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균의 블랙홀릭] 유관순 열사의 3.1절과 친일파
노래를 만들거나 글을 쓰거나, 그 동력은 자극과 감동이다. 그중에서도 주위 일들에 의한 자극과 감동이라면 그 동력은 크고 오래 간다.
처음엔 내 주변의 일이었지만 노래를 만들면서, 글을 쓰면서 결국엔 나의 일이 되어버린다. 소의 되새김질처럼 다시 꺼내어 되씹고 소화시키면서 말이다.
3.1운동! 되새길수록 더 많은 생각과 감동을 느끼게 된다. 어린아이였을 때에는 1년에 한번 지나가는 행사정도로만 여겼었다. 사실 너무 어려서 자극과 감동을 받기보다는 개학전날의 부담감이 더 컸던 날일 수도 있었다.
이랬던 3.1운동이 어느덧 가장 큰 자극과 감동의 원천이 되어 노래를 만들게 했다. 초등학교 시절 '3.1절', 또는 '3.1운동'이라 배웠지만 '기미독립운동'이라고도 부른다. 날짜는 고종의 인산일인 양력 1919년 3월3일에 맞춰져 있었으나 이틀 앞당긴 3월1일에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만세운동을 벌인 날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가 부르는 노래는 서기 1919년 3월1일이 아닌 음력 3월1일이다. 즉 '단기 4252년 3월1일'인 것이다. 다시 양력으로 보면 1919년 4월1일이다. 단기 4252년 3월1일엔 '유관순 열사'가 독립만세 운동을 벌인 날이다.
당시 민족의 대표자도 아닌 18세의 어린 여학생의 신분으로 일제침략에 당당히 맞서며 독립선언을 했던 날이다. 민족대표33인의 기미독립선언 한 달 뒤인 양력 4월1일이었다. 그 한 달 동안의 일제의 검거와 투옥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향후 어떤 위험에 직면할지 뻔히 알면서도 주저하지 않았던 그 용기와 고결함을 노래하고 싶었다.
늘 그랬듯 이 땅의 존엄성을 지켰던 것은 바로 유관순 열사와 같은 민초들이었다. 훗날 민족대표 33인 중 대부분이 '친일 행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에 비해 그 어린 여학생은 일제에 의해 수감된 뒤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독립과 민족의 자존'을 위해 항거하다 옥중에서 생을 마감했다. 비폭력, 비무장의 18세 여학생의 생명은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이는 당시 만세를 외쳤던 수많은 민초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들이 조선왕조의 크나큰 혜택을 받아서였을까? 아님 먼 훗날 우리민족의 자존을 위해 싸웠노라고 이름이라도 남기려 했을까? 그것도 아니면 만세운동으로 당장 일본을 몰아내고 망해가는 나라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을까? 그랬다면 비폭력이고 자발적이었던 3.1운동은 아예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는데 목숨 내놓고 한뜻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가 있었겠는가 말이다. 그것도 왕조시대의 피지배계급들인 민초들이 막강일본제국을 상대로! 아무 바라는 것 없이, 자발적으로 오직 순수하고 당당한 모습으로 그렇게 3.1운동은 번져 나간 것이다. 세계사를 통틀어보아도 침략국에 대해 비폭력적이며, 자발적으로 온 국민들이 항거한 나라는 흔치 않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가장 거리낌 없이 자랑하며 물려줘야 할, 진정으로 위대한 유산이 아닐까.
상대적으로 3.1운동에 대해 거리낌 없이 살상을 자행한 일본은 훗날 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서, 침략국 국민들을 상대로 무차별 학살을 자행한 야만국가로서의 부끄러운 낙인을 영원히 새기며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경제대국이라 해도 그 부끄러움은 결코 가려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나 3.1운동과 연관해 생각해보면 자부심과 감동만 떠오르는 건 아니다. 안타깝게도 나라와 민족을 배반한 '친일파'라는 추악한 모습도 있다. 나라와 민족이라는 넓은 틀이 아닌 한 집안이라 생각해보자. 한집안에 담장을 넘은 살인강도에게 현관문을 열어주며 그들에게 살상과 강탈의 권리를 부여해주는 가족 구성원! 그것이 '친일파'이다. 과연 용납이 되는지?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용납되었다는 것이다.
해방 후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이 얼마나 어렵게 숨죽여 살아왔는지, 굳이 친일파들의 성공과 재산을 들춰내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친일파'를 말하면 '빨갱이'로 몰려 죽어간 그 부끄러운 역사가 3.1운동 한 켠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이 현실에서 3.1운동에 무신경했으며, 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의 비극에 방관했던 죄스러움을 노래에 담아 보려 했다.
내년 3월1일에는 어떠한 감동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선열들의 고결함이 우리의 가장 큰 축복이며 가장 가치 있는 유산이라는 또 다른 노래가 울려 퍼지길 고대한다. 이번 3.1절에는 '단기 4252년 3월1일' 그 날의 함성을 되새기며 노래하려 한다.
*출처-미디어 오늘*
첫댓글 역시 블랙홀! 대한독립 만세~~~!!!