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마지막 남은 오지마을,

[한돌]

 감히 단언컨데 이곳은 영남알프스 일대 오지 중에 오지, 산 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마지막 오지다.

향로산과 백마산 사이 배내골로 뻗어 내린 골짜기인 다람쥐골 상단에 둥지를 튼 가산마을이다.

현재 5가구가 살고 있으나 일부 주민은 도심에 본가를 두고 이곳을 오고가고 한다.

문명이라는 세속이 싫어서 도피해 온 사람도 있지만

몇몇 주민은 말기 암 선고를 받아 삶의 마지막 끈을 붙잡고 이곳을 찾아온 이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를 전한다.  

 전기는 커녕 자동차가 진입할 수 있는 찻길도 없고,

사람 키 만큼 자란 풀섶을 헤치면서 끊어질 듯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한시간을 걸어 올라 겨우 다다를 수 있는  오지마을이다.

지금 이 집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다.

시커먼 그을음과 함께 거미줄을 덮어 쓰고 무너져 가는 텅빈 집이다.

오래 전 겨울에는 눈이 많이 왔는 듯 깊은 눈길에서 신는 설피가 벽에 걸려 있다.   

 그들이 가고, 지금 나는 그들이 살던 과거 앞에 서 있다.

희망은 사라졌고 집터에는 잡초만이 가득하다.

허나 그 시절, 삶이 시들고 상처가 커지는 산 속 화전민들의 애환은

가을의 나뭇잎처럼 노랗게 물들렀을 것이다.

스러져가는 돌담장 밑에 핀 접시꽃이 유난히 붉다.

 그 아픔의 흔적을 지워버리듯이 집터 앞으로 나있던 산길도 희미하다.

시간이 풍화되면 어린 나무들은 고목이 되고,

이 세상에 살던 사람들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나 갈텐데...

그렇다. 산 속의 오지마을은 그렇게 과거형으로 진행되면서 서서히 증발을 서두르고 있다.

마침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들러 몇 시간을 쉬다가 간다.

학원을 운영하다 모든 걸 정리한 후 이곳을 찾아 이제는 부산에 있는 본가를 오고가고 한단다.

양봉을 하고 가족이 일용할 수 있는 만큼 텃밭을 가꾸면서 사는 게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고 전한다.

강아지의 배웅을 받으며 이 집을 나서는 나에게

시간나면 종종 들려 하룻밤 자고 가라는 주인아저씨의 말에서 훈훈한 정을 느껴 본다. 

그리고 늦가을이면 이곳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별무리가 그리 아름다울 수 없다고 덧붙인다.  

[월지]

가을에 별보러 한번 가봐야겠네요.
귀한 그림 잘 봤습니다.

[도반]

아직도 전설의 고향 분위기의 집이 남아있네요. 설피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