아~”라고 마을을 소개한다. 기차역에 바로 집들이 붙어 있어 시끄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주민들은 하나같이 “익숙해져서 그런지 시끄러운지는 모르겠다. 기차역이 있어서 참 좋다”라고 소박하게 말했다.
첫댓글선조들이 애를쓰셔서 지금은 좋은 세월이지만.. 울들이 어렸을땐 어디를 다녀 오려면 걸어서 버스타고 또 갈아타서 역전에 내려 기차를 타고 에궁 힘들어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지요..그런데 요즘 우리 아들을 보면 한번씩 기차여행을 다녀와선 넘 재미 있었다며 가족이랑 기차여행하자고 합니다. 아직 그 약속을 지켜주진 못했지만 저와 아들이 타는 기차는 칸만큼의 또는 세월만큼의 아님 KTX 만큼 생각의 차이가 있을것 같네요..
첫댓글 선조들이 애를쓰셔서 지금은 좋은 세월이지만.. 울들이 어렸을땐 어디를 다녀 오려면 걸어서 버스타고 또 갈아타서 역전에 내려 기차를 타고 에궁![!](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4.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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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그렇게 그렇게 살아왔지요..그런데 요즘 우리 아들을 보면 한번씩 기차여행을 다녀와선 넘 재미 있었다며 가족이랑 기차여행하자고 합니다. 아직 그 약속을 지켜주진 못했지만 저와 아들이 타는 기차는 칸만큼의 또는 세월만큼의![?](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59.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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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KTX 만큼 ![ㅋ](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5.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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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차이가 있을것 같네요..![~](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28.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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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고향이 부산이라 갈때 자주 KTX를 타지요. 너무 좋습니다. 편하고... 어떨때는 웃돈을 얹어서 영화칸을 예매해서 갑니다. 영화 한 편을 보면 딱 부산에 도착하니 얼마나 세상이 좋아진건지...![므흣](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8.gi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