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 날씨로 되돌아왔다. 어제 대구 기온은 영상 17.8℃,
오늘은 19℃까지 오른다는 예보다. 봉장의 매실, 산수유나무가
움츠림에서 깨어나 화사함을 자랑하고, 벌들은 분주하게 화분을 훔친다.
잠깐 봄인가 싶더니 이내 여름으로 가는 게 대구 날씨다.
5일전만 해도 꽃샘추위로 최저기온이 영하 -5℃ 까지 내려가는,
이곳에서는 한겨울에도 보기 힘든 한파(寒波)가 몰아쳤는데...
경칩 전날(3.5)부터 기온이 내려가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더니,
일요일(3.7)까지 전국적으로 기온이 급강하(急降下)하고(-10 ∼-17℃)
폭설(暴雪)로 때아닌 대란(大亂)이 일어났다.
경북 산간지방과 충청도 지역으로 40-100mm의 많은 눈이 내렸고,
[경부고속도로]가 마비되어, 20시간씩 같혀있는 대소동이 일어났다.
농가의 하우스가 무너지는 등 엄청난 재해를 가져왔다.
전국적으로 약 2,000억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양봉농가도 집계는 없지만 봄 벌 키우는데 큰 타격을 입었을 것 같다.
대구지역은 영상 20℃ 정도의 여름으로 가고 있는데, 대전을 비롯한
폭설지역에서는 오늘도 제설 작업에 민·관·군이 구슬땀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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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용은 봄철에 찾아온 기상이변(氣象異變)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하여 작성한 것이다. 농장의 바쁜 일과로 그때그때
작업일지를 작성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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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3.8) 팔공산 중턱 내동에서 [이화꿀벌농장]을 운영하는 분한테서
벌을 30통 분양 받았다. 축소 2장에 사양기 뒤로 한 장 벌 정도가 붙고,
이미 햇 벌이 나와서 세대교체가 80~90% 이루어진 상태다.
유봉이 나온 자리에 재 산란을 해서 봉판이 형성되어 있다.
그 상태서 잘만 관리하면 계상 편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한 군당 11만원씩에 분양 받았다. 벌 상태로 보아 잘 산 것 같다.
20년 이상 팔공산에서 벌을 키워왔고, 매년 무리한 분봉 없이
1:1 정도로 늘려서 파시는 분이기 때문에 믿음이 가고, 잘 키운 벌이다.
봄 벌 판매에 눈이 멀어 아카시아 채밀 후 4~5배로 늘려서 무리하게
월동(越冬)에 들어간 벌은 지금쯤 그 상태까지 온 벌이 없다.
초봄에 좀 일찍 강하게 착봉시켰기 때문에 벌써 유봉이 태어나고
새대 교체가 완료된, 즉 춘감 없이 키울 수 있는 벌이 된 듯 하다.
오후 2시경부터 이동준비에 들어갔다. 스티로폴 통이기 때문에 못을
박을 수 없어서, 소비와 소상 빈 공간 사이를 20mm 스티로폴을
잘라서 소비가 놀지 않도록 견고하게 고정 시켰다.
멀지 않은 거리, 같은 팔공산 내에서 30분 정도 이동하는 것이지만
소비가 흔들리면 햇 벌이 상처를 입고, 불구벌이 되는 수가 있어
좀 귀찮지만 꼼꼼하게 이동준비를 했다.
2시간에 걸쳐 이동준비를 하고, 4시부터 2시간 정도 쉬었다가
6시경이 되니 벌들이 거의 다 들어간 듯... 7시경에 출발해서
봉장에 도착하니 어둠이 깔리는 저녁 7시30분이다.
미리 준비해 둔 봉장에 배치를 완료하고, 20여분 쉬었다가 벌들이
안정된 다음 소문을 4cm 정도 개방하고, 보온덮개를 소문 앞 땅 바닥
까지 내려 덮어 기상변화로 인한 피해가 없도록 조치를 했다.
오늘(3.10) 아침 10경에 내리덮은 보온덮개를 걷어주고, 어제 이동으로
인해서 설치했던 스티로폴과 일부 제거했던 내부포장을 원상태 시켰다.
분양 받은 봉군까지 배치하고 나니, 이젠 전업양봉인의 봉장으로서
어느 정도 면모를 갖춘 것 같다. 가져온 벌들이 잘 자라서 번창하고,
이젠, 벌 사러 다니는 것도 올해로써 마지막이길 마음속으로 빌어본다.
☞ '04년 3월10일 양봉일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