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수기를 쓰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힘들었던 날들이 있었기에 오늘 같은 좋은 날이 더더욱 빛나는 것 같습니다.
준비과정
7개월의 준비기간은 넉넉하지는 않지만 노력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송 선생님의 첫 수업을 받았을 때 난이도가 높아 깜짝 놀랐지만, 그 교실을 아우르는 학구적 분위기에 매료되었고, 앞으로 이 길을 걷게 될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대학을 코스모스 졸업했기에 처음 4개월 동안 오전에는 대학, 오후에는 입문반에서 공부했습니다. 사실 많은 학생이 입문반 수업을 들으면 다른 학생에 비해 덜 배운다거나 하는 우려를 해서 오전 수업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입문반도 같은 내용으로 수업합니다. 오히려 학생 수가 적어 매번 수업 때마다 발표를 몇 번씩 할 수 있었고, 부담도 훨씬 적어 추천하고 싶습니다.
7월에는 분반을 합니다. 이때 좋은 전략을 짜는 것이 입시의 당락을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각 학교의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더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가 선생님과 송 선생님을 비롯해 학교 교수님, 통역사 선배님, 대학 입학처 등을 찾아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통역도 여러 전공 분야로 나뉘고, 그 분야를 잘 교육하는 기관을 선정하는 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다음, 시험 유형에 맞는 스터디 플랜을 짜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시험
준비했던 나날들에 비하면 시험은 황당할 정도로 금방 끝납니다. 단 몇 분 만에 앞으로의 진로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은 아마 모두에게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때로는 운도 따라주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험 전 일주일부터 시험 날과 같은 시간에 취침, 기상하도록 조절해나갔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으로 최상의 집중력을 유지하느라 노력했고 무엇보다 마인드 컨트롤 하는 방법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원래 잘 긴장을 하지 않는 편이었지만 시험장에 도착하자 많이 긴장되었습니다. 특히 대기실에 있다가 시험장의 문을 여는 그 순간, 심장 소리가 너무 크게 나서 혹시 교수님도 듣지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했습니다.
첫날 한중 시험은 텍스트가 쉬운 편이라 어렵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차분해 보이도록 속도를 조금 낮춰서 말했고, 시선은 교수님들을 번갈아 가면서 마주쳤습니다. 개인 질문도 몇 개 받아서 좋은 기분으로 시험장을 나섰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학생이 그렇듯 한중보다 중한이 더 편하고 심적 부담감이 적은 과목입니다. 첫 번째 메모리는 잘 풀었지만 웬일인지 끝나자마자 갑자기 긴장이 많이 돼서 질의응답 텍스트를 듣지 못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머리가 하얗게 됐고 송 선생님이 말씀해준 교수님 셔츠에 달린 단추 모양 이야기처럼 시험과 무관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그 순간 희망의 빛 줄기가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의응답 문제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고 머릿속에 든 단어 몇 개로 얼버무렸습니다. 교수님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라,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무엇을 들었는지 말해보라 하고 말씀해 주셨는데도 저는 잘 매듭짓지 못했습니다.
시험장을 나섰을 때 정말 실망이 많았고 결과가 나오는 한 달 남짓 동안 항상 불안했습니다. 아마 이 때가 가장 힘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에도 합격할 수 있던 이유는 아마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배꼽 인사를 잊지 않았고, 자리에 앉기 전에 큰소리로 인사 드렸습니다. 지문을 들을 때, 말할 때 모두 자연스러운 시선 처리와 미소를 지었던 점이 높게 평가된 것 같습니다. 또 마지막에 질문에 답변을 못 했을 때 솔직하게 잘 못 들었다고 말씀 드렸고, “저는 이것보다 잘하는 학생이지만 순간적으로 긴장해서 못 들었을 뿐입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것이 좋게 봐주셨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수업 외 사항
많은 분이 좋은 공부방법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공부 외에 것을 소개해보자 합니다. 먼저 통대 공부는 박학다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면, 저는 대학에서 다양한 교양수업을 듣는 것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통역할 때 그 주제가 방대하므로 거시·미시경제학, 마케팅, 심리학, 철학 등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으면 매우 좋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대학원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지만, 국어국문전공 수업보다 교양수업을 다양하게 들은 점이 통역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체력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3번씩 근력운동을 했습니다. 평상시 학원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고 소화하려고 학원 근처 조계사도 다녀오고, 명동까지도 걸어 다니며 머리를 식혔습니다. 유산소에 비중을 많이 두진 않았지만 꾸준히 해온 운동이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맺음말
여태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방대한 공부량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었습니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안되면 취직해야 하나? 공백 기간은 뭐라고 설명하지? 등등 수없이 많은 물음표는 마음을 어지럽혀왔습니다. 그럴 때 마음 다잡을 수 있도록 긍정의 말을 해준 지은 언니, 사랑 언니, 유리 언니. 시험 후 방황하고 있을 때 삶의 조언을 해준 복자 언니. 함께 매운 음식을 찾아다니고 서로를 다독였던 영운 언니, 영 언니. 매일 졸린 눈을 부여잡고 스터디 했던 지은이 :) 시험 후 홍대에서 아침까지? 축하해준 향나. 무엇보다 여태까지 지도해주시며 아주 가끔 “잘했어요!”라고 칭찬해주신 송 선생님, 허허 웃으며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신 가 선생님. 항상 격려해주셨던 명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초록아! 너에게만은 후한 칭찬을 했던 것 같은데... '아주 가끔'에서 나 빵 터짐.^^ 나태해지지 않게 하는게 나의 사명이란 점을 이해해 주길... 그리고 다시 한 번 축하해! 장학생으로 뽑힌 만큼 교수님들의 기대도 클거야. 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즐거운 겨울방학 보내렴~
하하 아마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의 '많이 늘었네요'와 '잘했어요'를 듣기위해 노력했을거에요^^ 발표끝나고 선생님께서 무표정으로 아무말도 안하실때 수업끝나고 가장 많이 공부한날인것같아요^^ 선생님감사해요
초록.넌 큰 그릇인줄 알았어. 축하해 !!
언니도축하해요^^读者꼭사갈게요!ㅎㅎ오랜만에중국왔는데어렸을때본青年文摘가쌓여잇어기억이새록새록하네용!곧봐요!
초록이는 역시 초록이야 ^^ 학교가서도 같이 스터디 하자 !你被我预约了哈哈哈
내파트너 초록이 접때도 말했지만 축하하고! 조만간 연락할게 술한잔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