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의 리얼리즘은 현실을 직접적이고 진실하게 제시하려고 한다. 그렇다면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영화에서 연극적 미장센, 과장된 연기 그리고 서정적인 대사를
사용하는 것은 관객들을 리얼리즘으로부터 유리 시키는 것인가
앙드레 바쟁의 영화 이론에 따르면, 영화의 본질은 현실을 모방 또는 복제하는 것에 있다. 바쟁은 영화를
사진이 가지는 절대적 객관성에 시간성이 더해진 예술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에 따라 영화는 객관적, 사실적이여야 하며,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당시 영화가 의도적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우려한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즉, 영화는 사진의 객관성과 시간적 재현에 따라 현실을
그려내는 예술이고 그에 따른 해석은 온전이 관객의 몫이 되는 것이다.
롱 숏, 롱 테이크 기법들을 사용한다고 ‘영화가 현실을 객관적,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존재 한다. 영화가 어떤 표현 방식을 취하든 관객들은 영화 그대로가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얼리즘 영화의 의의는 관객들에게 외면하고
싶은 사회의 모순, 고통스러운 현실을 직시하게함으로써 윤리적 책임에 대해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 사회적
연대로 이어지게 하는데 있다고 생각 한다.
영화에는 시대상황에 따라 특정 스타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형식이 존재한다. 리얼리즘 또한 영화의 본질에 대한 관점에 따라 연구되어 형성된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아마추어 배우들의 캐스팅, 현실적인 미장센, 로케이션, 현란하지 않은 카메라워크는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되는 스타일이며 이는 리얼리즘 나름대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담담하게 담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연극적 미장센, 과장된 연기 그리고
서정적인 대사 들은 리얼리즘이 추구하는 바에서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2. <자전거 도둑>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은 네오리얼리즘의 대표작으로 꼽힐만큼 리얼리즘의 특징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2차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서민들이 겪어야했던 현실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깊었던 것은 배우의 연기와 영화가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이다.
비전문 배우 캐스팅은 당시 네오리얼리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 안토니오 역을 연기한 람베르토 마지오라니 또한 아마추어 배우이다. 보통 배우들이 다양한 표정을 통해 연기하는 반면 람베르토 마지오라니는 일관된 무표정을 유지한 채 담담한 연기를 펼친다. 이러한 연기는 전쟁 후 희망이 사라진 서민의 절망을 잘 표현한 것으로 지금 보아도 과장되거나 촌스러운 부분을 찾을 수가 없다.
인물을 그려내는 방식또한 인상깊었다. 영화에서 주인공 안토니오는 성장하는 인물이라기 보다, 타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아들의 존재가 이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는데, 극중 안토니오는 자전거를 찾는 것이 너무 간절한 나머지 시종일관 아들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버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안토니오는 자신보다 더욱 처절하게 사는 이가 자전거를 훔쳤음을 알게되고 희망을 잃어버린 채 다른 이의 자전거를 훔치는 실수를 저지른다. 이 과정에서 아들은 아버지의 부도덕한 행위를 모두 목격하게 되고 다른 이들에 의해 맞고 손가락질 받는 아버지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를 통해 우리는 감독이 경제적으로, 정시적으로 불안한 한 남자의 삶에는 도덕적 가치와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덕목이 존재하기 힘들며, 전쟁의 여파가 개인의 삶에서 더 나아가 한 가정의 삶에 미치는 치명적 영향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