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간 목요일.
침실 커텐을 젖히다가 마주친 꽃!
"어머 너도 피었구나! 너도 피었구나!"
지난 가을께 함께 들였던 제라늄 화분 셋이 도무지 꽃망울 맺을 기색이 없더니
요며칠 들여다보지 않은 새에 꽃망울을 맺고 드디어 꽃을 피웠어요.
사순 기간 내내 그다지 좋지 않은 컨디션은 성주간이 되면서 오히려 더 나빠졌지만
이번 성삼일 미사만은 꼭 참례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시간 맞추어 약복용을 빠뜨리지 않으며 컨디션 회복에 애를 쓰긴 했는데
수요일밤이 되어도 딱히 나아진 기미는 없어서.... 휴.
목요일 아침.
입맛도 밥맛도 없지만 저녁미사를 가려면 어떻게해서든 기운을 차려야하니
미사에 입고 갈 옷을 챙기는데
요근래 꺼내어 본적도 없는 까만 벨벳스커트가 눈에 들어옵니다.
속치마에 달려있는 20cm 길이의 프릴이 스커트 밑단을 장식하는 투피스의 스커트인데
윗 자켓은 아마도 겨드랑이가 끼여서 못 입게 된, 꽤 오래전에 장만했던 옷입니다.
코트는 인디안 핑크의 홑겹 울코트. 스카프.
까만 색 낮은 굽의 플랫슈즈를 꺼내어 닦아놓고...
욕조에 물 받아서 따뜻함을 즐깁니다.
함께 가자고 약속한 그녀와 만나기로 한 7시 40분.
35분에 부랴부랴 나서서 기다리는데 나타나지 않는 그녀.
전화를 걸어보니 받지를 않고.
이러다가 미사에 늦을새라 나혼자라도 종종 걸어가 횡단보도를 건넌 후
문득, 지금 시간이? 확인해보니 에효효효!!
7시 40분이 아니라 6시 40분...
횡단보도를 다시 건너오며 에효.. 도대체!!
바빠서 지나쳤던 세탁소에 들러서 지난번에 맡긴 한복 세탁이 왜 이리 늦은가 문의하고.
다시 돌아오는데 벌써부터 발바닥이 아프고 발목이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쇼파에 털썩~~~
성당에 가는 길은 걸어서 10여분이지만
주일 미사마다 남편이 매번 데려다 주고 데리러 왔기에
걸어서 간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엔 데려다 줄 남편이 부재하기도 하지만 거의 모두 걸어다니는 터이고 걸어갈만한 거리이기에
나서긴 했는데 산책할 때의 편한 신발이 아니라 구두를 신은 터라 발이 편치는 않습니다.
밤인데 바람이 차지가 않고 따뜻합니다.
딱 적절한 옷차림입니다.
구두 신은 발이 편치는 않지만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견딜만합니다.
"예수님이 좋아하실거야"
그녀의 말입니다.
맨 뒷자리에
나. 그녀. 그녀의 남편.
미사 중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기침소리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마스크를 콧등에 단단히 부착하고.
사순절 직전의 고해 성사이후 판공을 드리지 못하였기에
영성체 때 그냥 앉아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소리.
에효효.. 화상통화때의 그 소리.
어머나..이게 무슨 일이야!!
분명히 성당에 오기 직전 휴대폰 소리를 무음으로 했었는데...
핸드백안의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주섬주섬 찾아서 끈다고 눌렀는데 아뿔싸! 오히려 연결이 되었어요.
오 마이 갓!!
핸드백 속 휴대폰 화면에 세연이 얼굴이,
"할머니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데 에고고고 할머니는 인사 받을 겨를이 없단다.
당황하여 전원을 끄려는데 더 허둥지둥...
이젠 또 남편이 걸어온 전화.
다시 끄고.
전원을 완전히 끄려는데 아무리 눌러도 안되니 에효효..
이젠 까똑~ 소리가.
세연이가 할머니와 화상통화하고 싶다하여 며느리가 전화를 걸었는데
얼핏 화면으로 마스크 쓴 얼굴이 잠시 보이더니 꺼져 버렸고,
다시 통화를 시도해도 받지를 않고,
걱정이 되어 남편에게 "어머니가 전화를 안 받으신다..." 하여
남편은 또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번갈아서 전화하는 해프닝.
요즘 남편이 회사일로 주말에만 컴백홈하는데 혼자있는 내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고 한바탕 소동.
에효효~~
돌아오는 길.
그녀의 남편은 앞서 가고 또 다른 자매 한명과 함께.
또 다른 그녀가 내 벨벳스커트를 만져보면서 "공주에요. 공주"라고.
그녀도 덩달아서 맞아 맞아...
컴백홈하니 고단함이 밀려오는데
아까 못한 세연이와의 통화.
얼른 화상통화 걸어서
"세연아, 아까 할머니가 전화를 안 받아서 서운했지?"
"할머니! 다음 주에 할머니 만나러 갈거에요!"
어머... 그래.. 그 말을 하려고 전화를 걸었는데 할머니가 말도 않고 끊었으니...
발바닥, 발목, 발등. 종아리까지 통증이 있어 파스를 덕지덕지 붙이고.
밤바람을 쏘여서인지 옆자리의 기침때문인지
목은 더 깔깔해진듯한 성목요일 밤.
주님 수난 성금요일.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우리 구역의 성체조배시간.
여전히 목이 다 낫지 않았고 목소리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아 뒷자리에 앉아서
입속으로만 가만가만 기도문이나 성가를 불러야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성당에 들어서서 앞줄의 그녀가 손짓하는대로 무심코 앞자리에 앉아버림.
그래놓곤 그녀는 뒷자리로 가버림.
그리곤 기도문 시작을 하는데 구역장은 부재하고,
반장들이 "안해 봤는데...."
옆자리의 어느 자매가 처음 하는데...하며 시작을 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부분에서부터 손가락을 짚으며 내게 하라는듯...
에효... 그러다보니 묵주기도 선창까지. 성가 선창까지.
모두 내 몫이.
이럴진대 애초에 처음부터 내가 시작 주도를 할 것을 싶어지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까 걱정은 왠일인지 평소대로 나와서
'어머 다행이야..다행.'
제대 가까이 앞줄에 앉아 기도문을 주도하고 있으니
예전에 레지오 Pr. 단장으로서 묵주기도 선창 등을 주도하던 때가 생각나고.
조배가 끝난후
그녀가 "너무 너무 잘했어요. 독서 봉독을 꼭 하셔야겠어요." 한다.
어젯밤의 그녀도 "역시 독서봉독하신 목소리.."라나..
에효효.. 아침에 일어나서도 목이 잠겨 뒷자리에서 입안에서만 소리를 내야지 하고
왔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람~
저녁 8시의 수난예절에 참석하려면 컨디션을 회복해야할 것 같아서 오후 3시 십자가의 길 참례는
못하겠다 하고 돌아와서 그대로 쓰러짐. 휴휴...
저녁 8시 쯤 컴백홈 하는 남편의 식사를 대충 차려놓고
그녀와 만나 종종종 걸어서 성당에.
맨 뒷자리.
성금요일 수난예절.
예식이 진행되는동안 온 몸이 물에 젖은 솜뭉치인양 기진맥진하지만
마침 기도까지하고 돌아오면서
그녀는 여전히 "예수님이 좋아하셨을 걸.. 기뻐하셨을 거야" 라고 하지만
내 심정은
"미사를 드렸으나 드린 것 같지 않다..." 고.
성토요일.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어서...휴..
오랜만에 계란말이....
눈개승마 나물.
약간 쌉싸름하고 졸깃한 나물 볶음.
열무 얼갈이 김치. 오리 훈제구이.
주님 부활 대축일 파스카 성야미사에 가기전 간단한 저녁식사.
곤드레밥 &
멸치 다시마 육수에 표고 연두부, 바지락 쪽파 송송 미소된장국.
부할절 아침.
어제 받은 부활절 계란을 담은 토깽이~
부활절 교중 미사는 10시 30분 부터 시작이라 10시에 그녀와 그녀의 남편과 함께.
이제 눈에 익은 그녀의 남편과는 안녕하세요~ 인사하는 사이가 됨. ㅎ
신부님은 어젯밤 미사후에 그토록 즐기던 커피를 이제서야 마셨다고.
와인도 한 잔 하셨다고.
전례중 울컥하신 신부님의 목소리.
영성체 시간.
'영성체 준비가 안된 분은 가슴에 손을 마주하고 나와서 축복을..'.
미사 전 해설자가 안내한대로 나가서 신부님의 축복을 받고 돌아서 자리에 앉는데
뭔가 울컥하는~~.
부활절 계란은 아직도 수북하여 더 받아옴.
더 받아온 것은 옆집 시영이에게~
이것저것 채소전으로.
버섯 탕수.
지난번에 구입하여 냉동실에 보관하였던 표고버섯으로 버섯탕수를 만들어 부활대축일날 저녁상에.
냉동보관했음에도 졸깃 탱탱한 식감이 그대로여서
신선할 때 바로 식탁에 올리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는 남편의 식탁에는 새벽 배송 받은 곰탕을 데워 올린 곰탕 백반.
오늘도 무탈하게!
이번 한주도 무사히!!
등에 성호를 그으며 집 떠나는 남편에게 인사.
굿럭~
남편 출근 후 그대로 비몽사몽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벌써 한 낮.
약을 먹으려면 요기를 해야하는데 딱히 먹을 게 없습니다.
남편의 상에 올린 곰탕이 남아있지만 내 입맛에는 패쓰~
지난번에 만들어서 남은 것 냉동실에 두었던 것을 데워서 잡채밥.
부활절 지난 월요일 오후의 티 & 무비타임~
사과향 로즈힙 블랙베리향의 페르디셔 압펠티
벨기에 와플위에 바나나 썰어얹고 그 위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슈가파우더 솔솔솔~
올레 TV 거실극장 오픈.
'가족의 색깔' 이제 시작합니다.
이번주에는 컨디션 끌어올리기에 더 힘을 써야 합니다.
주말에 세연이가 방문하는데 할머니의 기력이 좋아야지요.
재활용 쓰레기 분류하러 나간 김에 잠시 산책길,
이제 벚꽃은 거의 다지고.
영산홍과 철쭉꽃이 피고피고 피는 중입니다.
보라색 제비꽃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흰 제비꽃도 보았어요.
유유자적하는 까치와 눈인사도 하고.
라일락꽃의 계절인가요~
어디서
우리나라 4계절을
11월부터 3월까지가 겨우~~~~~~~~~~ㄹ 이고,
4월 한달은 봄이고,
5월부터 9월까지
여르~~~~~~~~~~~~~~~~~ㅁ 이고,
10월 가을,
이라고 분류해 놓았더군요.
아파트 안,
울 아파트에도 겹벚꽃나무가 있는줄 이제서야 알았습니다.
짧은 산책의 끝은 노브랜드 매장에서
늘 애용하는 망고담은 요구르트 750ml 한통과, 파인애플 맛 주스 한 통.감자. 오이.애호박을 사고
편의점에서 요즘 행사하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4통에 3 만원 이벤트.
마카다미아 넛 3통, 스트로베리 1통을 들고
무거워서 헉헉~~
홀로 저녁이라 딱히 입맛도 없을 뿐더러 무언가 음식을 만들 기력도 없지만
냉동실 뒤져서 찾은 냉동튀김새우를 꺼내어 튀기고,
감자. 캔옥수수. 계란, 오이. 대게맛살. & 마요네즈와 후추 조금 뿌려 감자샐러드를 만들었습니다.
햇반 데워서 반가량 덜어서 얹고,
맛이 딱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
간단한 한끼입니다.
햇살 화창화창한 수요일.
나홀로 브런치는
올리브오일 두른 팬에 살짝 구운 쌀두부베이글빵에 감자샐러드 곁들이고
과일, 요거트. 파인애플 주스입니다.
빵은 반쪽, 과일은 그대로 남겼지만.
벚꽃 엔딩~
어쩌다보니 벚꽃 져버리는 줄도 모르고 ....
뒤늦게 몇 잎 말렸더니 그다지 예쁘게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쉬운 마음담아 벚꽃 엔딩, 책갈피 만들었어요.
벚꽃을 보고 느낌이 있어서 / 한용운
지난 겨울 내린 눈이
꽃과 같더니
이봄엔 꽃이 되려
눈과 같구나
눈과 꽃 참 아님을
뻔히 알면서
이 마음 왜 이리도
찢어지는지
첫댓글 컴백미사 축하드려요.독서도 하시고 레지오도 하심 참 좋겠는데요..??....
세연아씨 기쁘게 상봉하시고요
건강하세요♥♥♥.
그동안 만든
종이공작품을 정리해보니 책상 한가득....
한꺼번에 다 보여주지 말고 숨겨두었다가 짜잔~
하나씩 꺼내줄까...생각중입니다.ㅋ~
넘 열심히 살아가시는 모습에 감동을 받습니다 빨리 만드느라 바쁜데 직장을 쉬고 있으니 가끔 도전을 해봐야될 것 갑습니다벗꽃은 넘 빨리 지나가버리네요 꽃 책갈비 참 예쁩니다 좋은 꿈 꾸시고 주무세요*^^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핑계로 열심하지 못했어요. 매사에..
올 봄의 벚꽃은 더 늦게 피고 더 빨리 져버린듯 해요.
오드림의 컨디션도 부활의 기쁨으로 되살아나실 것같아요.
주말에는 만병통치약을 들고 세연이가 찾아오면 완성이 되겠지요. ㅎㅎ
스스로에게도 조금의 소홀함도 없으신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갑니다.
자신의 모습은 자신만이 책임질 수 있음을...
스스로 아끼고 존중해야지요!
사순시기를 무덤덤하게 보낸 것처럼
올 부활절 역시 무덤덤....휴..
주말에는 좀 더 가뿐한 컨디션으로 지낼 수 있게
애쓰고 있습니다.
제라늄꽃이 색이 너무 예쁘네요ㅎ
성삼일전례를 다 참석 하시느라 고생하셨네요ㅎ저는 게으름으로 성금요일 전례만 참석했지요ㅠ
세월이 빠르니 곧 대림 이야기가 들려오겟지요?
어제는 어르신들 식사준비로 바쁜 하루였네요 모든것이 제자리를 찾고있음에 감사드리며 오드리님 건강하시고 행복한 부활시기 보내시기를요♡
성삼일이 다가오니 마음이 편치 않더이다.
그래서 이번엔 기필코 참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지요.
대림!!
세월이 휙훅 지나가서 어느새 대림이야 하겠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