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회 ‘한반도 평화염원 자전거 투어’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플래시몹을 하고 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지난 1일 오후 독일 베를린에는 한반도기를 자전거에 꽂고 한반도기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제3회 ‘한반도 평화염원 자전거 투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교민과 유학생들이었다. 옛 베를린 장벽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는 이날 행사의 시작은 예술가 성상식(41)씨의 ‘벽’ 노랫소리로 시작됐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두터운 이것이 벽이로구나”라는 노랫말이 울려펴졌다. 행사 총괄을 맡은 정선경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베를린지회 상임의장은 한반도가 “빨리 휴전상태를 끝내고 평화의 길로 나갈 수 있도록 응원해 달라”고 인사말을 했다.
아리랑 선율이 확성기를 통해 울리며 플래시몹(약속된 시간과 장소에 모여 똑같은 행동을 벌이고 흩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시위)이 펼쳐졌다. 참가자는 ‘오른발 뒤로, 왼발 뒤로, 발 바꾸어’라는 구호와 함께 아리랑음악에 맞춰 플래시몹을 했다. 이어서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는 선두차량 뒤로 자전거가 달렸고 경찰차가 뒤따랐다. “우리는 적대관계를 끝내야 합니다.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를 몰아냅시다!”라고 외쳤다. 30여 분 달린 자전거들은 베를린 북한대사관 앞에서 멈췄다. 인공기가 휘날리는 건물 앞에서 30여 명의 참가자가 아리랑 플래시몹을 한 뒤 이번에는 주독일 한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북한대사관과 자전거로 20여분 거리인 한국대사관 앞에서도 아리랑 노래를 틀어놓고 플래시몹을 한 뒤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2년 전 첫 행사 시작 때는 한국대사관에서 참가자를 맞이하고 총영사관 인사말과 함께 플래시몹을 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대사관에서 참가자들을 따로 맞이하지 않았다. 행사는 베를린 중심지이며 동서 냉전의 상징이었던 포츠담광장에서 마무리됐다.
1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3회 ‘한반도 평화염원 자전거 투어’ 행사 참가자들이 포츠담 광장에서 케이팝 댄스를 추고 있다. 정선경 민화협 베를린지회 상임의장 제공
이 행사에 참여한 훔볼트대 학생 조혜린(28)씨는 “지난 행사엔 참여를 못해서 이번엔 꼭 참여하겠다는 마음으로 별 생각 없이 왔는데 아리랑을 듣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 생겼다. 이분(독일인)들도 통일을 이뤘으니 우리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독일어 번역 자원 봉사를 한 유학생 홈볼트대 학생 장은영(30)씨도 “베를린에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는 어르신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미래 세대로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자원봉사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선경 민화협 베를린지회 상임의장은 “이번 행사는 독일의 케이팝 동호회가 참여한 게 특별했다”며 “최근 음식이나 드라마로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독일인들이 많은데 한반도가 분단되어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자전거 투어 행사가) 이분들에게 한반도 긴장 상황을 알리고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함께 염원하는 자리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주연 베를린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