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상대팀 선수가 사망하면서 더 이상 한국에서 야구를 할 수 없어 짧은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그날 밤 밤새도록 눈물을 흘렸다. 지금 프로야구 선수들은 선수생활하는 동안 힘든 일이 정말 많겠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야 나중에 야구를 그만두면서 후유증이 적거나 없을 수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다음에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야구선수를 못하게 되면서 아주 오랬동안 고통받았지만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것도 어린시절 큰 성공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도 지금도 모든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검증하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다. 생산적인 일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등 수 많은 예측을 통하여 결정한다. 현재 경제상황과 미래를 분석하고 예측하여 돈을 벌 수 있는 일이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그 일에 전력투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
한빈이가 2년동안 내 공을 받느라 정말 고생이 많았을텐데 눈물이 많이 났다. 직구만으론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커브나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를 가끔 던지면 (그 당시 리틀야구시합은 부정투구로 퇴장 당할 수 있다) 심판의 작은 목소리까지 캐치하여 던지지 말라고 전달해주던 한빈이였다.
장충중학교에서 투수로 잘 해야 할텐데 같은 3학년에 아는 사람이 없고 정규는 학년이 다른 2학년이라 걱정이었다. 이 날 레프트 수비를 보았던 정규는 다음대회에서 한빈이와 랑데뷰홈런을 치며 장충중학교로 가서 동산고에서 투수로 뛰다가 그만두고 이후 MBC 태평양에서 한빈이와 비슷한 시기에 은퇴했다.
단 한 경기도 참가하지 않았던 겨울 무렵 열렸던 이 대회는 세계리틀야구대회로 열리지 못했던 대회가 갑자기 개최되었다. 중앙중학교 리틀야구팀을 3-2로 이기고 신일중학교 야구부 1,2학년으로 구성된 리틀야구팀에 3-2로 패하면서 준우승 한 것을 신문에서 보았다.
신문에서 중앙중학교 야구부 리틀야구팀을 3-2로 승리하고 결승전에 오른 것을 보았다. 결승전 당일 아침 일찍 감독님이 집으로 전화를 했다. 유니폼이 없어도 그냥 오라는 것이다. 고민을 하다 가지 않았는데 이 날 신일중학교 장용남 감독님께서 날 만나고 싶어서 그런 것 같았다. 그 전에 은퇴를 결심한 나는 국내에서 더 이상 야구할 생각이 없었다.
경복고 재학시절 동대문야구장을 정말 많이 찾아갔다. 신문을 살펴보면 고교야구 경기 일정이 있어 찾아가기 쉬웠다. 한빈이가 장충고 투수를 하고 있었는데 잘 던지는지 궁금하여 찾아 가곤 했다. 어느날 1루측 관중석에서 장충고의 경기를 관람하는데 한빈이가 날 알아보고 “너 내려와서 처 봐” 이러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야구시합 끝나고 가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한빈이가 장충고 타격이 안 되고 투수도 별로 없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 생각했다. 갑자기 부담스러워져 야구장을 빠져 나갔다. 자주 방문했던 동대문야구장의 고교야구 대학야구를 보니 투수가 던지는 공을 맞추지도 못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았다. ‘아니 어떻게 저 공을 못 맞추지?’ 이런 생각을 했고 나를 알아보는 동대문야구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내가 야구를 그만둔 것에 대한 이유를 자세히 알지 못했다.
동대문야구장을 방문할 때마다 아는 사람들을 만났다. 리틀야구시절 좋은 기록을 가지고 있어 서울에 있는 고교야구 팬들과 관계자들은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지금 잠실야구장은 날 알아보는 사람들이 간혹 1-2명 정도 있을까? 내 생각에는 거의 없어서 편안하게 야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 LG 팬클럽 여성회원 300여명이 나를 안다고 했지만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LG와 삼성의 프로야구 경기 중 선발투수인 켈리 아내분과 많은 관중들이 나를 알아보는 것을 보곤 깜짝 놀랐다. 해슬이 이야기가 맞다는 것을 잠실야구장에서 처음으로 알았다.
30살 무렵 지속적으로 방문하던 잠실(송파)리틀야구팀 졸업식장에서 드디어 기다리던 정규를 만났다. 정규가 프로야구를 은퇴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주었고 ‘형진이형이 야구를 했으면 정말 잘 했을 것’ 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한빈이 소식을 물었으나 건강이 안 좋다는 슬픈 이야기를 들었다.
에세이 <미원그룹2세> 중에서
첫댓글 공지사항중 [필독]이라고 되어있는 문학공간을 이용하시기전에....라는 글을 먼저 꼭 읽으시고 숙지하신 후에 글을 올리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