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생가 복원이 필요하다.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79주년이다. 그날을 맞이하며 장군께서 태어나신 충무로 생가터를 찾았다. 조카 이분(李芬)이 지은 이순신 행록(行錄)에는 “가정 을사 (1545) 3월 초 8일(양력 4월 28일) 자시, 공이 한성(漢城) 건천동(乾川洞)에서 태어났다”고 적혀 있다. 과연 건천동은 어디쯤일까? 『서울지명사전』에 의하면 “중구 인현동1가 40번지 부근에 있던 마을로서, 이 지역을 흐르는 개천이 비가 오지 않은 날은 바닥이 말라붙어서 통행길로 사용되지만, 비가 조금이라도 내리면 금세 물이 불어 냇가로 변한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 근처 마을을 마른냇골 · 마른내골이라 하였으며, 한자명으로 건천동(乾川洞)이라 한 것이다.” 즉 오늘날 남산 아래 중구 인현동 1가 충무로 일대를 말하는데 특히 이 마을엔 충무공 이순신뿐 아니라 임진왜란의 주역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로도 알려져 있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許筠)의 시문집 『성소부부고(惺所覆瓿藁)』에 의하면, 이순신을 전라좌수사로 천거했던 영의정 류성룡(柳成龍), 이순신과 함께 수군의 쌍벽을 이뤘던 경상우수사 원균(元均), 임란 직전 경인통신사로 일본에 다녀왔던 자신의 이복형 서장관 허성(許筬) 등이 일시에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시차 등의 오류는 있어보이지만 조선시대 걸출한 인재를 배출한 마을임엔 틀림없다. 또한 건천동은 동서 붕당의 시작인 을해당론(乙亥黨論)의 주역 김효원(金孝元) 등이 살았던 동네로 궁궐(법궁 경복궁)의 동쪽에 산다고 하여 동인이라 불렀다. 또 다른 주역 심의겸(沈義謙) 등은 궁궐의 서쪽 정릉동(중구 정동)에 산다고 하여 서인이라 하였다. 이렇듯 역사성이 매우 높은 건천동에서 이순신의 생가터는 ‘서울특별시 중구 인현동 1가 31-2’라고 학자들은 추정한다.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는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충무로를 따라 내려가면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 앞에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표지석이 있다. 여기를 가면 반드시 만나봐야 할 분이 계신다. 길거리 상점을 운영하시는 올해 89세의 꼬부랑 할머니 이정임 씨다. 표지석이 설치된 이후 무려 39년 동안 거의 매일 표지석을 닦으신단다. “비둘기가 똥을 싸고 사람들이 오물을 뱉어 하루라도 닦지 않으면 더러워서 못 본다.”는 할머니 말씀에 이순신 장군을 존숭하는 마음이 무거운 사명감처럼 느껴진다. 이순신을 배운다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 식혜 한 캔을 사 들고 작은 마음을 얹어 드린다.
그런데 정작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는 이 표지석에서 백여 미터 떨어진 뒷골목에 있다. 현재 신도빌딩이 서 있는 자리라고 한다. 신도빌딩 간판 밑에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라는 안내판이 붙어있다. 하지만 이곳을 찾아가기는 정말 쉽지 않다. 처음이 아닌 나도 올 때마다 헤매기 일쑤다. 골목 입구에 길 안내 표시가 없고, 골목길은 좁디좁고 건물들은 다닥다닥 붙어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이곳을 이순신 생가터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설령 알았다 쳐도 이곳을 제대로 찾아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혹시 찾아가실 분은 신도빌딩 2층에 이름도 꼰대 같은 '애정다방'을 찾아가면 좀 더 쉬운 일이다.
마침내 생가터에 당도하니 반가움보다 죄송한 마음이 먼저 든다. 복잡한 골목길 오래된 빌딩 간판 밑에 곁방살이하듯 붙어있는 안내판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그 알량함이 너무나 초라하다. 마치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다 ‘이 집은 옛날에 내가 살았던 집이오’ 하고 문패를 걸어놓은 꼴이다. 백전백승의 장수 충무공 이순신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하면서, 정작 이순신 장군의 생가를 찾는 외국인이 있다면 여기가 과연 세계적 명장의 생가터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 착잡한 마음으로 ‘애정다방’에 올라가 커피 한잔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과연 이순신 장군이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을 건천동 마른내골의 생가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불현듯 서울시가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을 계획한다는 얘기가 떠오른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생가 복원이지 않을까? 천만 인구가 사는 서울 한복판에, 외국인의 발길이 자주 찾는 충무로에, 이순신의 생가가 복원된다면 그 자체가 기념관일 것이다. 심지어 공과가 뒤섞인 근대의 인물들조차 생가를 복원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생가가 아닌가? 입으로만 필사즉생, 백의종군, 상유십이를 외칠 일이 아니다. 진정으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존경한다면 건천동 생가터 부근에 생가 복원이 꼭 필요하다. 마침 내년 2025년은 충무공 이순신께서 태어나신 지 480주년, 8주갑이 되는 해이다. -끝-
첫댓글 이종임 할머니께서
매년 4월 28일 아침
이 표지석 앞에
생일상을 차린다고 합니다.
참 대단하신 할머니지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요.....이순신을 배우기 이전에 이종임 할머니를 먼저 배워야 할 듯 합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표지석의 자리가 생가터인 걸로 알고 있을 텐데?
의미있는 발걸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생가가 만들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거 같네요..
말보다 실천.
이론보다 실기.
행동이 앞서는 이종임 할머니를 존경합니다.
진정한 숭모는 이런 민초의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보고도 4월 28일 날 오라고 하시더군요. 현충사를 참배해야되서 죄송하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답니다.^^ 좋은 일을 해서 그런지 89세가 아니라 이제 막 60 넘으신 분 같았어요. 허리가 굽은 것만 아니면....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빌어드립니다,
장군님 생가터 복원을 위한 범 국민운동을 전개해야 하겠습니다~~~~
대통령 생가도 복원하는데 성웅의 생가터는 반드시~~~ 복원하여~~
39년동안 표지석을 아껴주시는 "이정님 어르신"과 역사앞에 반듯하게 세웁시다~~~
감사합니다. 범 국민운동까지 아니더라도 서울시가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일 거 같습니다. 기왕에 충무로 일대에 이순신 기념관 건립을 계획한다고 하니까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참으로 치밀하시기도 합니다.
언젠가 제주도에 갔을때 제주시에 소재한 '광해군 유배지 터' 표지석을 찾았는데
참으로 보기에도 가관이었던 생각이 납니다.
표지석의 먼지는 물론이고 비둘기 똥에다 담배꽁초 비빈 흔적까지 ...
아무리 유배된 왕의 터라해도 참으로 보기에도 민망해서
가지고 있던 티슈로 대충 닦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장군님의 표지석을 매일 같이 닦는 분을 찾아
격려, 알아주시고 함께 사진까지 찍으셨으니 그 분이 얼마나 그 일에[ 보람있었고 뿌듯하셨을까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합니다.
충무공의 생가 복원...
그 어느 것 보다 우선해야 할 일이겠지만
현실적으로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전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할텐데..
생가에 대한 자료가 전무한 상태에서 ....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것은 우선적으로 생가터를 확보해야 하는 일이겠지요.
일단은
저 역시 시간나는대로 그 두곳의 생가터 표지석을 찾아 보렵니다.
방 장군님!
한 번 그 '애정다방'에 가서 커피도 한잔하고 좋은 방안이 있으면 함께 생각해 보십시다 그려... ㅋ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 인물이라는 조사 결과는 이념 초월의 차원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국민의, 시민의 컨센서스를 이루는 건 중요하겠지요. 최선책은 생가터를 확보하는 것이겠습니다. 그러나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택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마침 서울시가 충무공 이순신기념관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꼭 생가터가 아니라면 인근 충무로역 뒤편 <남산골 한옥마을>도 좋을 거 같습니다. 기존 가옥들과 조화를 이루는 이순신 생가를 건립한다면 옛 모습에 근접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생가 복원의 자료 부족은 당 시대 사료를 참고하여 고증으로 접근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남산골 한옥마을>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많이 찾아오는 핫 플레이스이니까요. ^^ 금주는 대관령입니다, 다음 주는 아산이구요, 다다음주 5월 첫주 쯤 <애정다방>에서 차 한잔 하시지요.^^
애정다방이 먼저 눈에 들어와 웃었네요.
마음이 따스해 지는 말
옛스러운 말^^
애정 소설ㅋ ㅋ
신도빌딩
충무공 이순신 생가터~^^
꼭 한번 다녀오고 싶네요.
잘보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애정에 꽂히셨군요. 서울 오시면 연락 주세요^^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방진님의 이순신장군님 생가터 복원제안, 공감100프로입니다!!
이배사회원님들이 의견을 모아서 우선 이 불씨를 살려나가는 의미에서 전자서명운동이라도 시작하면 어떨까요??
참 좋은 말씀입니다. 느낌과 생각을 말씀드렸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십니다. 상유님^^ 말씀대로 이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할 거 같습니다. 좋은 의견이나 방법을 제시해주시면 함께 논의해 봄이 좋을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자서명하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저도 꼭 가보고 싶은 이순신장군의 생가터입니다
장군님의 생가터 복원 제안에 박수를 보냅니다
장군님 해설할때마다 이종임 할머님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오신분들은 꼭 한번 가 보시라고 ~~저도 가 봐야지요 감사합니다. 방진님~~
이종임 할머니의 이순신 장군님 사랑과 방진님의 이순신 장군님에 대한 열정이 오버랩됩니다. 귀한 발걸음과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