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디 대신 내놓은 싱글 몰트 위스키. 하이랜드산 퀄러티 레이블, 맥캘런30의 투명한 황옥색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크리스탈 위스키잔 사이를 히카리 아오키의 재즈음악이 흐른다. 본고장 미국에 버금가는 일본 재즈시장이라 그런지 세계적으로 이름난 일본 재즈 뮤지션도 적지 않다. 히카리도 그러한 여성 재즈 뮤지션이다. “일본 재즈가 더 좋아, 동양적 감성을 공유해서 그런가? 하하” 반병쯤 비운 위스키로 아지트에 들어설 때 다소 경직되어 보이던 혁이 소파에 상체를 묻으면서 느슨해진 평소의 톤이다. “서양인이 동양을 이그조틱 하다고 하니 그 이그조틱 재즈가 우리 귀에 더 익숙하겠지..” 맞은 편 치현도 알코올이 만들어 주는 풀어진 몸을 소파에 기대면서 눈은 혁을 살핀다. “현선씨는 잘 있지?” 혁의 연인의 안부를 묻는다. “하모..아주..너무..” 천장을 응시하며 허공에 답하더니, 바로 상체를 곧추 세우며 “넌 연애 안하니?” 묻는다. 진지한 표정으로.. “뜬금없이..때 되면 하겠지.” 테이블 위의 술잔으로 손을 뻗으면서 “그런데 그날과 무관하지 않지?” “모가?” 역시 술잔을 향하는 손을 따르는 시선으로 혁이 답 대신 되묻는다. “지난 번 모임에서 느닷없이 마음에 걸리는..어쩌고 한거.” “그래 언제 부턴가 딱히 뭐라 할 수 없는 것이 가끔씩 가슴에 멎는 듯 해.” “현선씨 문제는 아니고?” “아냐 그럴 리가..결혼을 재촉하는 눈치는 주지만 내겐 과분한 여자야.” “그래 참 좋은 사람이란 것은 내도 잘 알지..” 여자 보다는 사람이란 단어가 친구에 대한 예의인 것만 같다. “뭐라 할까? 그냥 너무 밋밋해 인생이 긴장감이 일도 없어 그리 살아도 되는 건지 때로는 의문도 생기고..” 술잔을 입으로 가져는 혁. “그게 우리고 그게 우리가 갖는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특권 아니겠니?” 같이 술잔을 비우는 치현. 어느 덧 스탠드에서 퍼져 나오는 오렌지 빛 조명과 우든 스피커의 노래가 두 사람의 밤을 짙게 만들어 가고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