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식당에서 모임이 무르익는데
느닷없이 사회 보는 분이 나보고 노래 한번 하란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게 노래하는 거다.
특히 관광버스에서 돌아가면서 노래 부르는 것엔 정말 질색이다.
더군다나 그 노래에 맞춰 흔들어대는 건 더더욱 미치겠다.
좁은 밀폐된 공간에서 몸을 흔들어대면 그 먼지는
고스란히 우리 입속으로 다 들어가기에 좋은 곳에 가서
맑은 공기 마시고 왔는데 이튼날 목이 잠기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노래방 기기도 없는 곳에서 반주없이 노래해 보긴
1.4 후퇴 때 중공군 앞에서 부르고 처음인 듯하다.
하도 오랜만이라 가사 아는 노래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제주 민요 한자락에다 조금 야한 가사를 붙여 불렀다.
“너영나영 두리둥실 놀구요
낮에 낮에나 밤에 밤에나 참사랑이로구나.
아침에 우는 새는 배가 고파 울고요
저녁에 우는 새는 님이 그리워 운다”
고상한 가곡을 기대하지도 않았겠지만 분위기 깨려고
찬송가나 동요를 부를 순 없지않는가.
어느 미친놈은 애국가를 부르더라 만은......
고장 난 벽시계 같은 트롯 보다는 클래식한 노래나 발라드가 제격인데
노래 못 부르는 놈은 남들이 안 부르는 노래로 가는 게 제일이다.
“저 산의 딱다구리는 생나무 구멍도 잘 뚫는데
우리 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 뚫는구나.”
점잖은 사람들의 모임임에도 과감하게 불렀더니
여기저기서 키득이는 소리가 나온다.
나중에 나를 질 낮은 놈이라 볼까 봐 걱정은 된다만은
지금 즐거우면 그만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공 스님께서 궁녀들에게 이 노래를 들려줬다.
궁녀들이 난감해 할 때 스님께서는 멋진 법문을 하신다.
“범부중생은 부처와 똑같은 불성을 갖추어 가지고
이 땅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뚫린 부처씨앗이라는 것을
모르는 멍텅구리오.
뚫린 이치을 찾는 것이 바로 불법(佛法)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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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