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것
박인자
삶의 연륜이 쌓여갈수록
인격이 완성되는 줄 알았네
더 많이 인내하고 기품도 생겨
뭇사람들의 본보기가 되는 줄 알았네
그러나 늙는다는 것은
오랜 습관에서 한 템포 늦어지는 것
말하는 것도 기억하는 것도
남을 배려하는 것도
한 템포 빨라지는 것
오해하는 것도 섭섭해지는 것도
기다리지 못하는 것도
그리고 늙는다는 것은
지키고 싶은게 많아지는 것
버리지 못하고 나이만큼
자꾸만 쌓아두는 것
미래를 꿈꾸는 것보다
추억을 되새김질하는 것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홀로 교만했던가
얼마나 흘러가버린 삶 속에서 당당했던가
너도 나도 그리고
그대도 늙어가고 있다
(손진은 시인) 하하 "한 템포 늦어지는", "한 탬포 빨라지는" 이런 실감이 저에게도 있어요. 타인 생각을 하지 않고 느긋하게 제 멋대로 행동하고, 빨리 오해하고 섭섭해 하고. 그러니 결국 한 템포 늦어지는 거나 빨라 지는 건 쌍둥이 아닐까요? 문제는 이런 자신을 잘 모른다는 겁니다. 박인자의 시는 그것을 차분히 지적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