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예찬 시대
이지연
커피 1일 1잔을 선호한다. 방문수업을 가면 오전 첫 수업하는 가정에서만 커피를 마신다. 카페인에 민감한 체질이라 오후에 마시면 불면증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수업 당시 마시던 팜티 씨네 커피는 유난히 맛이 좋았다. 베트남에서 커피 가공 공장을 하는 이모가 보내주었다고 했다. 오전에 수업하던 서윤 씨 집에서는 수업 중간쯤에 커피를 마셨는데 그녀가 내려주는 커피는 쓴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커피에 일가견은 없지만, 진한 커피색에 비해 쓰지 않았고 향도 좋았기에 좋은 커피이겠거니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품질의 커피를 취급하는 이모가 이역만리로 시집간 조카에게 품질 좋은 커피를 보낸 것이었다. 그녀는 커피 맛이 좋다며 커피에 관심을 보인 내게 집에서도 드시라며 한 봉지를 선물로 주었다. 부드러운 커피 맛에 반한 나는 그날로 커피머신을 주문했다.
그런데 얼마 후 더 획기적인 맛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이모부가 야생 족제비 똥에서 채취한 위즐 커피를 보냈다며 맛을 보였다. 아주 쓴맛일 것 같은 짙은 색이었지만 전혀 쓰지 않았고, 향과 맛이 부드러웠다.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감미로운 발라드 느낌이었다. 사향고양이나 코끼리 똥에서 맛좋은 고가의 커피를 가공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족제비 똥에서도 채취하는 줄은 몰랐다. 베트남에서는 족제비에게 얻은 위즐 커피가 고급이라고 했다. 커피 맛에 감탄을 몇 번 했던가 보다. 그녀는 이모부가 험한 산에 올라 채취한 귀한 커피를 나누어 주었다.
명절에는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이 있는 우리나라이다. 내가 받은 선물 중에는 차茶 선물이 간혹 있다. 게다가 고향을 다녀온 학습자들이 내미는 차까지 더하면 국산차를 비롯하여 중국, 대만 등 원산지가 다양하다. 차를 즐기지 않기에 개봉을 미루다 결국 마시지 못할 지경으로 만든 것이 많다. 선물을 주는 이는 몸에 이로운 것이라 주었겠지만, 내 몸은 차보다는 커피에 길들여져 있다. 다른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남편은 매일 커피를 대여섯 잔이나 마시고, 아이들은 학생일 때부터 커피 값으로 용돈을 엄청 쓴 이력이 있다. 시어머니도 매일 커피 한 잔씩 드시는 걸 보면 전 국민의 커피 사랑이 넘치는 현실이다.
규모가 작은 커피숍이 주택가 곳곳에 자리 잡은 현실이다. 대형 커피 프렌차이즈도 계속 늘어나 우리 동네만 해도 대여섯 군데나 된다. 커피 소비가 그만큼 많다는 증거일 것이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는 어린이집 차가 떠난 후에 누구네 집이든 들어가 커피타임을 갖곤 했는데 요즘은 누구네 집 대신에 커피숍으로 몰려간다.
모두들 커피 평가단이라도 되는 듯 어느 커피숍이 맛있는지 평가하며 마신다. 가게를 하는 친구는 물건을 사러 오거나 방문하는 손님을 위해 접대용 커피를 준비해 둔다. 별다방 커피가 제일 맛있다며 거기서 원두를 구입하여 매일 아침 출근하자마자 커피를 내린다. 가끔 들르는 스터디카페에서도 별다방 커피를 사용한다고 홍보하는 걸 보면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남편과는 취향이 많이 다르다. 커피 취향조차 다르다. 나는 아무것도 첨가하지 않은 커피를 선호하는 반면, 남편은 설탕과 프리마가 적당히 배합된 믹스 커피가 아니면 마시지 않는 사람이다. 나는 점심시간 이후에는 마시지 않지만, 잠들기 직전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남편이다.
커피머신을 구입한 직후에는 집에서도 고급 커피를 즐기기 위해 커피 내리는 일을 곧잘 했었다. 모임이 있을 때는 보온병에 가득 담아 가서 나눠 마시기도 했는데 그것도 시들해졌다. 한꺼번에 여러 잔을 내려놓고 마시니 첫잔을 제외하고는 팜티 씨가 내려주던 그 감미로운 맛이 아니었다. 커피머신 청소도 번거로워 혼자 마시자고 성가신 일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다 못 마신 베트남 산 커피는 친구 가게에 갖다 주고, 위즐 커피는 냉장고에 보관하고 아주 가끔씩만 마신다. 고향을 다녀오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학습자나 지인들이 커피 선물을 하면 이제는 개봉도 하지 않고 친구 가게에 갖다 준다. 친구 가게에서 커피를 마실 때는 내가 keep 해둔 거 마신다며 당당하게 마신다.설사 그것이 별다방 커피일지라도.
단톡방에서 다음 모임 때 ‘아아’를 쏘겠다는 카톡이 뜬다.
첫댓글 그 커피 우리 모임 때 한 잔씩 서비스 해줘 봐요. 자랑만 말구요. 솜씨 좀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