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의 풍수원 성당이 애피타이저라면 뮤지엄 산은 원주기행의 메인디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0시에 개장하는 뮤지엄 산 티켓을 구입하려면 9시 50분까지 문막 오크밸리로 가야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에만 28000원의 다소 비싼 입장료를 50%할인받기 때문에 소지섭 닮은 1호차 기사님께 빨리 가야한다고 재촉하면서 서둘러야했다.
마침 새로운 쇼핑몰을 개업한 신국주동기가 친구들 준다고 평창사과 박스를 싣고 뮤지엄 프런트에 2등으로 도착하여 수문장처럼 수염 휘날리고 있어서 순조롭게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이 시그니처 브랜드인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은 제주도 서귀포 본태미술관, 성산일출봉 부근 섭지코지에 지니어스로사이(지상의 수호신)와 글라스 하우스 두 개가 있는데, 제주도의 바다와 돌이 어우러진 그 두개의 건축물을 보았을 때의 경이로움을 잊지 못한다.
목수출신으로 건축을 독학했다는 안도다다오눈 일본 나오시마 섬을 재생하는 플랜에 참여하면서 호박그림과 조각으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와 함께 작업을 해서 수년전부터 우리나라에도 히트 여행상품으로 개발되어 있다,
강원도의 산세와 바람결 그리고 파주석을 배합하여 8년간 지었다는 뮤지엄 SAN, Space Art Nature의 약자 SAN은 배낭이 상품으로 걸린 우리들 여행퀴즈 문제 중 하나였다.
28명단위로 뮤지엄 끝자락에 있는 제임스 터렐관에 입장해야하므로 우리는 파랑이, 노랑이, 분홍이로 구분해서 스카프와 깃발을 휘날리며 대다수가 처음 접하는 풍광에 노치원생처럼 즐거워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빛나고 만산홍엽 가득한 들판 길에 자작나무에 스치는 바람결 소슬하니 철없이 청춘 예찬이라도 하고 싶어진다…….
웰컴센터 지나자마자 패랭이꽃 가득 펼쳐진 플라워가든 앞, 새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붉은 조각상을 배경으로 단체사진 찍고 조별 이동하니 사람들이 신기한 듯 쳐다본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 치곤 나이가 좀 되었네 하는 표정으로 어디서 온 사람들인 가하는 거 같은데 데 우리가 여학생 남학생 운운하는 소리 들으니 무슨 경로대학에서 왔나 하는 표정으로…….
뮤지엄 산이 압도적인 건 워터가든 앞 뮤지엄 본관 건물인데, 자갈이 깔려있는 수변의 붉은 조각(아취웨이) 보고 일단 경탄하게 되어 있다.
적요함이 흐르는 서양 수도원 같기도 하고 해자 있는 일본 성곽 같기도 한 뮤지엄 건물이 주는 위용 앞에서 누구나 일단 카메라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뮤지엄내에서 가장 멋진 뷰포인트 카페테라스에 B조와 C조가 잠시 화보 찍기에 돌입한다. 봉우리 선이 유려한 앞산 전경이 그대로 물위에 비치는 멋진 테라스 카페는 시간만 넉넉하면 언제라도 한참을 앉아 있고 싶어진다. 배우 공유가 커피광고 찍은 곳이라고 한다. 어떤 여동기가 그 포즈를 취하고 사진 찍는다.
요리 찍고 조리 찍고 경이로운 자연 속에 자신의 모습을 이입시켜 보려는 정경 또한 예술일 것이라는 생각에 순간을 포획하려는 각자의 모습이 분주하다. 카페 종업원이 이곳에서 사진 찍고 머무르려면 음료를 주문해야 한다고 테이블에 다가오자 우리는 서둘러 종이박물관과 백남준 관등이 잇는 갤러리로 이동했다.
조별 팀장들이 아무리 강조해도 조별 무리와 함께 움직이지 않는 학동이 있는 법.. A조 일행 놓쳐서 B조에 따라 온 김모국장, C조 인데 B조 여학생 따라와 함께 다니며 향기 나는 모과 따준 두 명의 키큰 동기들 ..
빛의 마술가 제임스 터렐관 들어가기 싫다는 동기들도 있었고, 이게 무슨 예술이 야냐고 하는 동기들도 있었지만 어떻게 저런 생각으로 공간을 창조했을까 감탄하면서 새로운 경험이 아주 좋았다는 친구들도 많았다.
작년 여름 처음 뮤지엄 답사했을 때는 하루 종일 걸렸지만 우리가 이날 배당한 시간은 두 시간 반이었으니 부지런히 다녀도 아주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30분가의 터렐관 관람이 끝난 후 자유롭게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갤러리와 종이박물관등을 두시간 동안 돌아다니다 보니 버스 안에서 김밥, 호두설기떡을 귤과 함께 먹었어도 금방 배고프다네.
약속한 시간 12시 반에 정확하게 버스에 탑승한 동기들이 원주 시내 < 담채>식당에 도착하니 한라대학 교수로 지내는 유오종(경제) 동기가 깜짝 등장하였다. 친구들 원주 왔다고 반기며 귤과 양갱 박스를 안겨주었다, 경제학과는 이번 여행 최다 참가학과로서 파이팅을 보여주었다.
동기들은 오리고기와 생선구이를 겸한 쌈밥 정식 앞에서 반주를 겸한 오찬을 즐겼다,
식당을 나서는데 어떤 남동기가 아주 맛있다고 진심어린 어조로 식당 여주인에게 인사하자 서울서 온 손님들이 모두 멋있으세요하면서 작은 식당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손님 와서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