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독일이야기-일상으로 다가서다(1)
무엇인가 관심을 갖게 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이게 되고, 조그만 것도 금방 눈에 들어 오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보기 힘들 정도로 멀리 있는 강아지는 물론 집 안 밖에서 노니는 고양이도 내 눈엔 금방 포착 되곤 한다.
어떤 견종이고, 나이는 몇 살이고, 성질은 어떤지 견주들과 산책하며 걷는 모습을 살펴 보면 비교적 정확히 파악 할 수 있다. 고양이의 경우, 집 안에서만 키운 것인지, 길냥이 인지, 혹은 미쉘과 같이 주로 바깥에서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인지 구분하는 것은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또한 거리 곳곳에 배치된 반려동물용 휴지통을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쳤지만 이젠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모두 관심 덕분이다.
얼마 전엔 지역 동물보호소를 방문하여 독일의 전반적인 유기동물 정책에 대해 얘기를 듣고자 했다. 미국에선
Animal Shelter라고 하는데 독일에선 Tierheim이라고 칭한다. Tier는 동물이고, Heim은 집이란 뜻이다.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 노인 요양원이 연상 될 정도로 시설이 좋았고, 내외에 사육장은 물론 개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도 구비돼 있었다. 담당자와 면회시간이 제한적이어서 더 많은 것을 알아 볼 수 없었으나 10월 초에 다시 방문하여 그와 인터뷰를 할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 인구는 70만에 불과하다. 인근 지역을 다 합치면 100만이 넘는 곳이긴 하나 Tierheim은 예상 밖으로 상당히 많다. 인근지역에 제법 큰 규모의 보호소가 10개 이상이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일에도 유기동물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죽이지 않는
No-Kill 정책으로 인해 시설의 수요가 많아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남유럽과 동유럽에 유입되고 있는 유기동물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들 또한 기꺼이 모두 수용해 주고 있다고 한다.
동물 보호소 대부분은 충분치는 않으나 지방정부로부터 예산 일부를 지원 받고 있으며, 한국과 같이 개인들의 기부를 통해 유지되고 있다. 서양에선 키우던 개와 고양이에게 가끔씩 유산을 상속하는 경우가 있어 심심치 않게 화제가 되곤 한다. 동물보호단체에 기부되는 금액은 모두 세금 공제 대상이다.
말년 인생을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는 것은 심신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인간의 감성을 되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함께 산책을 하면서 체력도 유지할 수 있다. 더욱이 언제든 옆을 지켜주는 든든한 동반자 역할도 한다. 물론 함께 지내다 보면 경제적 부담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반려동물은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다. 다만 한국의 경우, 공간에 제약이 많은 편이어서 아쉽기도 하지만, 점점 반려동물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추세임은 확실한 것 같다. 인도견, 구조견에 이어 힐링견과 같은 단어가 탄생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에서 동물보호단체에 통 큰 기부를 하고 있는 유명인은 소프라노 조수미 씨와 가수 이효리 씨가 대표적이다. 우리 나라의 반려동물 격을 높이는 데 일조를 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동물보호 단체의 큰 버팀목이기도 하다. 주요 동물보호단체를 이끌고 있는 여성 대표들과 더불어 대한민국 반려동물의 중심에는 여자들이 모든 것을 대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경도된 의식이 지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나와 같은 baby boomer세대를 비롯한 50대 이상의 남성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개와 고양이를 식품 혹은 보양식으로 보는 경향이 없지 않다. 특히 남성들이 갖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깨기 힘든 벽으로 느껴질 때 도 있다. 반려동물의 권익에 앞장서는 여성들의 모습에 숙연해 지고 크게 보이는 이유도 여기 있다.
소위 엘리트 계층이라는 50대 이상 남성들과 반려동물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상당부분 일치되는 이야기를 한다. “개고기는 찾아서 먹지 않지만 그렇다고 거부하지 않는다“,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 매너가 없다“, “비육되는 소와 돼지도 불쌍하니 먹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독일에서도 아직 개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등이다.
이번 추석기간 동안 휴가 차 한국에 갔을 때 친구들 그리고 독일에서 교류했던 분들과 식사하면서 나누었던 대화 내용도 비슷한 경우다. 개고기를 즐겨 먹던 친한 벗은 다행히 개고기의 유해성에 대한 설명을 심각히 받아들여 앞으로 먹지 않기로 약속까지 했다. 가장 보람된 시간이었다. 항생제를 맞아 가며 사육되는 번식견의 심각성과 질병에 노출된 유기견이 보신탕 용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적절히 설명한 덕이다.
하지만 미처 잘 알지 못했던 건강원의 개소주와 고양이탕은 상상을 초월 하리만큼 심각성이 띄고 있었다. 뱀이나 고라니 등과 같은 야생동물은 물론 반려동물인 개와 고양이까지 불법 포획이 자행되어 식용, 약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은 심히 유감이다. 불법포획에 더해 위생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는 것들이 마치 훌륭한 건강식품으로 탈바꿈 되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과거 채널 A에서 시청한 ‘이영돈 PD의 먹거리 파일‘에서 보도한 내용이 새삼 떠오른다. 하지만 그 이후 개선된 사항은 별로 없어 보인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젠 경종을 울려야 할 시점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의식은 하루하루 나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면 동승하는 사람들에 대해 각별히 신경 쓰는 견주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중대형 견을 많이 데리고 다니는 젊은 세대들은 보행자들이 개에 대한 관심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았다.
3~40대 여성들이 갖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주로 자녀들과의 연관성에서 찾을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이 뛰놀아야 할 공원에 반려동물이 자리를 차지하고 배설물을 그냥 두고 가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라 한다. 다소 아쉽기는 한 대목이지만 급격히 늘어난 반려동물 개체 수를 감안하면 결코 미래는 어둡지 않다고 생각한다. 끊임 없는 교육과 계몽은 필수 과제임을 다시 한번 확인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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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중세시대의 작품들>
1) 개란 존재는 인간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동물이다.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럽다
2) 풍성하지 않은 가운데 느껴지는 개들의 모습이 평화스럽다. 반려동물 본연의 모습처럼
3) 이 전시관을 둘러 봤을 때 3작품 중 하나에는 개 모습이 보일 정도엿다
첫댓글 그림중에 개가 참 많이 있네요. 우리 그림도 찾아보면 꽤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