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어느덧 중순으로 접어들었다. 5월은 장미의 계절이라고 한다.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모두 갖춘 꽃으로 5월의 여왕, 향기의 여왕이라고도 한다. 볼수록 아름답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꽃이다. 장미의 계절을 맞이하여 경기북부 중.서부전방 일대에서 안보지역을 답사하면서 라이딩 향연을 펼치기로 하였다. 소요산역에서 용달차와 택시로 신망리까지 탑승하고 신망리역에서 부터 라이딩이 시작된다. 이번 라이딩은 평화 누리길을 따라 이동하는 여행길로, 대열잔차 회원 3명과 성동고16 바이콜릭스 1명이 동참하였다. 성동고 바이콜릭스 회원은 아스트라전(인구), 스머프차(성근)와 함께 3학년 6반 교우로 서울대 공대 ROTC 10기 예비역 중위 출신인 스카이 천(학천)이다.
스카이 천은 가끔 대열잔차 회원들과 어울려 라이딩을 즐기곤 하였다. 아스트라 전(인구)은 중학교 동창생들과 여행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하였다. 연천은 1971년 소위로 임관하고 부임한 전방지역으로 육사 선배장교들이 환영 만찬을 베풀었던 곳으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20사단에 부임한 동기생은 12명이었다. 평화누리길은 DMZ 접경지역 4개 시.군을 잇는 대한민국 최북단 12개 코스로 191km이다. 이번 여행길은 평화누리길 12코스(통일 이음길) 중간지점인 신망리역에서 시작하여 9코스에서 종료하고 문산역에서 마침표를 찍는 여정으로 대략 80km이다. 평화 누리길 12코스는 평화누리길 중 가장 긴 코스(24km)로 분단의 아픔을 넘어 통일을 잇자는 의미를 가진 길이다.
미제 7사단은 한국 전쟁이 끝난 직후 1954년 5월에 신망리를 피난민 정착지로 지정하여 피난민을 이주시켰는데 이곳을 미군들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뜻의 'NEW HOPE COUNTRY' 라고 명명한 것이 한자로 표기되면서 신망리(新望里)로 부르게 되었다. 신망리 원래 이름은 상리였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신망리역에서 평화누리길 12코스를 따라 힘찬 시동을 걸었다. 논길을 지나면 78번 도로(군남로)를 만나 산길로 이어지지만 78번 도로를 따라가기로 하였다. 78번 도로를 따라가면 전기황후릉 터와 필리핀 참전 기념탑이 나온다. 전기황후는 고려출신 공녀로 원나라 마지막 황제인 혜종의 황후가 된 인물이다.
옥계교를 지나면 옥계3리 문화복지회관과 로하스파크가 나온다. 로하스 파크에는 전통 한옥 체험시설과 장류공장의 전통 옹기들이 바둑판처럼 나열되어 있어 장관이었다. 옥계천을 따라가면 군남 홍수조절지와 두루미 테마파크에 이른다. 군남 홍수조절지는 휴전선에서 불과 6km 떨어진 접경지역으로 북측 황강댐 방류에 대응하고 임진강 유역 홍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설치되었다. 군남 홍수조절지의 진입 관문에 평화를 상질하는 두루미 테마파크가 있다. 평화누리길 11코스(임진 적벽길)는 두루미 테마파크에서 임진강을 따라 이동하는 코스이다. 북삼교를 건너 나룻터 마을을 지나면 허브빌리지가 나온다. 허브 빌리지는 전직 대통령의 장남이 소유하였다가
국가에 매각해 국내 유수의 의류유통업체가 인수하였다. 허브 빌리지내 펜션에서 숙박하면서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허브의 여왕 라벤더와 다양한 종류의 꽃들을.만나 볼 수 있는 꽃천지로 별천지다. 연천군 왕징면에 이르면 고성산 보루가 있다. 고성산 보루는 고구려 유적으로 임진강 방면을 통제하기 위해 구축한 시설이다. 임진교를 지나면 임진물 새롬랜드가 나온다. 임진물 새롬 랜드는 하수종말처리시설로 동화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재현한 테마공원을 조성하여 동심을 잡아 끌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의 정자 쉼터에서 김밥과 따끈한 커피로 카보로딩하면서 꿀맛같은 휴식을 하였다. 생도시절에 유격훈련과 하계 군사훈련시 비를 홀딱 맞으면서 밥먹던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임진물 새롬랜드를 지나 가파른 계단을 따라 임진강 하상으로 내려가 페달링 하였다. 자갈, 진흙. 너덜겅이 연속된 고난의길이었지만 임진강의 주상절리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멋진 선물을 받았다. 인진강 물에 비친 데칼코마니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매우 아름다웠다. 주상절리(柱狀節理)는 지표로 분출한 용암이 식을 때 수축작용에 의해 수직의 돌기둥 모양으로 마치 여름철에 가뭄이 들면 논바닥이 거북이 등처럼 갈라지는 현상과 같다. 임진강과 한탄강이 만나는 합수머리(도감포)에서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 수킬로 미터에 걸쳐 아름다운 수직의 주상절리가 발아래로 크고 작은 자갈돌이 예술처럼 펼쳐진다.
동이리 주상절리에서 빠져나오면 동이대교가 보이고 동이대교를 지나면 유엔군 화장시설과 당포성이 나온다. 당포성(堂浦城)은 고구려 시대 임진강 북안에 돌로 쌓은 석성으로 높은 수직 절벽이 끊어진 지점에 구축되어 있다. 삼화교를 지나면 숭의전지가 나온다. 숭의전지(崇義殿址)는 조선시대에 고려시대의 왕들과 공신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받들게 했던 숭의전이 있던 자리이다. 이곳은 원래 고려 태조 왕건(王建)의 원찰이었던 앙암사가 있었던 곳으로 1397년(태조6)에는 고려 태조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을 건립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숭의전의 시초이다. 숭의전는 고려 태조, 현종, 문종, 원종 등의 4왕과 고려 충신 16명을 모신 사당이다.
참고적으로 평양의 숭령전은 단군(檀君)과 고구려 시조 동명왕을, 평양의 숭인전은 기자(箕子)를, 경주의 숭덕전은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를, 충남 직산의 숭렬전은 백제의 온조왕을 모셨다. 숭의전지에서 평화누리길 10코스(고랑포길)를 따라 자유로 CC를 지나면 학곡리 적석총(돌무덤)과 고인돌이 나온다. 학곡리 고인돌은 청동기 시대의 오각형 현무암 모양의 고인돌 유적이다. 고인돌은 지석묘라고도 한다. 지석묘는 주로 경제력이 있거나 정치권력을 가진 지배층의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점심식사간이 훨씬 지난 오후 3시30분 경에 노곡리 제주 흙돼지 식당에서 흙돼지 제육볶음과 된장찌개로 맛있게 식사하면서 정겹게 이야기꽃을 피우고 페달링을 재촉하였다.
점심 식사 비용은 성동고 16 바이콜릭스 스카이 천 (학천)이 유사하였다. 평화 누리길 10코스 석장천과 미사천의 징검다리를 연거푸 건너 잡초가 우거진 길을 따라 이동하였다. 장남면사무소를 지나면 연천군과 파주시의 경계인 장남교에 이른다. 장남교를 지나면 평화누리길 9코스인 황포돛배 선착장에 도착한다. 황포돛배 선착장에서 야자매트 고갯길을 올라가면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가 그윽하게 풍겨온다. 생도시절에 아카시아 꽃을 피울 때면 어김없이 기말고사 시험을 치르곤 하였다. 자장리 마을 회관 앞을 지나 리비 사거리를 경유하면 리비교에 이르게 된다. 리비교는 1950년 대전지구 전투에서 전사해 사후 훈장을 받은 미군 리비 중사의 이름을 따 1953년 정전협전 직전에 미군이 건설한 교량이다.
리비교는 1977년에 1사단 대대 참모로 재직시 자주 드나들었던 추억의 교량이다. 시간관계상 가보지 못하고 멀리서 일별하였다. 리비교를 바라볼 수 있는 정자 쉼터에서 마지막으로 휴식하고 페달링을 재촉하였다. 파평 면사무소와 두포 삼거리를 지나면 평화 누리길 9코스의 시작점인 율곡 습지공원에 도착한다. 율곡 습지공원에서 평화누리길 8코스로 진입하지 않고 화석정로 126번길과 화석정로를 따라 문산역으로 향하였다. 문산역에 도착한 시간이 밤 8시가 다가오고 있었다. 장장 10시간 80km를 페달링하였다. 평화누리길은 언젠가 꼭 가보고 싶었던 꿈속의 길이었는데 오늘 모처럼 기회가 닿아 어린아이처럼 소풍가는 기분으로 마음이 설레이고 호기심이 가득하였다.
이번 여행길은 연천군의 역사문화유적지를 답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을 뿐만아니라 안보의 중요성과 분단의 아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평화누리길은 마을 안길,논길, 제방길, 하상길, 숲길, 징검다리,차도를 따라 이동하는 코스로 역사유적이 산재해 있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며 자연 역사 문화를 접하는 기회였다. 이번 라이딩은 시종일관 봄비가 내려 고난의 길이었지만 자전거 뒷바퀴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포말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우중의 낭만적이고 멋진 라이딩은 추억속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임진강을 따라 봄비를 맞으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벗삼아 자전거 여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며, 이런 좋은 추억거리를 쌓는 다는 것은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는다.
너덜겅, 자갈길, 진흙길, 징검다리, 가파른고갯길은 인내심과 지구력이 요구되는 철인경기하는 것처럼 느꼈다. 자전거와 배낭,옷,신발은 흙감태기로 뒤집어 써 꽁지 빠진 장닭처럼 꼴이 매우 초라했다. 그러나 라이딩을 완주했다는 자부심과 희열을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이 충만된 여정이었다. 대열쟌차의 핵심 멤버인 쉐도우는 감독, 배우, 연출가로서 작품을 완벽하게 수행하였으며, 한치의 오차도 없이 안전하게 길을 인도하여 목적지까지 안내하였다. 코스를 구상하는데 위성지도상에 나타나지 않아 애를 먹었지만 특전사 독도법 명교관 답게 선행자들의 코스를 연구하여 이동할 코스를 머리속에 저장하였다. 쉐도우(명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그리고 밤 늦도록 여인동락(與人同樂)을 함께한 심심상인(心心相印)의 동기생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대열잔차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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